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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섭노' 일베 표현 맞나
경상도 방언에 씌워진 오해와 낙인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Jul 11 2026 10:04 PM
국립국어원·언어학자 "경상도 방언 맞아" 경상도 화자 "일상 언어인데 오해 억울" 전문가 "논란에 방언 사용 위축될까 우려"
대구에 사는 취업준비생 옥모(27)씨는 평소 "우짜노"라는 말을 자주 쓴다. 안타까운 소식을 들었을 때, 혹은 난처한 상황에 처했을 때 하는 일종의 추임새다. "어떡하냐" 정도의 의미일 뿐 특별한 의도도 없다. 하지만 최근 종결어미 '노'가 극우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일베) 말투라는 논란이 불거지면서 애써 말조심을 하게 됐다. 옥씨는 "특정인들이 악용했다는 이유로 원래 방언을 쓰던 사람들까지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것 같다"며 "사투리가 훨씬 더 오래전부터 쓰였는데 좀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경상도 방언이 '일베 논란'의 중심에 섰다. 걸그룹 멤버의 '무섭노'라는 발언이 혐오 표현으로 조리돌림을 당하면서부터다. 언어학계에서는 이를 방언의 특성과 사용 맥락을 고려하지 않은 오해에서 비롯된 논란이라고 본다. 사투리 쓰는 이들은 일상적인 말까지 눈치 봐야 하는 처지가 된 것이냐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룹 리센느 멤버 원이가 멤버 미나미의 일본 집을 방문해 “무섭노”라고 말하는 장면. 유튜브 '안녕하세요원이입니다잘부탁드립니다' 캡처
"원래 경상도 방언", 용례도 존재
논란은 걸그룹 리센느의 경남 출신 멤버 원이가 유튜브 채널에서 한 발언에서 시작됐다. 동료의 집을 둘러보던 중 옷장 안에서 덜컹거리는 소리가 나자 "무섭노. 조명부터 무서운데…"라고 말한 것이다.
'노'는 경상도 방언에서 주로 쓰이는 종결어미다. 그러나 일베 이용자들이 경남 김해 출신인 노무현 전 대통령을 조롱할 목적으로, 말끝마다 붙여 사용하면서 혐오 표현 중 하나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온라인에서는 "경상도 방언일 뿐"이라는 의견과 "일베식 말투"라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지난달 29일 국립국어원 '온라인가나다'에 올라온 질문 게시글. 국립국어원 홈페이지 캡처
언어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해 방언의 특성과 사용 맥락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오해를 원인으로 꼽는다. 신지영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노'는 경상도 방언에서 '어디 가노', '왜 그러노'와 같은 설명 의문문에 주로 쓰인다"면서 "'집에 가나'처럼 사실 여부를 묻는 판정 의문문에는 '나'를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서울말이 억양으로 의미를 구분하는 것과 달리, 경상도 방언은 종결어미 자체로 의미를 구분하는 체계를 갖는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의문사가 없는 '무섭노' 표현은 방언 용법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 '의도적' 표현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신 교수는 "'왜 이리 무섭노'의 앞부분이 문맥상 생략됐거나, '무섭네'와 같은 감탄 표현으로 쓰인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경상도 방언 화자에게 충분히 자연스러운 용법"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29일 국립국어원 '온라인가나다'에 올라온 '-노' 관련 질문의 답변 내용. 국립국어원 홈페이지 캡처
국립국어원 자료도 이 같은 해석에 힘을 싣는다. 최근 박수민 국민의힘 의원실이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06년 조사 당시 경남 창녕의 70대 화자가 표준어로 '한 오십 년 넘었나'를 '한 오십 년 넘었노'라고 표현한 용례가 수록돼 있다. 의문사가 없는 문장에서도 실제 사용돼 왔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다만 국립국어원은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라온 관련 질의에는 "쓰임에 대해서는 학자마다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김덕호 경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국립국어원의 설명은 용법이 다양하다는 의미"라며 "실제 거제 방언에는 '내가 언제 묵더노(먹었느냐)'처럼 의문문 형태이지만 실제로는 '먹지 않았다'는 반어적 표현이 있다"고 했다.

박수민 국민의힘 의원실이 국립국어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 박수민 국민의힘 의원실 제공
"일상에서 쓰던 말" 반박
방언 화자들은 당혹감과 억울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일상적인 표현마저 자칫 일베로 손가락질 당할까 말조심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기 때문이다. 경남 김해 출신 대학생 이모(25)씨는 "'무섭노' 대신 '무섭다'나 '무섭네'처럼 표준어를 써야 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경남권에 거주하는 전모(27)씨도 "사투리가 조롱이나 혐오의 맥락에서 소비돼 안타깝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특정 커뮤니티의 부적절한 언어 사용으로 인해 발생한 혐오 정서 화살이 방언과 지역 문화 전체로 확대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유성호 한양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일베에서 '노'가 반복적으로 사용되면서 '노' 종결어미에 관해 사회적 의구심이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의도 없이 사용된 방언을 명백한 혐오 표현과 같은 잣대로 재단해서는 안 된다"고 짚었다.
신지영 교수도 "실제 존재하는 방언임이 확인됐다면 논란을 제기한 사람들이 오해를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바로잡는 성숙한 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나민서·권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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