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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주간한국

선택한 촌스러움에 ‘야호-!’

한물간 유행이 물 만난 이유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Aug 16 2026 01:55 PM

리센느 멤버 미나미의 ‘갸루’ 밈 인기 정체성·취향 분명한 캐릭터 매력과 Y2K 노스탤지어, 젠지 감성에 부합


인트로

젠지들이 다 여름방학이라도 간 것인지, 이번 주에는 새 유행이 없다. 재방송도 아니다. 알고리즘은 키캡과 미나미, 그리고 라탄 조명을 만드는 던이나 간간이 보여준다.

그래서 이번 주에는 실패한 유행을 다시 들여다보기로 했다. 젠지는 실패한 유행을 자기 것으로 다시 만드는 세대니까.
 


미나미상 하지메마시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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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채널 '안원잘부' 영상 캡처

 

미나미라는 이름을 처음 본 게 언제였는지는 기억한다. 명확히 굉장히 무더웠으므로 우리 여름인 것으로 퉁치자. 쇼츠였다. 갸루 둘이 설렁설렁 파라파라를 추고 있었다. 뭐야, 이거.

그 영상은 조회수 사냥꾼들의 손을 타고 계속 재가공됐다. 스크롤을 아무리 내려도 또 나오고 또 나왔다. 나는 결국 끝까지 보고 말았다. 그곳이 시부야 스크램블 교차로 한복판이라는 것도, 두 사람의 이름이 원이와 미나미라는 것도, 리센느라는 5인조 걸그룹의 이야기라는 것도 나중에 알았다.

그때는 단지 이렇게 생각했을 뿐이다.

아니, 이걸 왜 지금 춰? 이거 2002년에 소유진 언니가 '파라파라퀸'으로 추던 그 춤이잖아?

 


실패했던 유행

파라파라는 여러 차례 대한민국 상륙에 실패한 역사가 있다. 2001년 이박사의 ‘학교매점 출출해’와 V2 양준일의 ‘Fantasy’가 먼저 파라파라를 끌고 왔고, 이듬해 소유진 언니의 ‘파라파라퀸’이 그 흐름을 이어받았다. 하지만 유로비트 곡 네 개를 이어 붙였다는 표절 논란까지 겹치며 크게 흥하지는 못했다.

정작 많은 한국 사람은 파라파라를 소유진 언니보다 코나미의 오락실 게임 ‘파라파라 파라다이스’나 ‘명탐정 코난’ 오프닝에서 코난이 추던 교통정리 춤으로 기억한다.

2002년의 파라파라에게 없었던 게 하나 있다면, 실패를 되감아 볼 통로였다. 그때는 TV와 음반이 거의 전부였고, 반응이 없으면 그것으로 끝이었다. 실패한 유행을 다시 꺼내 볼 서랍 자체가 없었다.

지금은 다르다. 원이의 개인 채널에 올라온 짧은 영상 하나가 알고리즘을 타고 몇 년 치 기록을 순식간에 뒤집는다. 예전에는 같은 것이 다시 나타나도 그것이 처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볼 방법이 없었다. 지금은 각자의 피드 전체가 실패한 유행을 보관하는 서랍이 됐다.

24년 뒤, 파라파라는 숏폼이라는 완전히 다른 통로를 타고 돌아왔다. 그리고 나는 그 춤을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처음 보는 것처럼 바라봤다.
 


미나미라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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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 야호~." 한마디 외침이 밈(Meme)이 되면서 무명에 가까웠던 그룹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그룹 리센느의 이야기다.

 

그때부터 궁금해졌다. 이미 젠지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 멤버, 미나미라는 사람은 대체 누구인가.

아이돌계의 바이블, 나무위키에 따르면, 리센느는 원이, 리브, 미나미, 메이, 제나로 이루어진 5인조 걸그룹으로 2024년에 데뷔했다. 그룹명은 장면을 뜻하는 ‘Scene’과 향을 뜻하는 ‘Scent’를 합친 말이다.

대형 기획사 소속이 아닌 리센느는 데뷔 초 무대 시간이 부족하다는 말에 “1분 만요”라고 부탁해, 아무 장치도 없는 맨 흙바닥 운동장에서 노래하고 춤췄다는 일화가 있다. 그렇게 무대를 찾아다니던 그룹의 멤버 미나미가 원이의 개인 유튜브 채널에서 갑자기 갸루가 됐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거제, 야호~!"

여기서 ‘야호’는 산 정상에서 외치는 그 야호가 아니다. 일본 젊은 세대가 가볍게 인사할 때 쓰는 '얏호(やっほー)'에 가깝다. 미나미는 그냥 인사를 했을 뿐인데, 한국어 화자의 귀에는 등산객의 함성처럼 들렸다. 뜻은 어긋났는데 소리는 겹쳤고, 그 어긋남이 밈이 됐다.

온라인에서는 이런 혼합을 흔히 ‘한본어’라고 부른다. 르세라핌 사쿠라의 ‘야바인데’, ‘마지 고마워’처럼 일본어와 한국어를 섞고, 두 언어 사이의 어색한 틈을 일부러 가지고 노는 방식이다.

정확하게 전달됐다면 아무도 기억하지 못했을 인사말이, 잘못 들린 덕분에 모두가 따라 하는 말이 됐다.

그렇다고 리센느를 밈으로만 유명해진 그룹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일단 노래가 좋다.
 


이미 듣고 있던 노래

리센느의 노래를 쭉 듣다가 웃었다. 올리브영 매장에서 계속 흘러나오던 바로 그 노래였다. 제목만 몰랐을 뿐, 이미 알고 있던 노래였다.

엄마에게 "요즘 가수도 몰라?" 하고 면박을 주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화제의 곡은 2024년 첫 미니앨범 타이틀곡 'LOVE ATTACK'이었다. 발매 당시에는 순위 900위권에 머물렀던 곡이 미나미 밈을 타고 약 2년 만에 멜론 'TOP100' 1위까지 올라갔다. 리센느는 그 기세로 카라의 니콜과 함께 리메이크 싱글 'Pretty Girl'을 냈고, 공개 당일 멜론 'HOT100' 1위에 올랐다.

나는 이 노래가 뜨기 전부터 이미 이 노래를 듣고 있었다. 몰랐던 게 아니라, 내가 모르고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던 것이다.

디깅으로 음악을 찾아 듣는 시대라고 하지만, 모두가 스스로 곡을 발굴하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수많은 사람은 매장과 피드에서 음악을 먼저 만난다. 다만 예전에는 제목을 모른 채 지나쳤던 곡이, 지금은 밈 하나를 타고 다시 피드에 올라와 자신의 이름을 밝힌다.

"네가 계속 듣던 노래가 나야."
 


젠지는 왜 미나미에게 열광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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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리센느 미나미가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7회 섬의 날 홍보대사 위촉식에서 홍보대사로 위촉된 뒤 토크쇼 중 '거제 야호'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시스

 

그런데 이것은 또 다른 질문이다. 젠지 팬덤을 가진 아이돌도 많고, 갸루 콘셉트를 한 아이돌도 미나미가 처음은 아니다. 그런데 왜 유독 이 사람에게 모두가 이렇게까지 반응했을까.

답의 절반은 미나미의 이야기가 아니다. 갸루라는 콘셉트 자체가 이미 젠지 문화 안에서 데워지고 있었다.

2000년대에 유년기를 보낸 세대가 성인이 되면서, 어린 시절 곁눈질로 보던 갸루 문화를 스스로 다시 불러내고 재해석하는 흐름이 생겼다. 디지털카메라의 부활 같은 Y2K 노스탤지어와 일본 대중문화에 대한 거부감이 옅어진 분위기도 겹쳤다.

미시적인 취향을 깊이 파고드는 사람들에게, 경계가 뚜렷하고 정체성이 분명한 갸루는 매력적인 재료였다. 미나미는 그 재료를 발명한 사람이 아니라, 이미 데워진 재료에 불을 붙인 사람이었다.

그래도 결정적인 것은 따로 있었다.

‘미나미의 본모습’이라는 영상에서 미나미는 갸루 캐릭터를 스스로 “졸업”하겠다고 선언한다. 그리고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8년 동안 서예를 배웠다는 사실을 공개한다. 치바현 대회에서 1등을 하고 신문에 이름이 실릴 정도의 실력자였다.

원이 대충 글씨를 쓰고 쉬는 동안에도 미나미는 혼자 붓을 놓지 않았다. “나 실력이 많이 죽었어”라고 말하면서 끝까지 진지하게 글씨를 썼다.

무맥락으로 폭주하던 갸루 캐릭터 뒤에 완벽주의자의 얼굴이 있었다. 사람들이 반응한 것은 단순한 캐릭터가 아니라 그 낙차였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순서다. 미나미는 먼저 무너진 모습을 보여주고, 나중에 완벽했다. 처음부터 완벽한 모습만 보여줬다면 아무도 이것을 반전이라고 부르지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그 무너짐은 진짜 무너짐이 아니었다. 8년 동안 서예를 배운 완벽주의자가 갸루라는 캐릭터를 완벽하게 수행한 것이었다.

통제된 붕괴다.

미나미는 스스로 캐릭터를 켜고, 끄고, 졸업을 선언한다. 촌스러움을 연기하는 주체가 다른 누구도 아닌 미나미 자신이다. 남이 몰래 찍은 흑역사가 아니라, 자기가 직접 쓰고 연출한 장면이다.

이 세대가 구별하는 것은 촌스러움의 있고 없음이 아니라, 누가 그 장면을 쓰고 있느냐다.

자기가 쓴 촌스러움은 멋이 되고, 남이 나 대신 써버린 촌스러움은 낙인이 된다.

요즘의 자기 연출 문법에서는 흠을 감추는 것보다 먼저 자기 것으로 만들어버리는 것이 중요하다. 여드름 패치를 살색으로 숨기는 대신 반짝이는 별 모양으로 붙이는 것처럼 말이다.

다만 이 감각이 멋으로 인정받으려면 한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정말로 통제할 수 있다는 사실을 먼저 증명해야 한다. 미나미가 갸루로 망가져도 우스워 보이지 않았던 것은, 그 뒤에 붓을 놓지 않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미나미의 '야호'가 퍼진 자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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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리센느 메이(왼쪽부터)와 미나미, 원이, 제나가 1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 SBS프리즘타워에서 열린 SBS Life 음악 방송 ‘더 쇼(THE SHOW)’ 생방송에서 1위로 호명된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스1

 

원이의 개인 채널에서 미나미가 아무 계산 없이 내뱉은 "거제, 야호~!"는 정말 웃기다. 역시 사람은 아무 생각이 없을 때 위대한 나비효과를 일으키기 마련이다.

애초에 마케팅 문구가 아니었기 때문일까. 지명이나 장소, 신분 뒤에 ‘야호’만 붙이면 끝나는 문법이라 복제 비용이 거의 들지 않았다. 영화 무대인사와 아이돌 공연, 팬미팅과 라이브 방송에서 사람들은 각자의 장소에 ‘야호’를 붙였다.

"캐럿랜드 야호."

"민간인 야호."

"부산 야호."

태양은 원이, 미나미와 챌린지를 찍었고, 정국은 미나미가 부른 자신의 곡 'Still With You' 커버 영상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며 "야호"라는 한마디를 남겼다.

그사이 '갸루' 검색량도 뛰었다. 네이버에서는 3월 1만9000회였던 검색량이 5월 4만4000회로 두 배 넘게 늘었고, 패션 플랫폼 지그재그에서는 '갸루'뿐 아니라 글리터 슈즈와 갸루 폰케이스 검색량도 함께 증가했다.

뷰티 브랜드 웨이크메이크는 일본 한정으로 기획했던 '갸루 헬로키티 에디션'을 국내 올리브영 온라인몰에 소량 들여왔다.

내가 리센느의 노래를 제목도 모른 채 듣던 바로 그 매장이, 이제는 리센느를 둘러싼 취향 자체를 팔고 있었다.

그러나 순서를 뜯어보면 방향은 분명하다. 갸루 헬로키티는 미나미와 상관없이 이미 일본에서 판매되고 있던 상품이었다. 밈을 뒤쫓은 것은 제품이 아니라 그 제품의 한국행 티켓이었다.

지자체 홍보대사 위촉도, 브랜드 협업도, 2년 전 노래의 음원 역주행도 모두 영상이 퍼진 뒤에 따라왔다. 결과만 보면 처음부터 설계된 캠페인처럼 보이지만, 실제 순서는 정반대였다.

먼저 우발적인 장면이 있었고, 마케팅은 늦었다

적어도 국내에서 벌어진 일들은 전부 뒤늦게 도착한 것들이었다.

결국 처음이 아니었다는 것

소유진 언니의 파라파라가 2002년에 반짝 스쳐 지나갔을 때도 춤은 지금과 다르지 않았다. 달라진 것은 춤이 아니라 그걸 보는 우리 쪽이었다.

유행은 완전히 사라지는 게 아니다. 알아볼 사람이 없어질 때까지 묻혀 있다가, 알아볼 사람이 다시 생기면 돌아온다.

24년 전에는 그 춤을 다시 꺼내 입을 준비가 된 사람이 없었다. 이번에는 숏폼이라는 통로가 있었고, 스스로 무너지는 연기를 완벽하게 해낼 수 있는 사람이 있었다. 그리고 그 사람은, 흙바닥에서도 노래해야 했던 작은 그룹의 멤버였다.

미나미는 갸루를 졸업했다. 그래도 피드에서 갸루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 자리를 차지할 다음 아이콘은 벌써 나타나고 있고, 사람들은 또 다른 이름과 또 다른 문법을 따라 하기 시작했다.

아이콘은 빠르게 바뀐다. 하지만 우리가 아이콘을 발견하는 방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우연히 멈추고, 뒤늦게 찾아보고, 알고 보니 오래전부터 곁에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

그래서 소유진 언니는 많이 외로웠을 거다. 물론 표절을 두둔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배우로 이름을 알리던 스무 살 남짓의 사람이 갑자기 가수로 데뷔하면서, 유로비트의 원곡과 계보까지 알고 있었을까. 아마 일본에서 제일 유명한 춤이라니까, 하라는 대로 열심히 추지 않았을까. 처음은 원래 외롭다. 심지어 그 처음이 실패로 기록되면 더 외롭다.

그리고 24년이 지나, 일본인 멤버가 그 원본 문화를 직접 들고 와 밈이 되는 장면을 소유진 언니는 어떤 마음으로 봤을까. ‘내가 그때 너무 빨랐던 거야’ 하고 조금은 억울해했을까. 아니면 코난의 교통정리 춤을 기억하는 사람처럼 그냥 웃었을까.

나는 다시 피드를 넘긴다. 손가락이 다음에는 어디에서 멈출지 알 수 없다.

이번에는 무엇을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모르고 있는지, 멈추기 전까지는 알 수 없다.

이소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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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koreatimes.net/주간한국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캐나다 한국일보
  • 리쏘 (Lisso) 안마의자

전체 댓글

  • Calm ( calmm**@gmail.com )
    Aug, 16, 11:14 PM Reply

    관리자에 의해 규제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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