Home / 부동산·재정
모기지 칼럼(87) 집만 있고, 삶이 없는 은퇴자의 선택
김태완 모기지 칼럼(87)
- 캐나다 한국일보 편집팀 (public@koreatimes.net)
- Jun 02 2026 10:47 AM
GTA에 거주하는 70대 부부가 있습니다. 이들이 살고 있는 주택의 현재 가치는 약 160만 달러입니다. 집에는 아직 약 45만 달러의 모기지가 남아 있습니다. 이들의 문제는 자산이 아니라 현금입니다.
정부의 노령연금(OAS, GIS, CPP)만으로는 계속 오르는 생활비를 감당하기 어려워 부부 모두 은퇴 후에도 현금수입이 생기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매일 일하는 것이 힘에 부치고, 여행이나 취미생활은 엄두도 내기 어렵습니다. 자녀들은 "집을 물려주는 것보다 부모님의 현재 삶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부부는 여전히 자산을 지키는 데 더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이 사례는 많은 은퇴 가구가 겪는 현실을 보여줍니다. 집이라는 큰 자산은 보유하고 있지만, 정작 노후생활에 필요한 현금 흐름은 부족한 상황입니다. 이 부부에게는 크게 두 가지 선택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현재 상태를 그냥 유지하는 것입니다. 집과 자산을 그대로 보유하면서 부족한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계속 일을 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역모기지(Reverse Mortgage)를 활용하는 것입니다. 집에 묶여 있는 자산 일부를 현금화해 생활비와 여가활동에 활용하는 방법입니다.

픽사베이
많은 사람들은 두 번째 선택이 삶의 질 측면에서는 좋아 보인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그러나 "나중에 집을 처분하고 빚을 갚고 나면 남는 재산이 크게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에 늘 하던대로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첫번째 대안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두가지 대안을 수치로 비교해 보기 위해 간단한 가정을 해보겠습니다. 첫번째가 역모기지 금리인데, 현재 실제 적용중인 5년 고정금리 6.64%를 적용합니다. 그리고 주택가격은 연평균 상승률 3%로 설정합니다. 이런 가정하에 두 대안의 비교기간은 5년으로 잡습니다.
주택 가격이 연평균 3%씩 상승한다고 가정하면 5년 후 집값은 약 185만 달러가 됩니다. 기존 모기지를 계속 상환한다고 가정하면 5년 동안 상당한 금액(약 $183K)을 원리금으로 납부하게 됩니다. 5년 후 모기지 잔액($407K)은 줄어들지만, 그동안 생활비 마련을 위해 계속 일을 해야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과적으로 주택 순자산은 약 140만 달러 수준(주택가치 185만 달러 - 모기지 잔액 약 45만 달러)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5년 동안 납입한 모기지 납부에 들어간 돈(약 $183K)을 고려하면, 주택의 실질적인 순 경제적 가치는 약 126만 달러 수준으로 줄어듭니다.
70대 부부의 경우 일반적으로 주택 가치의 약 45~55% 범위 내에서 역모기지를 받을 수 있습니다. 만약 주택 가치의 약 48% 수준인 76만 달러를 활용할 수 있다고 가정하면, 기존 모기지 45만 달러를 상환한 후 약 31만 달러의 현금을 확보하게 됩니다. 이 자금은 생활비, 의료비, 여행, 주택 유지보수 등 어떤 용도로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반면 역모기지는 매달 상환이 없는 대신 이자가 누적되므로 시간이 지날수록 갚아야 할 대출 잔액이 증가합니다. 따라서 5년 후 주택에 남는 순자산은 약 80만달러로 현재 상태를 유지했을 때보다 자산 규모가 적어짐을 알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두 선택지를 비교할 때 최종적으로 남는 집값에만 관심을 쏟습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매우 중요한 요소가 빠져 있습니다. 바로 5년이라는 시간입니다. 현재 상태를 유지하면 더 많은 자산을 남길 수 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그 대가로 계속 일을 해야 하고, 건강과 체력이 허락하는 소중한 시간을 허비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역모기지를 활용하면 최종적으로 남는 자산은 줄어들 수 있지만, 그 대신 은퇴 후 가장 가치 있는 자원인 시간과 자유를 더 많이 누릴 수 있습니다. 결국 질문은 단순한 숫자의 문제가 아닙니다. "5년 후 얼마를 남길 것인가?"만이 아니라, “앞으로 5년을 어떻게 살 것인가?"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탈레스에 관한 유명한 일화가 있습니다. 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잠겨 걷다가, 발밑의 구덩이를 보지 못하고 빠졌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를 두고 흔히 "탈레스의 함정"이라고 부릅니다. 미래만 바라보다가 현재를 놓치는 실수를 경계하는 비유입니다.
많은 은퇴자들도 비슷한 고민을 합니다. "언젠가 남길 재산"을 지키기 위해 오늘의 삶을 지나치게 희생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평생 집을 마련하고 유지하기 위해 내가 열심히 노력해 왔다면, 은퇴 이후에는 집이 나를 위해 일하도록 활용하는 방법도 충분히 고려해 볼 가치가 있습니다.
역모기지가 모든 사람에게 정답은 아닙니다. 그러나 적어도 은퇴 후의 선택 기준은 단순히 자산 규모만이 아니라 삶의 질과 시간의 가치까지 포함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합니다.결국 은퇴 설계의 핵심 질문은 "얼마를 남길 것인가?"가 아니라 "남은 시간을 어떻게 살 것인가?" 에 방점이 찍혀야 합니다.
김태완 | JP Mortgage Services
https://www.facebook.com/tim.kim.500112/
문의 : (647) 786-4521 또는 tim.kim@jpmtg.com
www.koreatimes.net/부동산·재정
캐나다 한국일보 편집팀 (public@koreatimes.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