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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화는 못 막지만
운동·영양 관리로 ‘노쇠’ 늦춘다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Aug 30 2026 03:14 PM
“나이가 들면 다 늙는 것 아닌가요? 다 똑같지 않나요?”
진료실에서 자주 듣는 질문이다. ‘늙는다’는 표현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는데, 의학적으로는 늙는다는 정의를 크게 노화와 노쇠 두 가지로 구분한다. 노화(aging)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신체와 마음에 찾아오는 보편적인 변화를 의미한다. 흰머리가 늘고, 근육량이 줄며, 수정체가 딱딱해지고 반응 속도가 느려지는 변화는 누구에게나 어느 정도 나타난다. 반면 노쇠(frailty)는 단순히 나이가 많은 상태가 아니라 여러 장기의 '예비 능력'이 줄어 작은 스트레스에도 몸 전체가 쉽게 흔들리는 상태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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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에 비유하면 이해하기 쉽다. 노화는 자동차의 연식이 늘어 차가 낡아지는 것이고, 노쇠는 엔진이나 브레이크, 배터리의 성능이 줄어 작은 고장에도 운행이 어려워지는 상태다. 같은 80세라도 감기에 걸렸을 때 한 사람은 며칠 만에 일상으로 돌아오지만, 다른 사람은 입원하고 이후에 기력이 빨리 소진된다. 즉, 예비 능력에 따라 회복 속도가 다르다.
노화가 진행되면 겉보기에 늙어 보이고 기능이 약간 떨어지더라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만, 노쇠가 진행되면 자연스러운 정도를 넘어 힘이 떨어지고 이동이 어려워 혼자 생활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노쇠가 낙상, 입원, 장애와 사망 위험을 높이는 이유다. 진료에서는 최근 체중이 줄었는지, 쉽게 지치는지, 걸음이 느려졌는지, 악력이 약해졌는지, 활동량이 감소했는지를 살피는 것만으로도 노쇠의 위험을 가늠할 수 있다. 진료실에 들어오는 모습만으로 일차적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또 하나 구별해야 할 용어가 있다. 세포 수준에서 말하는 '세포 노쇠'는 손상된 세포가 더 이상 분열하지 않는 상태다. 암 발생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이러한 세포가 축적되면 만성 염증과 조직 기능 저하에 관여할 수 있다. 2023년 국제학술지 ‘셀’에 발표된 논문에서 유전체 불안정성, 미토콘드리아 기능 저하, 만성 염증, 장내 미생물 변화 등과 함께 세포 노쇠를 '노화의 12가지 특징' 가운데 하나로 제시했다.
하지만 이것이 임상에서 말하는 노쇠와 같은 뜻은 아니다. 올해 발표된 노쇠 전문가 합의문은 노쇠를 노화 자체가 아니라 노화의 생물학적 변화에 질병, 생활습관, 약물, 영양, 정신·사회적 요인 등이 더해져 생리적 예비력이 감소한 임상 증후군으로 설명한다. 또한 노쇠의 진행은 예방하거나 늦출 수 있으며 호전될 수도 있다고 강조한다. 특히 다양한 운동, 적절한 영양 섭취, 불필요한 약물의 조정과 만성질환 관리가 중요하다. 노화는 나이에 따라 나타날 수 있지만, 노쇠는 잘 관리만 한다면 충분히 늦출 수 있다는 얘기다.
건강하게 늙는다는 것은 '병 하나 없이 젊은 몸을 유지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건강 노화를 노년기에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을 계속할 수 있는 '기능적 능력'을 유지하는 과정으로 정의한다. 고혈압이나 당뇨병이 있어도 증상이 잘 조절되고, 다른 사람과 교류하며, 스스로 자신의 생활을 꾸릴 수 있다면 건강하게 나이 들 수 있다.
백세 시대에 노인을 진료할 때에는 '몇 살인가'만 묻기보다 '얼마나 잘 걷고, 잘 먹고, 잘 생각하며, 작은 질병 뒤 얼마나 잘 회복하는가'를 함께 물어야 한다. 달력의 나이는 되돌릴 수 없다. 그러나 노쇠의 속도와 정도에는 지금부터 충분히 개입할 여지가 있다. 이것이 초고령사회에서 우리가 기억해야 할 가장 중요한 개념이다.
감양현 고려대 안암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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