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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우리 반에서 통일을 원하는 애는 3명뿐이야"
황현수의 들은 풍월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Aug 06 2026 12:02 PM
지난 7월 초부터 한달 동안 미국 여행을 다녀왔다. 여행은 세상을 직접 보고 경험하면서 내 안에 있던 좁은 생각을 자연스럽게 깨뜨려 준다. 이번 여행은 손녀들과 함께하는 일정이어서 누구를 만날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다. 하지만 고국에 있을 때, 함께 근무했던 선배가 캘리포니아에서 동부로 이사를 오면서 "이제 우리 언제 다시 보겠어?" 하며 얼굴 꼭 한번 보고 가라고 해서 만났다.
김용현 선배는 MBC PD 출신으로 오랫동안 미국 LA를 거점으로 활동해 온 언론인이자 평화운동가다. 한반도 평화와 통일, 재외동포 사회의 역할에 대해 꾸준히 연구하고 있는데, 3년 전에는 북한에도 다녀왔다고 한다. 김 선배와 나의 선친 고향이 같은 함경북도이어서 자연스레 통일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다.
"선배님, 남북 통일할 수 있겠어요?"라고 물었다. "글쎄, 좀 어려울 것 같아. 북한이 경제는 어렵지만, 생각보다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미국 사이에서 외교적으로 안정을 찾고 줄다리기를 잘하고 있는 것 같아. 북이 고향인 1세대들도 모두 떠나고, 통일에 대한 염원이나 간절함이 없어졌으니…"
그 외에도 통일에 대한 선배의 지혜와 식견을 들을 수 있었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먼 이국 땅에서 이렇게 만났음에 감사하고 "또다시 봅시다"하며 아쉬운 작별을 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이제 통일은 사실 어렵다'는 말이 자꾸 여운에 남았다.
지난 6월, 우연히 본 <통일을 위한 통일 교육>이라는 동영상이 떠오른다. 강사의 중학생 아들이 "아빠, 우리 반 애들 중에 통일을 원하는 애는 3명뿐이야" "그래, 너네 반 학생이 몇 명인데?" "전부 36명이야" 하면서, "그래도 나는 아빠가 통일 연구를 해서 좋아" 했다며 말문을 열었다.
발표자인 서울대 김상범 교수는 '통일 교육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화두를 꺼내며, "지금 통일 교육이 아무 가치도 따지지 않는 중립이나 제삼자적 입장에서 '통일은 하기 어려운 문제야, 또는 북한에서는 이렇게 한다' 등의 교육은 하면 안 된다"라고 한다.
젊은 세대에게 "경제 논리로 통일을 설득하는 것은 오히려 그들의 꿈을 제한하는 오만한 태도일 수도 있어요. 더 큰 꿈을 꿀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진짜 교육이죠"라고 말한다. 북한에 대해 제대로 알고 이해하는 것이 통일에 대한 의지를 꺾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통일을 더 깊이 고민하게 만드는 힘이 된다고 한다.

김용현 평화연구소 소장이 자신의 텃밭에서 아내와 손녀에게 오이와 고추 등의 채소를 따 주고 있다. 김 소장은 한반도 평화와 통일, 재외동포 사회의 역할에 대해 꾸준히 연구하고 있다.
김 교수의 말에 동의한다. 기본적으로 통일에 대한 꿈을 버리지 말아야 한다. '언젠가는 꿈은 이루어진다'는 믿음을 가지고 말이다. 북한과 남한이 왜 분단이 되었는지, 북한의 실상을 후대에 사실 그대로 가르쳐야 한다. 그리고 통일의 해법을 다른 관점으로 찾아봐야 하지 싶다. 지난해 말, 한국 <민주평통사무처> 주관으로 실시한 통일 세미나에서 AI 시대에 맞춰 전문가들이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놓았는데, 그 중에 흥미로운 제안이 있어 소개한다.
“요즘 한국은 다가오는 디지털 시대와 AI 패권 경쟁 속에서 중요한 지점에 서 있다. 한국은 반도체, 배터리, AI 등 핵심 전략 기술을 보유하고 있기에 미국과 중국 모두에게 협력을 요구받는 위치다. 이는 한국이 단순히 '어느 나라와 더 가깝냐?'라는 편 가르기를 넘어, 디지털 기술 핵심 보유국으로서 외교적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이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은 단순히 기술 경쟁을 넘어 AI 플랫폼과 국제 규범을 누가 먼저 선점하느냐의 문제로 치닫고 있다. 한국은 이 경쟁 속에서 실질적인 산업 역량을 바탕으로 새로운 디지털 표준을 설계하고 협력 네트워크를 만드는 일을 해야 한다.”
북한을 단순한 '적대적' 대상이나 '물리적 통합'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디지털 생태계로 함께 도약할 동반자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끌어들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한국과 북한은 안보와 경제라는 공동의 딜레마를 가지고 있다. 두 관점에서 한국은 미국과 동맹을,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의 눈치를 살펴야 한다. 하지만 새로운 AI 시대를 맞이하여 한반도에서 남북이 힘을 합쳐 디지털 기술 문명의 표준을 주도적으로 설계하면 강대국 사이에서 남북은 실용적 외교를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문제는 AI 시대라는 거대한 문명의 전환기 속에서 남북이 '서로가 없으면 새로운 문명을 설계할 수 없다'는 인식을 어떻게 전개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남한은 AI 기술과 자본, 문화적 콘텐츠를 제공하고, 북한은 노동력, 새로운 문명 실험을 위한 공간과 역량을 제공함으로써 각자 이익을 창출하는 구조로 함께 가자는 것이 통일 전문가의 의견이다.
다가오는 AI 시대가 세계 지형을 어떻게 바꾸어 놓을지 아무도 모른다. 그 길목에 우리 해외 교포들과 이민 2세들이 남북한 간의 간접적인 소통 창구를 만들고, 민간 차원의 신뢰를 쌓아 가는 역할을 할 수 있지 싶다.
남과 북이 분단 100년을 앞두고 있다. 이제 분단 후 3세대가 지나면 민족적 동질감이 희석되고, 통일의 필요성 자체가 무색해질 수 있다. 지금 젊은 세대는 통일을 마땅히 해야 할 일로 보지 않고, 선택의 문제로 본다. 그래서 이들에게 통일은 '부담'이 아니라 '기회'가 되어야 한다. 다가오는 AI 시대가 우리가 통일이라는 눈부신 꿈을 이룰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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