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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완주자
정영득(문인협회)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Jul 16 2026 12:19 PM
마라톤 마지막 구간에서였다. 있는 힘을 다해 달리는 주자들 사이에 작은아들이 보였다. 나름대로 속도를 조절해서 그런 건지 제법 힘차게 최종 도착 지점에 들어섰다. 어떤 선수는 지쳐 힘들어하며 도착점에 골인하기도 했다. 다리가 약간 불편해 보이는 참가자도 있었다. 기다리고 있던 친구와 함께 최종 구간을 같이 달리며 마라톤 완주의 기쁨을 나누는 주자도 있었다. 응원 나온 가족이나 친구들은 최종 완주자 누구에게나 다 박수와 함성을 보내 주었다. 모두 한 식구가 되는 시간이었다. 피날레를 장식한다는 말이 실감 나는 순간에 모두가 함께 환영하며 열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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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살고 있는 아들이 처음에 철인 3종 경기에 참가한다고 알려 왔을 때, 설마 진짜 참가하는 건 아니겠지 싶었다. 경기 날짜가 다가오며 그 설마는 현실로 바뀌어 코앞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나보다 아내가 더 걱정을 많이 했다.
“아휴, 네가 연습할 시간이나 제대로 있는지 모르겠다. 힘들지 않니?”
“아니에요, 엄마. 재미있어요. 내가 오래전부터 해보고 싶었던 경기예요. 내 버킷리스트 중 하나입니다.”
아빠로서는 그저 무리하지 말라는 말밖에 달리 할 말이 없었다. 그러나 경기 하루 전날에는 잘 할 수 있을 거란 말로 격려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단체전이 아니라 개인전이기에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경기 당일은 일요일이라 주차장부터 이미 인산인해였다. 부지런히 수영 경기 장소에 갔으나, 아들이 속해 있는 ‘올림픽 코스’의 참가자들은 벌써 경기를 마쳤다. 온타리오 호수를 수영하는 경기다. 영화나 다큐멘터리 영상에서만 봤음 직한 장면이 실제로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멀리서나마 ‘스프린터 코스’ 참가자들의 수영하는 모습을 잠시 볼 수 있었다. 한여름 푸른 물살을 가르며 수영하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그 짧은 시간에도 그들의 빛나는 도전 정신은 윤슬 덕분에 그 빛을 더했다. 싸이클 경기 장소로 발길을 재촉했다. 도착 구간에는 역시 사람들로 붐볐다. 경기 진행 요원과 자원봉사자들의 안내로 질서가 잘 유지되고 있었다. 어렵게 자리를 잡고 내 사진기에 초점을 맞추었다. 아내와는 좀 떨어진 곳에 위치를 정했다. 혹시 아들의 골인 장면을 서로가 놓칠까 봐서였다. 경기 앱에서는 수시로 선수들의 구간 주행 거리와 속도를 실시간으로 알려주고 있었다. 알파벳 순서로 돼 있기에 Paul을 찾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아니 왜 이렇게 선수가 많아. 되게 많네.” 하고 있는 데, 아내에게서 전화가 왔다. 폴이 벌써 지나갔다고…
그렇게 기다렸건만 그 기다림이 무색하게 바래는 순간이었다. 아내에게 눈총을 받으니 따가운 햇살이 더 뜨겁게 피부에 닿았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마라톤 경기 최종 구간으로 이동했다. 아들의 모습을 이번에는 놓치지 않았다. 최종 코스까지 완주한 참가자들에게는 FINISHER라는 메달이 수여되었다. 말 그대로 등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 참가자 모두에게 자긍심을 북돋아 주는 메달이다. 경기장까지 응원 나온 폴의 친구들도 함께 기쁨을 나누며 축하해 주었다. 뙤약볕도 아랑곳하지 않고 찾아와 준 고마운 친구들이다. 폴이 참가한 경기는 토론토 철인 3종 경기 (Toronto Triathlon)다. 행사 슬로건은 “수영, 자전거, 달리기. 도시를 정복하라. (SWIM. BIKE. RUN. CONQUER THE CITY.)”였다. 수영은 1.5km, 자전거는 40km, 달리기는 10km 거리이다. “나와 맞서 싸운 게 아니라 나와 함께 어울려 이뤄냈다”는 아들의 말에 문득 내 고유의 철인 3종 경기가 생각났다.
당뇨, 고혈압, 콜레스테롤, 이 세 가지 질환과 오래도록 싸우고 있다. 가정의 (family doctor)는 내게 이 병들과는 함께 어울려 지내야지, 이기려고 하지 말라며 약을 처방해 주곤 하였다. 싸우는 건지 적응하는 건지, 점차 잊고 사는 동안에 아들의 이 ‘어울려’ 이뤄냈다는 말이 울림을 주었다. 삶은 어울림이다. 이 질병들을 관리하려면, 운동과 음식과도 잘 어울려야 한다. 식단은 아내가 일찍부터 정성스레 짜주고 있다. 직장 동료들도 부러워할 만큼 내 도시락은 언제나 건강식이다. 아내는 말 그대로 내 ‘안에 있는 해’ 맞다. 운동은 근력 운동과 수영을 즐겨 하려고 노력한다. 내가 하는 수영은 주로 배영이다. 실내 수영장 25m 거리를 그저 한 번에 4회 정도만 왕복해도 힘이 든다. 자유영은 숨 안 쉬고 한 번에 25m를 끝까지 가기도 한다. 연습 덕분이다. 수영의 요령은 몸의 힘을 빼고 물에 온전히 신체를 맡겨야 한다는 점이다. 배영의 경우, 뒷머리 부분이 반쯤 물에 잠겨야 몸이 자유롭게 뜬다. 힘을 빼는 연습이 필요하다. 물살을 가르고 수영장 천장을 보며 전진할 때의 쾌감은 편안함에서 오는 것이다. 물과 어울려서 누리는 기쁨이다. 아들은 철인 3종 수영 경기에서 이 25m 구간을 무려 60회 정도 왕복한 셈이다. 지금 생각해 봐도 대단하다. 중간중간의 준비하는 시간을 포함해서 총 3시간 18분 만에 모든 경기를 끝마쳤다. 올림픽 코스 전체 참가자 638명 중 400등 대에 들었다. 매년 이 행사에 참여하는 사람들도 꽤 많아 보였다.
인생은 거칠기도 하고 도전의 연속일 수 있으나, 어려울수록 힘을 빼야 한다는 주임 신부님의 말씀이 오늘따라 귓전을 맴돈다. 어울리며 살기 위해서라도 힘을 빼야 한다. 골프할 때도 힘을 빼라는 얘기는 많은 사람들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하는 말이다. 모두가 힘을 빼야 한다. 그래야 어우러질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이 세상에 태어나면서 인생이란 경기에 참여하게 된다. 살면서 제각기 독특한 철인 3종 경기를 치르는 것인지도 모른다. 삶의 가을 여정에서 이제는 어울리는 것과 힘 빼는 연습에 들어서야 할 시점이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인생 최종 구간에 도달할 것이다. 단체전이 아닌 개인전에서 각자가 최종 완주자가 될 것이다. 끝까지 최선을 다한 FINISHER, 그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결국, 우리 모두가 FINISHER들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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