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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베레스트 오른 DJI, 허가 막힌 美
세계 최고봉서 맞붙은 미중 드론 경쟁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Jul 19 2026 02:54 PM
드론 패권 시험대가 된 에베레스트 첫 복합익 화물 EV50 공개...8,861m 비행 셰르파 6~8시간 운송, 드론은 8분 만에 미국은 시험 불허…에베레스트도 미중 전장 속으로
"50m, 40m, 30m…."
대형 스크린을 바라보던 객석이 숨을 죽였다. 중국 에베레스트(중국명 주무랑마봉) 북사면 해발 5,200m 베이스캠프에서 이륙한 비행체가 정상을 향해 마지막 고도를 올리는 순간이었다. "도착했다(到了)." 관제팀의 외침이 들리자 객석 곳곳에서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다. 해발 8,861m 상공까지 올라 대기 관측 임무를 마친 DJI의 첫 복합익 수직이착륙(eVTOL) 화물 무인기 비행 기록이었다.

2일 중국 광둥성 선전 DJI 플래그십스토어에서 열린 '주봉사명' 발표회에서 DJI가 처음 공개한 복합익 화물 수직이착륙 화물 무인기 eVTOL 시제품이 전시되어 있다. 선전=이혜미 특파원
2일 중국 광둥성 선전 DJI 플래그십스토어에서 열린 '주봉사명' 발표회에서 세계 최대 드론 기업 DJI는 창립 20주년을 맞아 에베레스트에서 진행해 온 기술 개발과 활용 성과를 공개하고, 첫 복합익 화물 eVTOL 'EV50'의 시제품을 선보였다. 40여 개 매체 취재진이 참석한 이번 행사에 한국 언론 중에는 한국일보가 유일하게 초청받았다.
이번에 공개된 EV50은 활주로 없이 수직으로 이착륙한 뒤 순항 단계에서는 고정익 항공기처럼 비행하는 복합익 구조를 채택했다. 제자리에서 뜨고 내릴 수 있지만 장거리 운송에는 효율이 떨어지는 멀티콥터와, 장거리 비행에는 유리하지만 활주로가 필요한 고정익 항공기의 장점을 결합한 것이다. DJI는 EV50을 단순한 대형 드론이 아닌 '100㎞급 운송 플랫폼'으로 규정했다. 산악·도서 지역과 해상 시설, 재난 현장, 도시 간 긴급 물류 등 도로 접근이 어렵거나 시간이 중요한 장거리 운송 시장을 겨냥했다.
EV50은 해수면 기준으로 화물 50㎏을 싣거나, 화물을 싣지 않은 상태에서 150㎞를 비행하도록 설계됐다. 에베레스트 시험에서는 해발 5,200m에서 이륙해 최대 3,730m를 연속 상승하며 8,861m까지 도달했다. 극저온에서 배터리 성능이 떨어지는 문제를 막기 위해 배터리 자체 가열 기능을 적용했고, 풍속을 측정하는 피토관에도 결빙 방지 장치를 넣었다. DJI는 에베레스트 투입 전 6개월간 875차례, 총 254시간의 시험 비행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기체 곳곳에는 장거리 운송과 안전 운항을 위한 설계가 반영됐다. 밀리미터파 레이더와 어안카메라를 비롯한 다수의 센서를 탑재해 이착륙 과정에서 주변 환경을 전방위로 인식하도록 했다. 일부 조종면이나 배터리에 이상이 생겨도 비행을 계속할 수 있도록 다중화했고,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기체용 낙하산도 장착했다. 날개와 꼬리날개, 프로펠러는 접거나 분리할 수 있어 차량 운송이 가능하다. 다만 이날 공개된 기체는 양산 전 단계의 공학 시제품으로, 출시 시기와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다.
EV50은 중국 곳곳의 '길이 없는 물류 환경'에 활용될 수 있다. 가령 쓰촨성 단바는 높은 산과 깊은 협곡이 이어져 마을과 도로가 계곡을 따라 형성된 지역이다. 산사태로 도로가 끊기면 물자 공급이 일주일 가까이 중단되곤 했다. 친링산맥 일대 역시 산줄기와 계곡이 겹겹이 이어져, 소량의 긴급 화물이 인근 대도시로 곧장 가지 못하고 먼 물류 거점을 우회해야 했다. 저우궁 운송 드론 제품 책임자는 "수십㎞를 돌아가는 도로 대신 산을 직선으로 넘을 수 있는 운송 수단이 필요했다"며 "활주로 없이 이착륙하면서 100㎞급 거리를 효율적으로 비행하는 것이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2일 중국 광둥성 선전 DJI 플래그십스토어에서 열린 '주봉사명' 발표회에서 크리스티나 장(맨 왼쪽) DJI 부사장을 비롯해 프로젝트 관계자들이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선전=이혜미 특파원
에베레스트를 기술의 시험장으로
DJI와 에베레스트의 인연은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창업자 왕타오와 지도교수였던 리쩌샹이 자체 개발한 비행제어 시스템을 탑재한 무인 헬리콥터를 에베레스트 지역에서 시험했다. 이듬해에는 '에이스 원' 비행제어 시스템을 해발 4,700m 이상에서 운용했고, 2022년에는 매빅3로 해발 8,848.86m의 정상부를 촬영했다. 크리스티나 장 DJI 기업전략·커뮤니케이션 부문 부사장은 "에베레스트는 정복의 대상이 아니라 DJI가 기술을 측정하는 척도"라며 "편한 길이 아니라 어렵지만 옳은 길을 선택하는 것이 우리의 방식"이라고 말했다.
다만 DJI는 이번 EV50 공개를 새로운 사업 진출이라기보다 기존 운송 사업의 진화로 규정했다. 장 DJI 부사장은 한국일보와의 개별 인터뷰에서 "운송 사업은 플라이카트30을 출시한 2~3년 전부터 이미 시작했다"며 "이번에는 멀티콥터가 아닌 복합익이라는 새로운 형태를 통해 더 먼 거리의 수요에 대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존 드론은 날고 촬영하며 데이터를 얻는 도구였지만, 운송 드론은 실제 물자를 이동시킨다는 점에서 새로운 가치를 만든다 기존 드론은 날고 촬영하며 데이터를 얻는 도구였지만, 운송 드론은 실제 물자를 이동시킨다는 점에서 새로운 가치를 만든다"며 "기술적 능력과 현장의 수요가 맞아떨어지면서 사업이 자연스럽게 확장된 것"이라고 말했다.
에베레스트까지 번진 미중 드론 경쟁
에베레스트는 미중 드론 경쟁의 새로운 시험대로도 떠오르고 있다. 세계 최고봉이라는 극한 환경은 희박한 공기와 강풍, 영하 수십 도의 저온이 동시에 나타나는 곳이다. 이곳에서 안정적으로 비행하고 화물을 운반할 수 있다면 산악·도서 지역 물류는 물론 재난 구조와 국경 지역 보급 등 가장 까다로운 환경에서도 운용이 가능하다는 의미가 된다. DJI가 20년 가까이 에베레스트를 기술 검증 무대로 삼아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DJI는 2024년 화물 드론 플라이카트30으로 세계 최초의 에베레스트 화물 운송 시험을 마친 데 이어 올해는 플라이카트100과 EV50, 측량 드론까지 투입했다. 에베레스트 원정을 지원하는 셰르파들은 깊은 빙하 균열과 눈사태 위험이 상존하는 산악 구간을 걸어 산소통과 등반 장비를 운반해야 한다. 왕복에만 6~8시간이 걸리는 작업을 드론은 약 8분 만에 끝냈고, 돌아오는 길에는 산에 남겨진 폐기물까지 실어 날랐다.
다만 에베레스트는 중국과 네팔 국경에 걸쳐 있으며 북사면은 중국, 남사면은 네팔에 속한다. 중국은 자국 영토인 북사면에서 시험을 이어갈 수 있었지만, 미국은 네팔 남사면을 활용하기 위해 현지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미국은 올해 처음으로 자국산 고산 수송 드론의 성능 검증에 나섰지만 계획대로 진행하지 못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남·중앙아시아 특사 세르지오 고르가 이끄는 대표단은 지난 5월 미국 업체 프리플라이의 '알타 X 젠2'를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로 가져가 시험 비행을 추진했지만, 네팔 내무부가 '드론 비행 절차'와 '안보상 민감성'을 이유로 허가를 거부했다. 아랍권 알자지라 방송은 이 사건을 두고 "세계 최고봉이 세계 양대 경제대국 기술전쟁의 새로운 전장이 됐다"고 평가했다.
네팔은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 미국의 시험 비행을 불허한 뒤에는 중국 DJI 드론의 비행 허가도 일주일 동안 함께 중단하면서 미중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스티븐 펠드스타인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선임연구원은 알자지라에 "네팔이 결정을 번복한 사실 자체가 강대국 사이에 낀 국가가 얼마나 어려운 처지에 놓일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드론이 물류와 재난 대응을 넘어 국경 감시와 군사적 활용까지 가능한 기술로 발전하면서, 에베레스트 역시 패권이 충돌하는 지정학적 공간으로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2일 중국 광둥성 선전 DJI 플래그십스토어에서 열린 '주봉사명' 발표회에서 크리스티나 장 부사장이 EV50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선전=이혜미 특파원
기술은 올랐지만, 규제라는 또 다른 산
다만 에베레스트에서 기술력을 입증했다고 해서 곧바로 저고도 물류 시대가 열리는 것은 아니다. 안전과 안보를 둘러싼 규제 역시 함께 강화되면서다.
중국은 물류·관광·응급구조 등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우면서도 최근 안전과 안보 관리에는 더욱 민감해지고 있다. 지난달 베이징 도심의 최고층 건물인 시틱타워에 소형 경비행기가 충돌해 조종사가 숨지고 13명이 다친 사고가 발생, 통제된 수도 영공의 안전망에 허점이 있다는 논란을 불렀다. 중국은 이달 1일부터 개정 민용항공법을 시행해 민간 드론을 법률 차원의 관리 체계에 편입하고 적항인증과 식별번호 부여 등을 의무화하는 등 규제를 강화했다.
국제 분쟁에서 드론이 공격과 정찰의 핵심 수단으로 부상한 점도 규제 강화를 재촉한다. 2월 말 시작된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對)이란 군사작전에서 미국의 '루카스 드론'은 이란의 지휘통제시설과 방공망, 미사일·드론 관련 시설 등을 타격하는 데 투입됐다. 이러한 안보 우려를 반영하듯 중국도 수도 베이징의 무인기 통제를 대폭 강화했다. 베이징은 5월부터 시 전역을 통제 공역으로 지정해 허가받지 않은 비행을 금지하고, 드론의 온·오프라인 판매와 대여도 원칙적으로 막았다. 시내 DJI 매장에서 드론 제품은 모두 회수돼 판매하지 않는 상태다.
장 부사장도 EV50 상용화의 최대 장애물로 기술만큼이나 시장과 제도를 꼽았다. 그는 "어떤 지역과 항로에서 비행할 수 있는지, 허가는 일회성인지 상시적인지 등 정책과 규제가 갖춰져야 대규모 활용이 가능하다"며 "기술과 제도는 서로를 뒷받침하므로 두 조건이 함께 성숙할 때 산업도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술은 이미 에베레스트 정상보다 높은 곳까지 올라갔지만, 일상적인 저고도 물류가 되기 위해서는 안전과 규제, 국제 안보라는 또 다른 산을 넘어야 하는 셈이다.
선전=이혜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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