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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끝에서 꽃피운 여름 별미
교토식보다 진한 매력 ‘오사카 하모’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Aug 09 2026 01:40 PM
일본인의 장어 사랑은 남다르다. 우리나라 사람도 장어를 즐겨 먹지만 전 세계 장어 10마리 중 8마리는 일본에서 소비된다. 저렴한 서민 음식으로 붕장어(아나고·바닷장어), 고급 별미로 뱀장어(우나기·민물장어)가 사랑받는다. 그러나 여름 한철 뱀장어보다 귀한 대접을 받는 ‘바닷장어’가 있다. 붕장어처럼 바다에 살지만 민물장어보다 비싼 갯장어(하모)다.

일본 오사카부 오사카시의 한 음식점의 갯장어(하모) 코스 중 하모스키.
혼동하기 쉽지만 갯장어의 ‘갯’은 서식처를 뜻하지 않는다. 날카로운 이빨과 사람을 물려는 습성이 동물 개를 연상시켜 붙은 이름이다. 민물장어는 장어 특유의 향과 감칠맛이 도드라지고 살이 쫄깃·탱글한 반면 바닷장어는 상대적으로 담백하고 살이 부스러진다. 갯장어는 둘 사이의 맛과 식감을 가졌다. 전체적으로 바닷장어와 더 비슷하지만 섬세한 감칠맛과 단맛이 돌아 천천히 음미하며 먹는다. 우리나라에서는 원래 갯장어를 잘 먹지 않았는데 일제강점기 이후 일식 손질·조리법을 응용해 소비하기 시작했다.
갯장어가 한철 별미인 이유는 일생을 깊은 먼바다에서 보내다 산란기(여름) 전후에만 연안으로 몰려들기 때문. 예로부터 오사카 앞바다 일대에서 많이 잡혔다. 지금도 오사카만이 속한 세토내해 동쪽에서 잡힌 걸 최고로 친다. 오사카만, 기이수도, 하리마해, 오사카만 한가운데 위치한 아와지시마와 바로 인근 도쿠시마가 갯장어 주산지다.
하모 요리의 관건은 호네키리(뼈 자르기)다. 몸통에 Y자형 잔가시가 촘촘히 박혀 있어 일일이 뽑는 것은 불가능하다. 껍질만 남기고 살에 1~2㎜ 간격으로 칼집을 넣어 가시를 잘게 끊어야 한다. 껍질이 끊어지면 살이 부스러져 힘 조절이 생명이다. 일식 요리사들은 호네키리 숙련도로 서로의 실력을 가늠한다고.

하모 야키시모즈쿠리.

하모유비키.
관서 지역을 대표하는 여름 보양식이지만 관서 양대 도시의 조리법이 다르다. 교토는 궁중요리 영향으로 정석적인 일식, 가이세키를 지향한다. 정갈한 전채 모둠, 전분을 묻혀 모란꽃처럼 둥글게 데치는 ‘보탄(모란)하모’가 대표적이다. 반면 ‘상인의 도시’ 오사카는 푸짐한 횟집 코스 같은 요리를 지향한다. 두 도시의 차이점이 가장 두드러지는 갯장어 요리는 바로 냄비 요리. 맑은 다시마 국물을 쓰는 교토식 ‘샤부샤부’와 달리 오사카식은 갯장어 뼈육수에 양파를 산더미처럼 넣고 달큼하게 끓인다. 그래서 ‘샤부’가 아닌 ‘스키’라 부른다.
오사카의 한 음식점에서 현지식 하모 코스를 맛봤다. 첫 접시는 뱃살 유비키. 기름이 오른 뱃살을 살짝 데쳐 특제 폰즈를 곁들인다. 보기만 해도 맛있다. 복어 껍질 무침이 떠오르는 탱글한 식감. 이어 나온 하모오토시는 데친 살이 꽃처럼 부풀어 올랐다. '아, 이게 하모지!'라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새콤한 매실 소스가 혓바닥을 깨워 본격적인 코스를 맞을 채비를 한다.

하모오토시.

하모덴푸라.
일행이 꼽은 최고 요리는 갯장어의 감칠맛이 선명하게 드러난 덴푸라(튀김)였다. 충분히 익혀 살맛이 제대로 오른 튀김에 시소잎을 넣어 느끼함을 잡았다. 야키시모즈쿠리는 껍질만 토치로 그을려 얼음물에 담가 식힌 회다. 숯향 머금은 껍질 아래 살짝 녹은 피하지방의 고소함과 섬세한 살맛을 동시에 음미할 수 있다. 다레야키는 하모 뼈를 우려낸 양념장을 반복해 발라 가며 구운 것으로, 장어 가바야키(양념구이)와 닮았지만 한결 담백하다. 간장과 미림 베이스의 윤기가 흐르는 표면 아래 살이 촉촉하게 살아 있다.
대미는 역시 하모 스키. 갯장어 뼈로 우린 육수에 양파, 배추, 두부, 버섯을 듬뿍 넣고 푹 끓인다. 채수가 충분히 우러나면 하모 살을 한 점씩 넣어 익혀 먹는다. 도쿠시마산 하모를 사용해서인지 같은 도쿠시마 특산물인 스다치(청귤)가 한 쪽씩 곁들여 나왔다. 쪽파와 스다치즙을 육수에 짜 넣으면 산미와 알싸함이 더해져 국물이 한층 깊어진다. 마무리는 남은 육수에 우동 면을 넣어 말끔히 비우는 것. 국물을 사랑하는 한국인답게 숟가락이 멈추지 않았는데, 냄비 수위가 낮아질 때마다 말하지 않아도 주인장이 육수를 넘칠 듯 채워줬다. 오사카의 풍족함에 심신이 보양되는 한 끼였다.
오사카=글·사진 이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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