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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미 아시아 팝 신설은 BTS 차별 의도?
이분법적 비판에 가려진 것들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Aug 29 2026 01:32 PM
"왜 아시아를 따로"… 지역 팝 부문 신설 논란 '영미 중심'이 낳은 편향 논란, 의도는 단정 일러 신설 부문은 역사적으로 포용·배제 양면성 존재 "많은 뮤지션 기회 될 수도… 양자택일 경계를"
"음악이 지역이나 언어로 구분되기보다 그 자체로 사랑받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방탄소년단(BTS) 멤버들은 지난달 29일 "올해 그래미에 출품하지 않기로 했다"면서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미국 그래미 어워즈가 '최우수 아시아 팝 음악 퍼포먼스' 부문 신설을 공지한 뒤 벌어진 일이다.

방탄소년단이 지난달 20일 미국 뉴욕 뉴저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결승전 하프타임 쇼에 출연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빅히트뮤직 제공
그래미는 그간 BTS의 곡들을 '팝 듀오/그룹' 부문 후보로 올려왔다. 최근 시상식에서도 K팝 가수가 참여한 곡들, 로제·브루노 마스의 'APT.'와 케이팝데몬헌터스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 '골든'을 팝 부문은 물론 제너럴 필드(본상) 6개 부문 중 하나인 올해의 노래 후보에 올린 터. 자연스레 '왜 아시아 팝이라는 별도의 카테고리가 필요하냐'는 질문이 나왔고, 이는 'K팝을 본상 혹은 일반 팝 부문에서 배제하려는 의도 아니냐'는 비판으로 이어졌다.
그래미는 정말 아시아 팝을 차별하려 새 부문을 만들었을까. 선악의 이분법은 통쾌할 순 있어도 여러 층위의 쟁점을 단순화시킨다. 대중음악의 주류는 누가 정하는지, 아시아 음악은 주류와 어떤 관계인지, 다양한 질문을 따라가 보는 것이 BTS가 던진 화두를 더 깊이 들여다보는 방법일 수 있다.

그래미 트로피. AFP 연합뉴스
그래미 편향성 논란의 실체
그래미를 주최하는 미국 레코딩 아카데미는 BTS의 보이콧 선언 직후에 하비 메이슨 주니어 최고경영자(CEO) 명의로 성명을 냈다. "아시아 팝 부문은 아시아에서 만들어지는 팝 예술을 기리기 위해 신설됐고, 구별 짓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는 게 요점. 해명은 또 다른 논란을 유발했다. 가장 먼저 제기된 반론은 '그럼 왜 유러피안 팝은 없느냐'는 것. 일견 합리적인 지적이지만, 자칫 서구 팝 음악 전체가 그래미에서 주류로 인정받고 있다는 오해를 부를 수 있다.
그래미는 정확히 표현하면 '영미권의 주류 음악'에 치우친 시상식이다. 애초에 미국에서 활동하는 음악 종사자로 구성된 레코딩 아카데미 회원들이 미국에서 발매된 음악을 대상으로 투표하는 상이다. 편향성 논란의 정확한 뿌리도 여기다.
수상 이력을 봐도 21세기 들어 그래미 본상과 팝 부문에서 영어를 쓰지 않는 유럽 뮤지션의 존재감은 극히 제한적이다. 수상자와 후보자의 절대다수는 영어로 노래한 미국인이다. 일부 해외 뮤지션 역시 대부분이 영국이나 캐나다 출신이다. 다프트펑크(프랑스), 아바(스웨덴) 등 비영어권 유럽 출신이 수상하거나 후보에 오른 극소수 사례가 있지만 모두 주 활동 언어는 영어다. 오히려 한국어를 사용하는 한국 출신 뮤지션이 최근 잇달아 본상과 팝 부문 후보에 오른 게 비영어권 출신으로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유러피안 팝' 부문이 없는 것은 미국 시장이 영국은 동질적이라 여기고, 그 외 유럽의 팝은 K팝만큼 존재감을 크게 느끼지 않아서일 가능성이 있다.
'아시아 음악만 지역과 언어 단위로 나눴다'는 지적 역시 정확하지 않다. 그래미는 이미 여러 라틴 음악 부문을 운영하고 있고, 올해 스페인어를 51% 이상 쓰면 출품할 수 있는 '최우수 라틴 노래'도 신설했다. 영미권 외 음악을 뭉뚱그린 '글로벌 음악' 부문도 있고 2024년 글로벌 음악에서 분화된 '최우수 아프리카 음악 퍼포먼스' 부문도 생겼다.

그래픽=송정근 기자
별도 부문은 배제인가 포용인가
그렇다면 메이슨의 해명은 진정성이 있는 걸까. 일단 '아시아 팝을 인정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에는 나름의 근거가 있다. 그래미는 2010년대 이후 비욘세의 컨트리 부문 배제 등 복수의 사건으로 '백인중심주의' 논란 한가운데에 섰다. 시청률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에 2020년대 들어 '비밀위원회'를 폐지하고 레코딩 아카데미 회원의 성별·민족·장르 다양성을 확대하는 쇄신을 진행 중이다. 최근 디즈니와 중계 계약을 맺는 등 글로벌 확장 전략도 엿보인다. 아시아 팝 신설을 의도적인 배제로만 보기는 어려운 이유다.
하지만 진정한 '포용' 조치인지 따지면 양면성이 있다. 라틴 부문의 경우 1970년대 살사 뮤지션 집단의 요구로 신설됐다. 이후 장르에 따라 여러 부문으로 나눠졌고, 올해 배드 버니의 스페인어 앨범이 비영어 앨범 최초로 본상을 받기에 이르렀다. 결과적으로 라틴 뮤지션의 기회를 확장하는 역할을 했지만, 본상까지 도달하는 데 걸린 기간은 반세기다. 여러 흑인 음악의 장르 구분이 흑인 뮤지션의 작품을 주변부로 내몬다는 지적은 지금도 이어지고, 아프리카 부문 역시 '그래미로 향하는 문인 동시에 아프리카 음악을 격리하는 공간'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아시아 팝 부문은 '안이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그래미는 아시아 팝을 △K팝, J팝, C팝 등 아시아에서 유래했거나 아시아 시장에서 널리 알려진 팝 △멜로디 중심 △주류 팝 작법 △상업 지향적 제작 △장르 혼합 편곡 등을 충족하는 곡으로 규정하면서 출품 조건으로 '아시아 언어의 유의미한 사용'을 내걸었다. 아시아 여러 국가의 팝을 음악적으로 하나로 묶기 어려운 데다 언어 기준 역시 자의적이라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아시아·태평양 계열 그래미 투표권자가 2024년 기준 전체 4%에 불과하고 2025년 신규 회원 중에서도 5%에 그친다는 점 역시 한계다.

그래픽=송정근 기자
'양자택일'로 끝날 문제는 아니다
전문가들은 '그래미에 동의하느냐'는 양자택일로 끝낼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라틴 부문이 발전했듯 아시아 팝 부문을 바꿔나가는 방법도 있다. 글로벌 영향력을 확보하려는 그래미의 입장에서 아시아를 설득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고, 아시아 음악계 역시 그래미의 대체재를 찾기가 당장은 마땅찮다. 상업 지표를 배제한 채 음악적 성취만 평가하는,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권위를 가진 시상식이라서다. BTS가 빌보드 1위 등 성공을 거뒀음에도 꾸준히 그래미상을 추구해온 이유다. 미국이 세계 음악 시장 점유율 약 40%로 압도적 1위라는 현실도 무시하기 어렵다.
'그래미의 권위에 종속될 필요가 없다'는 반론도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 이 같은 요청을 글로벌 팬덤을 확보한 극소수 뮤지션 이외에게도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미디어 산업 평론가인 조영신 동국대 대우교수는 "미국 시장에 진출한 많은 뮤지션에게는 그래미 후보 지명 기회가 넓어지는 것만으로 자신을 글로벌 시장에 알릴 의미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 팝 부문을 '불이익'으로 단정하기보다, 그 문을 어떻게 활용하고 바꿔나갈지 고민하는 것이 BTS가 던진 화두를 확장하는 일일 수 있다는 얘기다.
정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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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 29, 07:50 PM Replyㅂ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