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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년 록시 하트 한우물 파니”
“브로드웨이 진짜 갑니다”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Jun 27 2026 12:21 PM
아이비, 뮤지컬 ‘시카고’로 8월 뉴욕 데뷔
"안 되더라도 영어 실력은 늘어 있겠지."
배우 아이비(43)가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 '시카고' 오디션 제안을 받고 스스로를 설득한 말이다. 4년 전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만 해도 미국적 정서가 강한 '시카고'를 한국 배우가 영어로 소화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지난해 같은 제안을 다시 받았을 때는 마음을 고쳐먹었다. "예전부터 잘하고 싶었던 영어 공부의 동기 부여는 되겠다"며 도전했고, 결국 브로드웨이 진출이라는 성과를 냈다. 아이비는 8월 17일부터 9월 6일까지 뉴욕 앰배서더 극장에서 공연되는 '시카고'의 주인공 록시 하트 역으로 처음 브로드웨이 무대에 오른다.

뮤지컬 '시카고' 록시 하트 역으로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 진출하는 아이비가 23일 서울 충무아트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스1
아이비는 23일 서울 충무아트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 우물을 오랜 시간 팠더니 엄청난 기회가 찾아왔다"며 "16년의 뮤지컬 배우 생활 중 대부분의 지분을 '시카고'가 맡고 있어 내 인생 자체가 록시 하트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시카고'는 브로드웨이 리바이벌 버전이 올해 30주년을 맞는, 브로드웨이 역사상 가장 오래 공연 중인 뮤지컬 중 하나다. 아이비는 2012년부터 2024년까지 '시카고' 한국 프로덕션에서 록시 하트 역을 맡아 총 여섯 시즌, 592회 공연을 소화했다. 10년 넘게 록시 하트와 함께한 그가 이제 그 배역으로 브로드웨이로 향한다.
브로드웨이 진출 과정은 길고 험난했다. 1년 동안 3~4개월 간격으로 세 차례 영상 오디션을 치렀다. 록시 하트의 대표 넘버 두 곡과 긴 영어 독백을 촬영해 미국 제작진에게 보냈다. 첫 오디션 녹화부터 쉽지 않았다. 아이비는 "모국어가 아니다 보니 정말 열심히 외웠는데 한 번 당황하면 입이 안 벌어지더라"며 "영상을 찍으면서도 이게 될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1차에는 발음, 2차에는 액센트 지적을 많이 받았다"며 "오디션은 완벽하지 않았을 텐데 발전하는 모습을 좋게 봐주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뮤지컬 '시카고' 한국 공연의 아이비. 신시컴퍼니 제공
가장 극적인 순간은 마지막 오디션이었다. 미국에 머물던 중 갑작스럽게 추가 영상 제출 요청을 받았지만 현지에서 반주자를 구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친구가 다니는 교회 반주자들에게 부탁했지만 '시카고'의 재즈 음악을 소화하기 어렵다며 잇따라 거절당했다. 결국 한 교인이 밤새 연습해 반주를 맡아줬고 자신의 집 거실을 촬영 장소로 내줬다. 아이비는 이렇게 촬영한 영상으로 최종 오디션을 마쳤다. 합격 전화를 받았을 때도 실감은 나지 않았다. 그는 "쇼핑 중 조용한 매장에서 전화를 받아 크게 소리도 못 지르고 '아, 진짜요'만 반복했다"며 웃었다.
브로드웨이 제작진은 한국 '시카고' 제작사 신시컴퍼니에 "2012년 한국어 버전 '시카고'를 준비하던 시절부터 아이비의 재능에 깊은 인상을 받아 왔다"며 "영어로 이 작품을 처음부터 다시 익히기 위해 보여준 헌신과 발전은 놀라울 정도였다"고 전했다.
아이비는 출국을 앞두고 비즈니스 영어, 목소리 연기, 무대 연기 등 다양한 전공의 원어민 강사 9명과 함께 발음과 액센트, 연기를 집중적으로 훈련하고 있다. 그는 "학생보다 더 바쁘게 지내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번 도전이 개인의 성취를 넘어 K뮤지컬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계기가 되길 바라고 있다. 그는 "대한민국 뮤지컬 대표로 가는 만큼 책임감과 부담감도 크지만 관객들이 한국 뮤지컬에 더 많이 마음을 여는 계기를 만들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당장의 목표는 거창하지 않다. 아이비는 "영어가 완벽하지 못해 밤에 잠들기 전 브로드웨이 무대를 상상하면 숨이 확 막힐 때가 있다"며 "관객들이 내 대사와 노래를 알아듣고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만 제대로 전달된다면 성공"이라고 말했다.
"영어를 못해도 나이가 많아도 스타가 아니어도 이런 기회가 올 수 있다는 사실이 많은 분들께 힘과 꿈과 용기를 드리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여러분, 진짜 저 아이비가 뮤지컬 '시카고'로 미국 브로드웨이에 갑니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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