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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결혼 환상 버리고 ‘일상’ 담았다
한일 부부 유튜버의 롱런 비결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Aug 15 2026 02:53 PM
한일 가족의 일상 담는 이정재·아이노 게이코 부부
유튜브 같은 영상 플랫폼에서 국제결혼한 부부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다. 주로 일상을 기록하는 브이로그 형식이지만 문화나 언어 차이에서 생기는 크고 작은 사건들은 다른 영상에서 볼 수 없는 매력을 갖고 있다. 결혼 10년 차가 다가오는 이정재(41) 아이노 게이코(42) 부부는 한국과 일본에서 번갈아 살며 아이 둘 키우는 이야기를 '하나네의 하루'라는 유튜브 채널에 담고 있다. 초창기 국제결혼 유튜버라고 할 수 있는 이 한일 부부를 지난달 서울 마포의 한 카페에서 만나 크리에이터 활동의 장단점과 국제결혼의 현실에 대해 들었다.

이정재, 아이노 게이코씨와 딸 하나, 아들 하루. 최주연 기자
-어떻게 만나서 결혼했나.
이정재=2011년 필리핀에서 잠깐 단기어학연수를 했는데 그때 만난 친구가 캐나다로 가서 거기서 일하던 아내를 알게 되었고 자기들끼리 한국에서 모임을 할 때 나도 불러주어 처음 만났다. 그 후로 6년 정도 친구로 지냈다.
게이코=처음 만났을 때는 각자 사귀는 사람이 있었다. 한 1년 정도 소통하지 않았던 시기도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연락이 와서 오사카 가는데 갈 만한 곳 있냐고 물어와서 대화를 많이 나눴다. 그때는 둘 다 사귀는 사람이 없었고 결혼을 생각할 나이여서 자연스럽게 가까워져 2017년에 결혼하게 됐다.
-결혼해서 일본에서 살다가 한국으로 온 건가.
이정재=한국에서 쭉 살다가 육아휴직 해서 아내 고향인 일본 오카야마에 2023년 말부터 2년 남짓 살다 다시 한국으로 왔다. 한국에서 계속 살 계획이지만 아이들이 나중에 일본에서 학교 다니고 싶다거나 하면 그쪽으로 갈 생각도 있다.
-유튜브 채널은 어떤 계기로 시작했나.
이정재=2019년에 내가 먼저 하자고 했다. 경제적인 부분이 컸다. 처음에는 아내가 반대했다.
게이코=모르는 사람에게 사생활을 모두 공개하는 것도,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화장도 안 한 얼굴을 다른 사람이 본다는 것도 다 부담스러웠다. 그런데 시작해서 올린 영상을 일본에 계신 부모님이 보고 아이들이 많이 컸네 하면서 대화도 나눌 수 있다는 걸 알고 하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영상을 보고 힐링 된다는 댓글을 볼 때는 보람을 느낄 때도 있다.
-그때도 국제결혼한 부부의 유튜브 채널이 많았나.
이정재=지금처럼 흔하지 않았다. 당시 찾아 봤더니 10개도 안 됐다.
-채널에서 주로 어떤 콘텐츠를 다루나.
이정재=자연스러운 일상을 보여주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조회수 높이려고 대본 쓰고 해서 억지로 만들어내는 영상은 우리 진짜 모습이 아니니까 그런 건 지양하고 그냥 사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오래오래 운영하는 채널을 만들자는 게 원칙이다.

유튜브 채널 '하나네의 하루' 인기 동영상.
-지금까지 만든 콘텐츠는 어떤 것들이 있나.
이정재=시작할 때 생각했던 것은 육아이고, 그다음으로는 아이들 데리고 가는 여행, 여행지에서 먹방이 중심이다. 한일을 왔다갔다 하는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 같은 걸 담은 교육 관련 영상도 찍고 있다.
-촬영과 편집 등 영상 제작은 어떻게 하고 있나.
게이코=제가 거의 다 한다. 그냥 엄마로서 자연스럽게 찍어서 그걸 콘텐츠로 만든다. 편집은 남편이 하는 걸 보고 배워서 맥북에서 파이널 컷 프로그램으로 하고 있다.
-콘텐츠 제작 과정에 어려운 점이 있다면.
이정재=채널 구독자 비율이 한국과 일본 반반이다보니 편견을 불러일으키지 않을 영상을 만드는 게 어렵다. 예를 들면 삼일절이나 광복절 같은 때 아이들과 서대문형무소에 가본 영상을 올린 적이 있었다. 그때 일본 구독자들이 별로 안 좋아하면서 한 번에 1,000명 가까이 구독 취소를 하더라. 반대로 일본에서 생활하는 모습을 많이 찍어 올리면 '일본인 다 됐네'라고 핀잔 주고, 일본 밥이 맛있다고 하면 '거기서 살아라' 이런 댓글이 나온다. 일본 살면서 영상 올릴 때는 한국 구독자들이 계속 빠져나갔다. 역사적인 이야기를 다루는 영상에는 댓글난에서 한일 구독자들끼리 논쟁이 벌어질 때도 있다.
-최근 한국 남자와 일본 여자의 결혼이 늘었다는데 실제 그런가.
이정재=유튜브 채널 시작하면서 인스타그램도 같이 했는데 인스타로 다이렉트메시지(DM)가 많이 오더라. 일본 여성이 한국 남자 친구가 있는데 이런저런 고민이 있다며 상담해오면 아내가 답장해주면서 한국 남자랑 교제하고 싶어 하는 일본 여성이 많다는 걸 알았다. 우리가 채널 시작한 뒤로 비슷한 채널이 많이 생기는 걸 보면서 한일 커플이 3, 4년 사이 엄청 늘었다고 느꼈다.
-유튜브 영상을 보면 국제결혼 생활이 재미있어 보인다.
이정재=국제결혼한 부부의 삶이 환상적이고 윤택하고 마냥 행복하기만 한 건 아니다. 유튜브 등의 영향으로 환상을 갖고 돈까지 써가며 만나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렇게 해서 다 잘 됐다고 하면 적극 추천하겠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결국 이혼하는 사례도 많다. 유튜브 채널로 한정해서 말하면 저희와 비슷한 시기에 시작했거나 후발이더라도 저희보다 구독자가 많았던 채널을 운영하던 한일 부부는 대부분 이혼했고 채널도 삭제했다. 한둘이 아니다.
-한일 부부의 삶이 만만하지 않다는 건가.
이정재=그런 건 아니고 유튜브를 하지 않는 한일 부부들은 잘 사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자기들의 삶을 노출하고 거기에 맞춰서 살다 보니까 망가진다는 말이다. 영상으로 보이는 게 진짜 삶이 아니었던 거다. 우리가 제일 경계하는 부분이 그거다. 조회수를 바라고 작위적으로 영상을 만들 생각을 하지 말고 자연스러운 일상 콘셉트로 가자는 거다.
-유튜브 요인 말고 한일 부부가 파경을 맞는 이유가 있다면.
게이코=일본 여자의 경우 드라마 보면서 한국 남자는 상냥하고 원하는 건 다 해주는구나라는 상상을 하면서 결혼에 이르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그건 드라마 이야기이고 실제로 결혼해서 한국에 왔는데 친구도 없고 말도 제대로 안 통하고 하면서 외로움이 커지면 이러려고 결혼한 거 아닌데 하면서 헤어지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한국 남자가 국제결혼 후 문제라고 느끼는 부분이 있다면.
이정재=한일 부부 남자들끼리 모이면 첫째로 꼽는 건 경제적인 부분이다. 내가 이 사람을 부양해야 하는데 벌이가 많지 않아서 부담을 느끼는 남편들이 있다. 열심히 벌자고 야근도 하고 잔업도 하는데 그러면 부부가 같이하는 시간이 줄어들면서 아내가 외로워지는 문제가 생긴다. 그런 문제로 말다툼하다가 '그래 넌 일본으로 가라' 하면서 헤어지는 경우가 있다. 문화 차이로 헤어지는 건 거의 못 본 것 같다. 일본 여자들이 한국 여자보다 가정적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만나는 남자가 많다. 그렇지 않다. 사람마다 다르다. 오히려 막상 결혼해보니 일본 여자는 기가 세고 자기 마음대로 하려고 든다는 사람이 많다.
-그동안 영상 제작하면서 생긴 노하우가 있다면.
이정재=편집을 12분에서 길어도 15분 이내로 한다. 사람들이 그렇게까지 오래 보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주일에 최소 한 번은 영상을 올리려고 한다. 가끔 영상을 올리면 구독하던 사람이 갑자기 뜨는 영상을 보고 내가 이 채널을 구독했었나 하고 도리어 빠져나가는 경우가 있더라.
-수익은 어떻게 내고 있고 얼마 정도인가.
이정재=조회수 수익은 현재는 최저임금 정도로 나온다. 광고 의뢰는 많이 오지만 무리해서 하면 구독자가 빠져나간다. 그래서 최소한으로 하고 한일 지방자치단체의 지역 홍보 의뢰처럼 공익성 있는 것은 대체로 하는 편이다. 다 해서 한 달에 두 번 정도 영상에 광고를 담는다.
-유튜브 채널 운영하려는 국제결혼 부부들에게 해줄 조언이 있다면.
게이코=취미 생활 정도로 생각해야지 직장까지 버리고 할 건 아니다. 그렇게 하면 24시간 일하는 느낌이 들 수 있고 또 아이가 태어나면 아이가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
이정재=꾸며서 보여주는 영상을 만들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런 영상으로 조회수가 터지는 경험을 하면 계속 그쪽으로 갈 수밖에 없다. 그러다가 부부 사이에 갈등이 생기는 경우를 많이 봤다. 이거 빨리 찍어야 된다, 빨리 올려야 된다는 식이면 이게 결혼 생활인지 유튜브를 하기 위해 만나서 사는 건지 헷갈릴 수 있다.
김범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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