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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와 비슷한 길 가는 베트남 영화”
또 다른 기회의 창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Jul 11 2026 02:30 PM
베트남 대표 ‘다낭 영화제’ 개최
“다낭아시아영화제처럼 영화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자리가 없다면, 베트남 영화 시장은 지나친 상업화로 흐를 수 있겠죠.”
영화배우 지창욱(오른쪽 두 번째)이 지난달 28일 베트남 다낭 아리야나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4회 다낭아시아영화제 개막식에 참석해 관객들에 인사하고 있다. 다낭=정지용 기자
응오 프엉 란(63) 다낭영화제 조직위원장에게 ‘다낭영화제의 목표’를 묻자 돌아온 대답이다. 베트남 영화산업이 최근 눈부신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작품성과 창의성을 논의하는 자리도 필요하다는 얘기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베트남 다낭에서 한국일보와 만난 그는 “영화인들이 일시적 유행과 관객 동원에만 몰두하면 영화의 작품성과 완성도를 소홀히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영화제를 통해 영화계의 전문성을 높이고 창작의 기준을 세워야 한다”고 했다.
란 위원장은 베트남 영화계를 대표하는 비평가이자 정책 설계자다. 하노이종합대와 러시아 국립영화대학(VGIK)에서 영화 이론과 비평을 공부했고, 베트남 문화체육관광부 영화국 국장과 베트남영화발전진흥협회(VDFA) 회장을 지내며 영화산업 육성 정책을 이끌었다.
부상하는 베트남 영화 산업
응오 프엉 란 다낭아시아영화제 조직위원장이 28일 한국일보와 만나 영화제의 필요성과 목표를 설명하고 있다. 다낭=정지용 기자
그가 이끄는 다낭영화제는 출범 4년 만에 베트남을 대표하는 국제 영화제로 자리매김했다. 올해 영화제에는 102편의 영화가 상영됐고, 1,000여 명의 영화인이 참가해 역대 최대 규모로 열렸다.
베트남 영화시장 자체도 폭발적 성장세에 있다. 지난해 베트남 박스오피스 매출은 약 5조5,930억 동(3,123억 원)으로 2024년 대비 24% 치솟으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넷플릭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확산으로 극장 관객이 감소하고 있는 한국 등과 다른 상황이다.
1인당 연간 영화 관람 횟수는 평균 0.7회로 싱가포르(1.3회)나 말레이시아(1회)보다 낮다. 영화계는 이를 오히려 추가 성장 여력이 남아 있다고 해석한다. 란 위원장은 “베트남은 1억 명이 넘는 인구와 영화를 사랑하는 젊은 관객층이 있는 매우 유망한 영화시장”이라고 했다.
특히 베트남 자국 영화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2016년에는 자국 영화 시장 점유율이 25%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62%로 뛰어올랐다. 다만 흥행 영화가 호러·코미디 장르에 편중된 점에서 ‘다양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7일 현재 베트남 박스오피스 상위 5위 가운데 애니메이션 미니언즈·몬스터즈를 제외한 군체·화재감시탑·백룸·옵세션 등 4편이 공포 영화였다.
한국 영화 중흥기 닮아
28일 다낭 아리야나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개막식에 빌 메카닉 전 20세기 폭스 회장이 인사하고 있다. 다낭=정지용 기자
해외에서도 베트남 영화 시장의 역동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번 개막식에도 영화 타이타닉, 파이트클럽, 스타워즈 시리즈 등을 제작한 빌 메카닉 전 20세기폭스 회장, 홍콩 누아르 영화의 거장 두기봉 감독 등이 참석했다. 한국에서도 영화 ‘군체’의 주연 지창욱을 비롯해 박성웅, 정일우, 한동희 배우 등이 찾아와 레드카펫을 밟았다.
메카닉 전 회장은 “한국 영화는 한때 자국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었지만 꾸준한 투자와 작품성 향상으로 이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며 “베트남 역시 비슷한 길을 걷기 위한 충분한 조건을 갖췄다”고 했다. 2년 연속 다낭영화제를 찾은 배우 박성웅은 “현재 베트남 영화계는 2000년대 초 한국 영화 중흥기를 보는 듯하다”고 했다.
다낭영화제는 베트남 정부가 추진하는 문화산업 육성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팜 티 탄 트라 베트남 부총리는 개막식에서 “다낭영화제는 국가 이미지 제고와 글로벌 문화 교류를 이끄는 전략적 자산”이라고 했다. 란 위원장 역시 “국제적 브랜드를 구축해야 더 많은 기업과 기관이 참여할 것”이라며 “예산과 인력 부담이 크지만 어떤 상황에도 영화제를 매년 개최할 예정”이라고 했다.
한국 영화계엔 기회의 땅

베트남 여성 팬들이 29일 다낭 아리야나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지창욱을 기다리며 손팻말을 들어 보이고 있다. 다낭=정지용 기자
베트남 영화 시장은 한국 영화계에도 ‘기회의 땅’으로 떠오르고 있다. 2011년 베트남에 진출한 CJ CGV는 멀티플렉스 시장 점유율 45%로 1위에 자리 잡았고, 롯데시네마가 25%로 뒤를 잇고 있다. CJ가 제작한 베트남 영화 ‘냐바누’(2023)와 ‘마이’(2024)는 역대 박스오피스 2·3위에 올라 큰 성공을 거뒀다.
최근에는 영화 수출과 리메이크를 넘어 기획과 제작 단계부터 손잡는 ‘공동 창작’ 단계에 접어들었다. 한·베트남 합작영화 ‘엄마를 버리러 갑니다’(2025)는 베트남에서 210만 관객을 동원했다.
란 위원장도 양국 영화계의 협력 확대를 기대했다. 그는 “베트남 영화인들에게 한국 영화는 언제나 배우고 협력 기회를 모색하고 싶은 이상적 성공 모델”이라면서 “올해 다낭 영화제에도 60~70편에 이르는 한국 영화가 출품됐는데, 동료 영화인들의 큰 관심이 반갑다”고 했다. 이어 “양국이 영화 제작을 넘어 투자와 글로벌 배급까지 협력을 확대한다면 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낭=글·사진 정지용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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