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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세 출산’ 주치의의 조언

“고령 임신, 누워만 있으면 위험”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Aug 04 2026 01:51 PM

고령·비만 산모 늘며 혈전증 위험 커져 숨차지 않게 평지 천천히 걷기 추천


"임신에 대해 잘못 알려진 내용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조산 위험성을 우려해 '가만히 누워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임신 자체가 혈전증 위험을 높이는데, 움직이지 않으면 오히려 더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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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인근에서 만난 박중신 산부인과 교수가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원다라 기자

 

22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인근에서 만난 박중신 산부인과 교수는 "과거에는 드물다고 여겼던 혈전증과 폐색전증 환자가 산부인과 진료 현장에 많아졌다고 느낀다"며 이같이 말했다. 혈전은 피가 응고돼 생긴 덩어리로, 혈전이 혈관을 따라 이동해 폐동맥을 막으면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산부인과 의사로서 박 교수의 이력은 특별하다. 만삭까지 임신을 유지한 국내 최고령 63세 산모의 진료와 출산을 담당했고,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 남편을 둔 아내와 코로나19에 감염된 임신부 등 고난도 사례도 진료했다. 4월에는 27년간 고위험 산모와 중증 태아 진료에 헌신한 공로로 황조근정훈장을 받았고, 현재 대한모체태아의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그는 "고위험 임신일수록 막연한 통념보다 정확한 위험 평가와 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임신 진료 현장이 과거와 어떤 점이 다릅니까.
"임신부 나이가 빠르게 높아졌어요. 체중이 많이 나가는 임신부도 크게 늘었고요. 그래서 혈전 문제가 급증했습니다. 임신 자체가 혈액을 잘 굳게 하는데, 비만이나 활동량 감소가 겹치면 혈전증 위험이 더 커집니다. 혈전이 폐동맥을 막으면 호흡 곤란을 일으키고 사망할 수도 있어요. 혈전은 주로 다리의 굵은 정맥에 생기기 때문에 한쪽 다리가 유난히 붓거나 종아리에 통증이 지속되면 검사를 받는 게 좋습니다. 승용차나 비행기처럼 좁은 공간에 오랫동안 앉아 있는 상황도 혈전증 위험을 높입니다."


-그래서 임신 중 건강 관리에 더 관심이 많아진 듯합니다.
"잘못 알려진 방식이 많습니다. 가령 조산 위험을 피한다며 직장까지 그만두고 집에 누워만 지내는 분들이 있어요. 그런데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혈전증 위험이 커집니다. 최소한의 운동은 하셔야 합니다. 임신성 당뇨병이 있다고 운동을 지나치게 강하게 하는 분도 있습니다. 임신부에게 적절한 운동 강도는 운동하면서 대화가 가능할 정도입니다. 계단을 오르는 분들도 있는데, 숨차지 않을 정도로 평지를 천천히 걷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무거운 물건을 들거나 배에 힘이 들어가는 운동은 피하는 것이 좋고요."


-산모의 나이가 임신과 출산에 어떤 영향을 미칩니까.
"나이가 들면 체력 면에서 다소 불리할 수 있지만, 개인차가 큽니다. 자연분만이 가능한지 여부도 나이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산모의 건강과 체력, 태아 상태, 자연분만 의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해야 합니다."


-난임 시술을 받는 이들이 늘고 있습니다.
"난임 시술을 받으면 다태임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다태임신 자체가 혈전증, 임신중독증, 임신성 당뇨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 임신입니다. 신생아 합병증 위험도 높아진다고 알려졌어요. 쌍둥이는 단태아의 4배, 세 쌍둥이는 18배까지 뇌성마비 위험이 증가한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은 다태임신 출산을 저출생 시대의 미담처럼 소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건강하게 태어난 사례만 부각하면 당사자가 위험을 충분히 알지 못한 채 결정할 수 있어요."


-임신 중엔 예방접종을 피해야 한다는 인식도 여전합니다.
"예방접종을 하지 않아 감염됐을 때의 위험과 백신 접종의 이익을 함께 비교해야 합니다. 백일해의 경우 임신부가 예방접종을 해서 만들어진 항체는 태반을 통해 태아에게 전달될 수 있어요. 아기가 태어난 뒤 스스로 백신을 맞을 수 있을 때까지 보호막 역할을 하는 겁니다.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도 필요합니다. 임신하면 커진 자궁이 흉곽을 밀어 올려 호흡기계에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호흡기 감염이 중증으로 진행할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일부 국가에서는 임신부가 호흡기 세포융합바이러스 감염증(RSV) 백신을 맞아 태아를 보호하도록 하고 있지만, 아직 국내에선 접종이 불가능합니다.

풍진 백신처럼 살아 있는 바이러스를 약화해 만든 생백신은 임신 중 접종하지 말아야 합니다. 임신 초기에 풍진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태아의 심장이나 눈, 귀 등에 선천성 기형이 생길 수 있습니다. 임신 전 풍진 항체가 있는지 확인하고, 항체가 없다면 백신을 접종한 뒤 4주 동안 임신을 피해야 합니다. 다만 임신 사실을 모르고 풍진 백신을 맞았다고 해서 곧바로 임신중지를 고려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백신에 포함된 약독화 바이러스 때문에 선천성 풍진증후군이 발생한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습니다."


-고위험 산모 진료를 계속할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입니까.
"산과는 두 생명을 동시에 다루는 유일한 진료과입니다. 63세 국내 최고령 산모를 진료한 적이 있는데, 끝까지 건강을 잘 유지해서 제왕절개로 분만했고 아이도 건강하게 잘 지낸다고 합니다. 반면 산모가 젊어도 건강하지 않으면 가족의 운명이 바뀝니다. 늘 산모와 아기의 건강을 지킨다는 생각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원다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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