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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위 포식자 늑대 돌아오자

숲과 습지 전체가 되살아났다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Jul 26 2026 12:11 PM


생태에 대한 소양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바꿔 말하면 지금이 생태 소양이 턱없이 부족한 시대라는 의미다. 충분하다면 애써 언급하고 논의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그냥 부족한 상태로 별문제 없이 지내기만 한다면 괜찮을 수 있다. 문제는 생태 소양이 풍부한 상태에서도 조심해야 할 결정들을 일상적으로, 대규모로 벌이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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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오스트바더스플라센(OVP) 지역에 서식하는 코닉 포니 말 떼가 풀을 뜯고 있다. 김산하 생명다양성재단 대표 제공

 

정원이나 자투리 녹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을 관찰해 보라. 규모가 있는 임야나 습지를 가진 개인, 지자체의 경우에도 양상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들이 어떤 식으로 그 땅을 대하는지 보면 생태 소양이 얼마나 중요한지 쉽게 깨닫게 된다. 자기 땅을 자기가 어떻게 하든 무슨 상관이냐고 할지 모르지만, 소유권이나 권리 행사의 측면에서 보자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스스로의 땅에 투사하고 있는 관점을 생태적으로 바라보자는 것이다.

가장 두드러진 특징을 하나 꼽자면 바로 자연관의 부재이다. 건물을 세우거나 포장을 하지 않는, 나름의 자연을 허용하기로 한 땅에 한해서 논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하자. 흙이 노출된 땅에선 생명이 저절로 자라는 것이 자연의 섭리이지만, 땅의 소유주들은 이런 종류의 자생을 가장 적대시한다. 그들은 거의 예외 없이 그들이 '원하는' 것들로만 채우고자 한다. 말하자면 일종의 '디자인 콘셉트'는 가지고 있으나 자연관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자연의 자리를 점점 조경이 차지하고 있는 경향이 눈에 띈다. '만들 조(造)' 자와 '경치 경(景)'의 조경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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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코아 계곡의 리와일딩 현장의 스라소니 복원 장소. 김산하 생명다양성재단 대표 제공

 

'스스로 자(自)'와 '그럴 연(然)'의 자연의 뜻에 비추어 보면 위의 특징은 더욱 분명하게 나타난다. 지역적 특성이나 원래 식생과는 아무런 상관없이 주관적 이유로 선정된 생물로 공간은 '꾸며진다'. 모든 구성은 소유권자의 계획에 따른 것이어야 하며 자발적인 조성은 방지 또는 수정되어야 한다. 저절로 생긴 뭔가가 그냥 살도록 놔두는 행위는 부정적 의미의 방치로만 여겨진다. 대신 인공적 개입 및 전정 등의 행위는 과도하더라도 성실성으로 해석한다. 그리고 원하는 그 상태가 쭉 유지되도록 관리와 통제의 패러다임을 적용한다.

개인 소유의 녹지에서 벌어지는 일이 개인 차원에서만 끝난다면 괜찮으리라. 그러한 관점과 취향이 모이고 모여 서식지 규모의 녹지와 국가적 수준의 토지정책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문제인 것이다. 산의 사면 전체를 깎아 꽃밭으로 조성하거나, 기존의 숲을 베어 없애고 엉뚱한 수종의 산림으로 강제 대체하는 일이 모두 이에 해당한다. 수변은 아무거나 심었다 없애고 또 심는 거대 화단 정도로 치부되는데도 그 수난조차 인식되지 못한다. 그런데 생태적 고려 없이 녹지를 대하는 태도에서 가장 심각한 성분은 따로 있다. 바로 야생에 대한 인식의 부재이다. 야생의 존재, 야생의 중요성, 야생의 가치에 대한 인식과 이해와 수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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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코아 계곡의 리와일딩 현장. 김산하 생명다양성재단 대표 제공

 

반생태적 울타리, 폭력적 유해동물 제도, 비과학적 야생동물 지위 등 이 모든 문제를 관통하는 철학적 끈이 바로 야생성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이다. 인간이 본위대로 통제할 수 있는 자연은 극히 일부이다. 우리가 구획해 놓고 집중하는 작은 울타리 바깥의 거대한 자연 세상은 속성상 야생적이며 그래서 그 누구의 뜻도 따르지 않는다. 야생은 자율적이고, 주체적이고, 자기 조직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인식 없이 어리석은 대결 구도의 태도로 자연을 대하기에 언제나 문제에 봉착하게 되는 것이다.

첨단의 21세기를 사는 우리에게 야생이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냐고 한다면 정말 모르시는 말씀이다. 오히려 과학 발전과 기후위기의 도래 등으로 야생을 새롭게 조망하고 또 받아들이는 움직임이 전 세계적으로 일고 있다. 바로 이름하여 '리와일딩(Rewilding)'이다. 재야생화(再野生化)로 번역되기도 하는 이 개념은 말 그대로 야생의 복원을 의미한다. 잃어버린 야생의 자연이 건강하고 풍부하게 돌아오도록 도모하는 운동이자 새로운 자연관이다.

 

f8d94ef7-5859-477f-8181-93620c4326f5.jpg네덜란드 오스트바더스플라센(OVP) 전경. 김산하 생명다양성재단 대표 제공

 

어째서 새롭다고 할 수 있는가? 지금까지 우리는 사라져가는 자연의 극히 일부를 구하는 데 집중해왔다. 멸종위기종을 필두로 중요 서식지를 지키는 다소 소극적인 접근법이었다. 그러다 보니 야생의 자연은 국립공원 등의 보호지역에 국한된 것으로 여겨졌고, 그마저도 수많은 노력과 비용이 드는 지속적인 관리를 필요로 했다.

리와일딩은 수세에 놓여있던 자연보전 노력을 공세로 전환한다. 오늘 우리가 처한 상태를 기준으로 삼는 대신 생태계가 풍부했던 시절을 출발점으로 삼는다. 그러나 어느 특정 시대의 생물상을 충실하게 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생태계가 건강하고 왕성하게 돌아가도록 다양성을 되찾고자 한다. 벼랑 끝에 매달린 한두 종에 집중하는 대신 최상위 포식자, 대형 초식동물, 청소 동물 등 먹이 피라미드 전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생물들을 귀환시키는 것이 목표이다. 여기에는 소위 위험한 동물도 포함된다. 한때 그토록 없애려고 했던 바로 그 야생의 자연을 다시 되돌리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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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로스톤 국립공원에 복원된 늑대 무리가 설원을 거닐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잘 알려진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늑대 복원이 대표적이다. 최상위 포식자인 늑대가 돌아옴으로써 숲과 습지 전체가 되살아난 사례는 이미 유명하다. 이외에도 네덜란드의 간척지에서 벌어진 오스트바더스플라센(Oostvaardersplassen·OVP) 사례, 영국 넵(Knepp) 농장 및 런던 비버 복원, 러시아 홍적세 공원 조성, 세이셸 군도 육지거북 복원 등 사례는 차고 넘친다.

야생의 자연을 능동적으로 복원하는 리와일딩의 결과도 주목할 만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핵심 철학이다. 과거의 자연을 참고로 최대한 풍부하게 되돌려 놓으려 하되 자생종과 외래종의 이분법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지키지 않는다. 즉, 종 구성주의에 충실하기보단 생태적 건강성에 초점을 맞춘다. 그리고 주요 생태적 성분이 갖춰지고 나면 차차 손을 떼는 것을 목표로 한다. 자연이 알아서 제 갈 길을 찾고 자기 운명 결정권을 발휘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특정 생물을 유해하다고 보거나, 우리 동물이냐 아니냐 구분 짓는 것이나 모두 구태의연한 논의로 전락한다. 인간 본위의 판단과 재단에 의거한 인공적 관리체제가 아닌, 야생성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생명 본연의 의지를 존중하는 자세로 나아가야 한다. 그리고 이것은 탁상공론의 수사가 아니다. 세계 곳곳에서 이미 실천 및 실현하고 있는 엄연한 현실이다. 우리도 이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때다.

김산하 생명다양성재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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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koreatimes.net/주간한국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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