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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사병 막자” 건설현장 3개 층마다 ‘신체 냉각’

쿨 하게 바뀌는 日기업들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Aug 16 2026 01:54 PM

폭염 속 새 업무 방식 찾기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될 무렵인 6월 30일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시 미나토미라이의 일본 대형 건설사 다이와하우스의 건설 현장을 찾았다. 공사장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눈에 들어온 것은 폭염지수로 불리는 '열사병 예방 지수(WBGT)'였다. WBGT는 습도와 복사열, 기온을 각각 7대 2대 1의 비율로 계산해 측정한다. 28도 이상이면 열사병 환자가 현저하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다이와하우스와 하청 건설사는 그날의 WBGT를 파악한 뒤 노동자들에게 더위에 대비하라고 주문한다.

 

3699354e-1896-4321-a240-bc6f423a49f5.jpg건설 작업자들이 6월 30일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시 미나토미라이의 다이와하우스 공사 현장에 설치된 신체 냉각 설비에서 더위를 식히고 있다. 요코하마=류호 특파원

 

다이와하우스는 올여름부터 건설 현장에서 더위를 식히는 휴게 공간 '신체 냉각 설비'를 배치했다. 건설 현장 3개 층마다 한 곳씩 냉방이 나오는 시설을 설치했다. 이곳에서는 찬 바람을 맞으며 슬러시 형태의 이온음료와 소금 사탕을 마음껏 먹을 수 있다. 휴게실이 있는 1층에 일부러 내려가지 않고, 작업 중간마다 재빨리 달아오른 몸을 식힐 수 있게 한 것이다. 설비 입구에는 '주저하지 말고 들어오세요'라는 안내 문구가 쓰여 있다. 조금이라도 덥게 느낀다면 빨리 체온을 내려 열사병을 예방하라는 것이다. 나스 마사토시 다이와하우스 공무소장은 "1층 휴게소까지 가지 않아도 쉽게 체온을 내릴 수 있게 했다"며 "5~10분가량 쉰 뒤 작업장에 돌아가면 돼 직원들의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외국인 노동자가 언어 장벽에 부딪혀 열사병 대책을 소홀히 할 것을 우려해 이들을 배려한 방안도 마련했다. 이곳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는 전체 노동자의 약 30%에 달한다. 신규 외국인 노동자가 열사병 및 안전 대책을 모국어로 보고 이해할 수 있게 6개 국어로 번역해 놨다. 이곳에서 7개월간 근무한 베트남 출신 노동자 쩐 득 다이는 "여름에 일할 때가 가장 힘든데 하루 2, 3번은 냉각 설비를 이용한다"고 말했다. 시마다 미호 다이와하우스 기술본부 주임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대형 선풍기를 두는 정도였는데, 직원들의 의견을 반영해 냉각 시설 설치 등 여러 대책을 강구했다"고 말했다.
 


日, 지난해 직장 내 열사병 사상자 43% 증가
 

2d131de9-2126-410b-af85-02e52c1e8beb.jpg일본 대형 건설사 다이와하우스가 6월 30일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시 미나토미라이 공사 현장에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해 일본어 외 6개 국어로 열사병 예방 대책을 안내하고 있다. 요코하마=류호 특파원

 

다이와하우스가 건설 현장의 폭염 대책을 강화한 건 일본 정부의 정책 변경이 한몫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6월 '노동안전위생규칙'을 개정해 기업에 열사병 대책 마련을 의무화했다. 사업자가 열사병 위험이 수반되는 작업을 할 경우 보고 체계와 응급조치 절차를 마련해야 하고, 이를 근로자들에게 알려야 한다. WBGT가 28도 이상이거나, 기온이 31도 이상인 환경에서 1시간 이상 연속 작업, 하루 4시간을 초과해 작업하는 근로자에게 적용된다. 위반 시 징역 또는 벌금형의 처벌을 받는다. 노동자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법적 준수 사항으로 격상한 것인데, 열사병 사망 사례 대부분 초기 증상을 방치하거나 증상 악화를 막을 대응이 늦어진 데서 비롯됐다고 봤기 때문이다.

다만 대책 강화에도 지난해 직장에서 열사병으로 숨지거나 다친 사람은 역대 최다인 1,803명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43.4%나 증가한 수치다. 폭염에 가장 취약한 건설업의 경우 지난해 열사병으로 인한 사상자 수는 292명으로 4년 연속 늘었다. 일본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해 5~9월 열사병으로 병원에 이송된 환자는 10만510명이었다. 열사병으로 인한 이송 환자가 10만 명이 넘은 것은 관련 조사를 시작한 2008년 이후 처음이었다.

무더위로 지난해 일본 경제가 입은 잠재적 소득 손실액은 8조 엔(약 72조3,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국제 의학 학술지 랜싯이 주도한 연구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2024년 무더위로 노동자 1인당 43시간의 노동 시간이 사라진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취업자로 환산하면 연간 28억9,082만 시간이 사라진 것이다. 시노하라 다쿠야 니세이기초연구소 주임연구원은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사람을 식히는 데서 사람이 더위에 노출되는 시간을 줄이는 것으로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며 "이른 아침이나 야간으로 근무 시간을 옮겨야 한다"고 말했다.
 


40도 넘는 날 '혹서일'로 새롭게 지칭, 19년 만
 

d04e8e67-c1f0-41b0-ab56-ec0182d64f2b.jpg일본 열사병 사상자 통계. 시각물=강준구 기자

 

일본 정부는 무더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려 올해부터 폭염 관련 표현도 바꿨다. 국토교통성은 앞서 4월 최고기온이 40도를 넘는 날을 '혹서일'로 부르기로 발표했다. 기존에는 최고기온 35도 이상인 날을 '맹서일'로 부르는데, 35도 이상 올라가는 날이 늘면서 폭염에 대한 위기 의식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폭염 관련 용어가 새롭게 추가된 것은 2007년 맹서일 이후 19년 만이다. 가네코 야스시 국토교통장관은 당시 "생명의 위협을 느낄 정도로 심각한 더위를 정확하게 전달해야 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

혹서일 표현을 기다렸다는 듯 최고기온이 40도를 넘는 날은 지난달 말부터 잇따랐다. 올해 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높은 상태가 이어지는 엘니뇨 현상이 2년 만에 발생한 데 따른 영향이다. 혼슈 동북부 도카이 지방에서는 지난달 21~25일 최고기온이 40도를 넘는 날씨가 이어졌다. 2010년 이후 40도 이상 오른 날이 5일 연속 이어진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혼슈 중서부 와카야마현 다나베시 구스리가와의 이달 2일 기온은 40.1도로, 이 지역의 사상 첫 혹서일로 기록됐다.

일본 기업들은 이에 무더위에 노출되는 시간을 줄이는 방식으로 여름 근무 형태를 바꾸고 있다. 건설사 오바야시구미는 7~8월 전국 건설 현장의 공사 시간을 오전 7시부터 오후 1시까지로 제한했다. 기존 9시간(오전 8시~오후 5시)이었던 하루 전체 작업 시간을 3시간 줄인 것이다. 기온이 매우 높은 날은 작업을 중단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건설 노동자들의 급여가 줄기에 작업 시간을 바꾸는 것으로 대체했다. 또 다른 건설사 고노이케구미는 7~9월 매달 9일 연속 휴무를 실시하고, 그 대신 10월 이후 월 2회 토요일 근무를 넣기로 했다.
 


우편물 빠른 배달보다 직원들 건강 택한 日우체국
 

31530fa3-aeb5-408b-9223-b01edc21b17d.jpg일본 대형 건설사 다이와하우스가 6월 30일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시 미나토미라이 공사 현장에 열사병 예방 지수(WBGT) 안내판을 걸어 놨다. 요코하마=류호 특파원

 

전기공사업체 도에넥은 7~8월에 한해 현장 작업 직원을 대상으로 주 4일제를 도입했다. 폭염에 전봇대에 올라 전선을 설치할 경우 열사병에 걸리기 쉽기 때문이다. 매주 수요일을 정기 휴무일로 정했는데, 한 주의 중간인 수요일에 몸 상태를 회복하도록 배려한 것이다. 일본우편은 열사병 특별경계경보가 발령된 지역에서 오토바이와 자전거, 도보로 인한 배달·수거 업무를 중단했다. 우편물 배송이 평소보다 1~2일 늦어지게 되는데 배송보다 직원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업무 시간 변경에 이어 직원들의 체온을 내리는 방법도 강구하고 있다. 식음료 제조사 산토리는 열사병 대응 자판기 '다카라 급수소'를 개발했다. 직원들이 전용 카드로 음료를 뽑으면, 누가, 언제, 어떤 음료를 이용했는지 데이터로 기록된다. 직원들의 수분 섭취를 데이터로 관리하는 새 시스템으로, 수분 섭취가 부족한 직원에게는 주의를 줘 섭취를 돕는다.

 

8a100cbc-a6e0-49a6-a1ca-39b3f82e09c0.jpg일본 식음료 제조사 산토리가 개발한 열사병 예방 수분 보충 시스템 '다카라 급수소' 자판기 이미지. 산토리 홈페이지 캡처

 

건설사 다이토겐타쿠는 전국 공사 현장에 약 730대의 카메라를 설치했다. 현장 관리자들이 영상을 통해 몸 상태가 좋지 않은 작업자가 있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한다. 일본을 대표하는 테마파크 유니버설스튜디오재팬은 야외 근무가 많은 직원들에게 소형 선풍기가 달린 유니폼을 지급했다.
 


男반바지 허용에 "다리털 보기 싫어" 신조어도
 

f62f8891-3186-4c4b-b10a-6914a423fd19.jpg일본 민영 방송사 TBS가 지난달 14일 보도한 내용으로, 일본 도쿄도청 남성 직원들이 반바지를 입고 근무하고 있다. 도쿄도청은 열사병 방지 대책의 일환으로 4월 남성 직원들의 반바지 착용을 허용했다. TBS 유튜브 캡처

 

쾌적한 업무 환경을 위해 근무 복장은 갈수록 가벼워지고 있다. 일본 정부가 2021년부터 여름철 근무 시 가벼운 복장을 권장하는 '쿨비즈' 정책을 시행하면서 기업들도 복장 규정을 완화하고 있다. 매년 갈수록 오르는 기온에 정장 착용을 고집하는 일본 직장 문화도 바뀌고 있다. 닛케이가 6월 일본 기업 140곳의 최고경영자(CEO)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9.3%가 티셔츠 착용을 허용한다고 답했다.

쿨비즈 확대 분위기 속에서 비즈니스용 반바지 착용을 허용할지 살피는 기업도 늘고 있다. 포문은 의외로 관공서가 열었다. 도쿄도청은 4월부터 일부 직원의 반바지 착용을 허용했다. 티셔츠와 반바지, 운동화로 업무를 볼 수 있게 하고, 이를 '도쿄 쿨비즈'로 이름 붙였다. 한 도쿄도 직원은 T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용기가 필요했지만, 막상 입어 보니 너무 편해 업무 능률이 올라간다"고 말했다.

다만 반바지 착용 허용은 일본 사회에서 또 다른 논란거리를 낳았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남자 다리털을 봐야 하느냐"며 불쾌감을 드러내는 글이 속출했다. 정강이 털을 뜻하는 일본어 '스네게'와 괴롭힘을 나타내는 영어 단어 '하라스먼트(Harassment)'를 합친 '스네하라'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요코하마= 류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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