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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웹툰에
“자기 안에 갇힌 신앙은 한계”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Jun 13 2026 12:25 PM
‘에끌툰’ 운영 작가 린든·러스트
한국 웹툰 시장은 위기다. 코로나19를 계기로 형성된 '비대면 시대'가 지나고 거품이 꺼졌다. 빠져나간 독자들의 관심은 쇼츠(짧은 영상)가 빠르게 장악하고 있다. 개신교 또한 위기다. 교인이 줄고 특히 청년층이 빠르게 이탈하고 있다. 일부 교회의 극우 정치세력화 행보로 인해 외부 시선도 더욱 날카로워졌다.
2015년부터 지금까지 에끌툰을 운영하는 웹툰 작가 러스트(김민석·오른쪽)와 린든(안정혜)이 22일 경기 파주시 자택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러스트는 에끌툰의 설립자, 린든은 현 대표를 맡고 있다. 파주=윤기훈 인턴기자
이런 이중고 속에 '기독교 웹툰 플랫폼'을 표방하는 조그마한 사이트가 위기에 직면하는 건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결과일지 모른다. 2015년 시작해 11년을 끌어온 웹툰 연재처 '에끌툰'은 올해 3월 모든 작품의 연재가 무기한 중단될 수 있다는 공지를 올렸다. 하지만 러스트(김민석)의 '창조론 연대기'를 기억하고 린든(안정혜)의 '비혼주의자 마리아'를 눈에 들인 독자층이 있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유튜브에서 소식이 전해지면서 구독자 수가 조금씩 회복되고 후원과 조언도 잇따르고 있다. 덕분에 에끌툰 운영진이자 웹툰 작가들인 러스트-린든 부부는 신작을 내놓으며 사이트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
에끌툰은 웹툰 플랫폼으로는 이질적인 존재다. 웹툰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연재하기 위해 직접 수익 모델이 있는 사이트를 만들었고 이를 장기간 유지해 오고 있다. 개신교 콘텐츠 측면에서 보더라도 독특하다. 종교적 내용을 담았지만, 웹툰의 재미도 놓치지 않으려 캐릭터를 설정하고 흥미로운 갈등 관계로 엮는다. 무엇보다 교회를 무조건 긍정하거나 전도나 포교 목적으로 웹툰을 그리지 않는다. 오히려 한국 개신교의 문제점과 한계를 짚고, 교인들을 번민하게 하는 교회 내 부조리와 외부의 시선 등을 마주하며 담담히 성찰하는 작품이 많다. 교인에게는 고민할 질문을 던지고, 비교인에게는 개신교에 대한 심리적 문턱을 낮춰 교회 내부를 들여다보고 이해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한다.
린든은 "많은 독자들이 에끌툰의 상황을 궁금해하고 응원해 주셨다"며 "웹툰 소비자라기보다 저희를 후원해 주시겠다는 느낌이 강하다"고 말했다. 에끌툰 홈페이지 캡처
러스트의 '요한복음 뒷조사'는 개신교를 비판하는 사페레와 '믿음의 용사' 이성경이 만나 요한복음의 핵심 내용을 풀이하는 한편으로, 두 사람이 직면하는 사건을 통해 한국에 만연한 개교회주의(교회들이 개별 성장을 우선시하는 태도)를 꼬집는다. 에끌툰의 최대 인기작으로 꼽히는 린든의 '비혼주의자 마리아'는 성폭력과 성차별 문제를 대하는 교회 공동체의 폐쇄적 위계질서를 짚으며 개신교인이 아닌 이들도 에끌툰을 주목하게 만든 작품이다. 미션스쿨에서 성장한 성소수자 청소년 선우의 내적·외적 갈등을 그린 정해나의 '요나단의 목소리', 교회를 둘러싼 논란에 답을 찾고자 애쓰는 최대위의 공감툰 '생각 많은 판다' 등도 평가가 높다.
다른 사이트나 플랫폼에서 찾기 어려운 색채를 만든 주역은 에끌툰을 처음부터 이끌어 온 러스트와 린든이다. 동료 작가 김굿맨과 함께 무료 웹툰 연재 사이트를 운영하던 두 사람은 연재작의 조회수가 늘고 출판에도 성공한 데 자신감을 얻어 비슷한 성향의 작가들을 모아 2015년 독립 웹툰 플랫폼을 만들게 됐다. '기독교 웹툰'만 그리는 이들에게 주요 포털과 거리를 둔 독자 노선은 필연적인 선택이었다. 러스트는 "대형 포털에서 우리 작품을 받아줄 것 같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기존 개신교 계열 사이트에서 연재하는 것도 성격이 맞지 않았다. 교단은 선교와 복음 전파를 우선시하며 작가들이 무상으로 작품을 연재하길 바라는 경향이 있었기 때문이다.

에끌툰의 연재작들. 윗줄 왼쪽부터 '창조론 연대기' '요한복음 뒷조사' '비혼주의자 마리아' '내가 꿈꾸던 교회는'. 아랫줄 왼쪽부터 '요나단의 목소리' '생각 많은 판다' '영생을 주는 소녀' '태극기 휘날리는 교회소년'.
에끌툰은 반대의 길을 걸었다. 영리 플랫폼으로 수익을 내고자 했고, 작가에게 원고료를 지급했다. 웹툰의 ‘읽는 재미’를 줄 수 있도록 주인공 캐릭터를 중심으로 서사성을 갖춘 웹툰을 연재했다. 결과적으로 에끌툰은 2010년대에 생긴 '기독교 웹툰 플랫폼' 중에서 가장 성공적이란 평가를 받았다. 2017년 유료화를 단행하면서 정기구독 모델을 선택했고 1년 반 만에 유료 멤버십 가입자가 1,000명이 넘었다. 자체 웹툰만으로 운영비와 고료까지 충당하는 선순환이 이뤄졌다. 소수 작가가 직접 유통까지 맡은 소규모 독립 웹툰 플랫폼으로는 보기 드문 성과였다.
하지만 '요한복음 뒷조사' '비혼주의자 마리아' 등 인기작의 연재가 끝나면서 정점에 이른 구독자가 서서히 줄었다. 기업에 인수됐다 재독립하기도 했고, 올해는 경영난을 공개적으로 호소하기에 이르렀다. 러스트는 "작가의 정체성이 더 크다 보니 작품에만 집중하면서 안일한 운영을 하지 않았나 싶다"면서 "굿즈 스토어를 통해 수입원을 늘리는 한편 애플리케이션(앱)을 더 접근하기 쉽도록 개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개신교를 비판적으로 바라본 작품을 연재해 온 두 작가의 입장에서 오늘날 '바깥'과 점점 유리되는 한국 교회의 흐름은 큰 걱정거리다. 린든은 이를 '자기 안에 갇힌 신앙'이라고 요약했다. 그는 "자기애적 신앙에 빠져서 도움이 되지 않는 것들은 모두 극단적으로 배척해 버리는 분위기가 있다"면서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해야 하나님을 사랑하는 데 이르는 걸 텐데, 그 이웃에 대한 사랑이 너무 부족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러스트도 "외부의 무언가가 교회를 무너뜨리려 한다는 불안 속에서 교회를 지키려는 '전투 모드'에 들어가 있는 것 같다"면서 "이런 분위기를 힘들어하는 기독교인들은 교회를 떠나고, 자연히 그런 문화가 점점 고착되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러스트와 린든은 자택에 마련된 작업실이나 카페에서 웹툰을 그린다. 두 작가는 협업해 신작을 준비 중이다. 파주=윤기훈 인턴기자
이들의 작품에 대한 평가도 엇갈릴 수밖에 없다. 교인 독자 사이에서는 한국 교회의 현실을 다루는 고발성 작품이 읽기에 불편하고 계몽적 논조로 흐른다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앞으로는 문제를 작품 안에서 너무 거칠게 다루기보다 각 캐릭터가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공감대를 끌어내는 방식으로 풀어내야 할 것 같아요."(러스트) 하지만 그동안 사랑받아 온 에끌툰의 방향성 자체는 꾸준히 밀고 나갈 작정이다. 실제로 '위기' 후 방향성을 다잡고 연재를 시작한 '사페레의 다정한 리뷰'는 반응이 좋다. "우리가 진짜 재밌어하는, 우리의 해석과 시선을 유지하는 작품을 독자분들도 더 좋아하신다는 걸 알게 됐어요."(린든)
두 작가가 개신교인으로서 개신교 웹툰 작업을 이어가는 이유는 "내 삶을 돌아봤을 때 너무나도 큰 하나님의 사랑이 오해받는 걸 바로잡고 싶어서"(린든)다. 에끌툰은 웹툰 연재처이면서도 교회 가운데서 고통을 받거나 이를 걱정하고 자성의 목소리를 내는 이들이 모여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장소다. 린든은 "뿔뿔이 흩어져 있더라도 같은 문제의식을 느끼는 분들을 위해 깃발을 들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개신교 안에서도 다양한 목소리가 있고, 신앙을 지킬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있음을 에끌툰을 통해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기독교인이 아닌 더 넓은 독자를 향한 웹툰도 준비하고 있다. 두 작가가 협업하는 차기작 '마리아 스캔들'은 현재 웹툰·웹소설계 유행 중 하나인 '빙의물' 코드를 활용한다. 개신교인이 아닌 20대 여성이 성모 마리아에게 빙의해 현대 여성의 시선에서 신약성경의 이야기를 통과해 가는 작품이다. 러스트는 "기독교 안의 질문이지만, 기독교인이 아닌 분들도 공감할 수 있는 주제나 소재를 찾아 재밌게 볼 수 있는 작품에 계속 도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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