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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의 민낯 드러낸 ‘참교육’
아픈 메시지는 ‘참어른’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Jun 21 2026 01:41 PM
넷플릭스 공개 사흘만에 비영어권 1위 불량 학생·교사·학부모 등 사이다 응징 피해자 중심 서사에 공감대 형성 불구 선악 구도 속 폭력적 해결 방식은 한계 홍종찬 감독 “사회적 화두 던지기를”
한 고등학교 복도에서 동급생을 구타하던 일진에게 의문의 성인 남성이 다가와 따귀를 올려붙인다. 흥분한 일진이 욕하며 달려들지만 가볍게 피한 뒤 얼굴이 퉁퉁 부어오를 때까지 마저 따귀 세례를 퍼붓는다. 처음 보는 광경에 벙찐 학생과 교사들이 정체를 추궁하자 차분하게 자기소개를 시작하는 이 남성. "대한민국 교권보호국 감독관, 나화진입니다. 말로 해서 듣는 놈은 말로, 때려서 듣는 놈은 때려서라도 가르칩니다."
넷플릭스 시리즈 '참교육' 1화에서 교권보호국 감독관 나화진(김무열)이 처음 등장하는 장면. 넷플릭스 제공
5일부터 스트리밍 중인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참교육'이 공개 사흘 만에 글로벌 비영어권 시리즈 1위로 직행하며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까지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원작 웹툰에서 논란이 됐던 인종·성차별적 요소를 대폭 덜어내고, 통쾌한 대리만족을 선사했다는 평가다. 다만 이분법적 선악 구도 속에 폭력적인 응징이 반복돼 사이다의 뒷맛이 씁쓸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극 중 교육부 장관 최강석(이성민)은 '선 넘은' 교육 현장의 부조리를 바로잡기 위해 교육부 산하에 '교권보호국(교권국)'을 신설하고 물심양면 지원한다. 특전사 출신인 나화진(김무열)과 임한림(진기주), IT 천재 봉근대(표지훈)가 팀을 이룬 교권국은 문제 학교에서 체벌을 포함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할 수 있는 초법적 권한을 가진다. "체벌, 아니 체벌 할아비라도 동원해서 아이들의 학습권을 지키겠다"는 게 최강석과 교권국의 신념이다.
드라마는 실제 사건을 연상케 하는 교육 현장의 다양한 문제를 실감 나게 풀어낸다. 11일 서울 종로구 카페에서 만난 홍종찬 감독은 "현실에 있었을 법한 이야기와 닿아있어야 공감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해 10가지 에피소드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왕따와 학교폭력을 주도하고도 '부모 찬스'로 교묘하게 빠져나가는 가해자들부터 조폭 스카우트를 꿈꾸는 아이들, 악성 민원 학부모, 시험지 유출로 뒷돈을 챙기는 교사, 학교를 불법 도박과 마약 시장으로 삼는 학생들까지 모두 뉴스에서 본 듯하다. 현실에 없는 강력한 영웅, 국가 시스템의 개입이 유독 시원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넷플릭스 시리즈 '참교육'에서 교권보호국의 '돌+아이' 감독관 임한림(진기주)이 여고에 잠입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철저하게 피해자 입장에서 공감하고 보호해주는 '피해자 중심 서사'는 호평받는 요소다. 2회에서 패로 달려드는 학생들과 이들이 부른 조폭들까지 모조리 때려눕힌 화진이 무릎 꿇고 비는 일진들을 피해자에게 돌려세우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일상적인 폭력과 학습권 침해에 시달렸음에도 애써 "괜찮다" 손사래 치던 형주(전봉석)는 화진이 "진짜 괜찮아?"라고 걱정스럽게 묻자 참아온 울음을 쏟아낸다. 악성 민원 학부모를 '거울 치료'한 5화에선 교육부 장관이 교권 침해로 인해 스스로 생을 마감한, 그리고 현재도 고통받고 있는 교사들을 향해 "교육 시스템의 부재로 보호받지 못하고 홀로 견디게 해서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이기도 한다.
그러나 '참교육'을 실행하는 방식이 '학생 중심의 진실되고 올바른 교육'이라는 단어 본래 뜻보다 상대를 힘으로 응징하고 항복시키는 행위에 가까워 보인다는 점은 한계로 지목된다. 홍 감독은 "실제로 폭력은 어떤 이유에서도 사용되어선 안 된다"며 체벌을 옹호할 의도가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또 "작품 안에선 교권국이라는 판타지적인 기관, 나화진이라는 히어로 같은 캐릭터가 현실의 답답함을 통쾌하게 해소하기 위한 재미 요소로 액션이 활용된 것"이라며 현실과 분리해서 봐달라는 당부를 덧붙였다. 12일 인터뷰에 나선 김무열도 "화진이 학생을 상대할 때와 성인을 상대할 때 액션이 다르다"며 "가해자 학생을 대할 때는 어른으로서 감정을 배제하고 객관적인 자세를 유지하려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참교육'의 교권보호국 구성원들. 왼쪽부터 봉근대(표지훈) 사무관과 임한림(진기주) 감독관, 최강석 교육부 장관(이성민), 나화진(김무열) 감독관. 넷플릭스 제공
작품을 놓고 다양한 의견이 분출하고 있지만 '참교육'이 학생, 교사, 학부모를 아우르는 다각적인 관점에서 교육 현장의 어두운 현실을 비추고, 사회적 화두를 던졌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감독과 배우도 드라마를 보고 난 감상이 '사이다'로만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김무열은 "작품을 하면서 교권국의 처벌 행위 이후의 계도, 잘못을 저질렀더라도 올바른 곳으로 갈 여지가 남아 있다는 희망과 믿음에 대해 생각했다"며 "많은 분들이 볼 수 있도록 교육 현장의 여러 실상을 첨예한 대립의 한가운데 올려놓은 용기를 좋게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 감독은 "담고자 한 본질적인 메시지는 '좋은 어른이 필요하다'는 것"이라며 "현실에선 교권국 같은 기관이 모든 것을 해결해줄 수 없다. 보면서 각자의 자리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강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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