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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미, 입단 4년 만에 수석무용수
“무대 너무 즐겨서 눈물도 안 났어요”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Jul 25 2026 02:13 PM
ABT 한국인 무용수 세번째
"수석무용수로 승급하면 눈물이 날까, 상상해 본 적이 있어요. 그런데 막상 그날은 무대를 정말 즐겨서 기분이 좋았고 눈물이 나기보다는 공연을 잘 끝냈다는 안도감이 컸죠."

박선미(가운데)가 15일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하우스에서 '백조의 호수' 공연 후 수석무용수 승급 발표를 들은 뒤 수전 재피 ABT 예술감독(왼쪽), 함께 출연한 토마스 포스터와 무대 인사를 하고 있다. ⓒNatalia Sánchez
미국 아메리칸발레시어터(ABT)의 한국인 무용수 박선미(27)가 15일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하우스 무대에서 '백조의 호수' 공연 직후 수석무용수 승급을 통보받던 극적인 순간을 이렇게 회상했다. 19일 전화로 만난 박선미는 "침착한 반응 때문에 주변에서 (승급을) 미리 알았던 것 아니냐고 묻던데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2026~2027 시즌이 시작하는 9월 1일부터 서희, 안주원에 이은 ABT의 세 번째 한국인 수석무용수가 된다.
발표 당시 객석에는 한국에서 온 어머니가 있었다. 반려견을 돌보기 위해 미국행을 망설이던 어머니는 "승급 여부와 상관없이 첫 '백조의 호수'는 꼭 보겠다"며 딸을 찾았다.
박선미는 지난달 20일 '백조의 호수' 오데트(백조)·오딜(흑조) 역으로 데뷔했고, 두 번째 무대인 15일 공연에서 수석무용수 승급을 통보받았다. 승급 유력 후보로 거론되곤 했지만 정작 본인은 마음고생이 심했다. "주변에서 될 거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많으니 혹시라도 무대에서 실수를 많이 해 기회를 날려 버리면 스스로에게 실망할 것 같았다"고 했다. 모처럼 어머니가 찾아왔지만 같이 시간을 보내지 못하고 '이번에는 꼭 승급하고 싶다. 공연이 끝날 때까지만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며 "그만큼 예민해져 있었다"고 털어놨다. 커튼콜에서 수전 재피 ABT 예술감독이 승급을 발표하자 어머니는 눈물을 흘렸고 "이걸 놓쳤으면 어쩔 뻔했냐"고 했다고 한다.
부담감은 '백조의 호수' 준비를 시작한 올 1월부터 커졌다. 리허설 첫날 이리나 콜파코바 코치와 포르 드 브라(팔 동작)만 한 시간 동안 교정했고, 알라스콩 턴(한 다리를 옆으로 든 채 도는 회전 동작) 하나를 두고는 수개월을 씨름했다. 그는 "이상할 정도로 그 턴만 잘 안 됐는데 승급이 발표된 바로 그날 공연에서는 그토록 풀리지 않던 동작을 처음으로 완벽하게 성공했다"며 "공연이 끝나고 선생님께 '드디어 됐어요'라고 말씀드릴 수 있어 그것도 정말 행복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백조의 호수'를 준비하면서는 피눈물 나게 연습했다"며 "그만큼 준비하고 무대에 섰더니 처음으로 공연 자체를 즐길 수 있었고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고 덧붙였다.

다음 시즌부터 수석무용수로 활동하게 될 무용수들이 수전 재피 예술감독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재러드 컬리, 박선미, 수전 재피, 제이크 록샌더. ⓒNatalia Sánchez
수전 재피 예술감독은 승급을 발표하며 박선미를 "모든 춤에 '조용한 힘'을 불어넣는 무용수"라고 평가했다. 박선미는 "공연 전에는 많이 떨지만 무대에 올라가면 오히려 잡생각이 사라지고 무대를 즐기는 편이라 내 춤을 힘이 있다고 봐주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선미는 2021년 ABT 연수단원으로 합류해 2022년 2월 정단원(코르 드 발레·군무)이 됐고, 7개월 만에 솔리스트로 승급한 데 이어 다시 4년 만에 수석무용수 자리에 오른 초고속 케이스다. 선화예중·고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다진 기본기는 지금도 가장 큰 자산이다. 그는 "한국의 엄격한 교육 덕분에 흔들리지 않는 기본기를 익혔기 때문에 미국에 와서 나를 사랑하는 법도 배울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이번 승급은 박선미 개인에게만 의미 있는 일이 아니다. 코르 드 발레 등급이었던 한국인 무용수 서윤정도 이틀 뒤 솔리스트 승급이 확정됐다. 한국인 무용수들의 잇따른 승급 소식에 가장 선배인 서희는 단체 대화방에 "우리 어벤저스야"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박선미는 "(서)희 언니는 선배가 아니라 가족 같은 사람"이라며 "언니가 내게 그랬듯 나도 후배들에게 필요한 일이 있으면 언제든 이야기하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박선미는 한예종 무용원 개원 30주년 기념 공연 등 갈라 무대를 위해 다음 달 일시 귀국한다.

한국인 무용수 서윤정(왼쪽 세 번째) 등 솔리스트로 승급한 무용수들이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Natalia Sánchez
수석무용수가 된 뒤에도 춤의 완성도를 높이고 관객과 함께 행복해지는 무대를 만들겠다는 꿈에는 변함이 없다. "예전에는 빨리 주역을 맡고 싶다는 생각 때문에 앞만 보고 달렸지만 이제는 무대를 더 즐기고 싶어요. 제가 즐기면 관객도 함께 행복해질 수 있다고 믿어요."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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