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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전 탄약 부족에 美·유럽 당황

‘탄약 강국’ 韓, 나토 공급망 진입 기회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Sep 06 2026 12:54 PM

탄약 확보에 열 올리는 유럽


“이 공장이 독일과 유럽의 탄약 부족 사태를 해결할 것이다.”

지난달 22일 오후 독일 바이에른주 아샤우 암 인에선 유럽 최대 규모의 화약공장 기공식이 한창이었다. 독일 최대 방산업체 라인메탈의 자회사 격인 니트로케미 공장이다. 이날 행사장을 찾은 닐스 슈미트 독일 국방부 정무차관은 고무적인 표정을 지으며 “탄약 생산 능력 증대는 안보 정책상 필수적인 것으로 유럽 전체의 주권을 강화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서방 최대 탄약 제조업체이기도 한 라인메탈은 이 공장을 완공해 탄약(화약 기준)의 연간 생산량을 1,700톤에서 4,200톤(니트로케미 기준)으로 두 배 이상 끌어올릴 예정이다. 기업 전체로는 연간 2만 톤 생산을 목표로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탄약 품귀 현상을 빚었던 유럽, 특히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숨통을 틔워주는 소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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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군 제92독립돌격여단 소속 장교가 2024년 10월 28일,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지역 보우찬스크 인근 최전선의 엄폐호에서 탄약을 점검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라인메탈은 행사 홍보에도 적극적이었다. 한국일보를 포함한 외신기자들에게도 행사 초대장을 수차례 보내며 취재를 독려했다. 다만 러시아로부터 신변 위협을 받았던 최고경영자(CEO) 아르민 파퍼거와 고위 인사들의 참석을 감안한 듯, 행사 일정을 직전까지 보안에 부쳐달라고 당부했다. 러시아의 위협이 고조되면서 “나치에 협력한 전범기업”이란 딱지를 뗀 라인메탈과 이 회사의 CEO 파퍼거는 수년째 광폭 행보 중이다. 유럽 재무장으로 날개를 단 라인메탈의 주가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10배 이상 폭등했고 이를 발판 삼아 탄약 생산 능력 확대에만 수십억 유로를 투자하고 있다. 앞서 유럽연합(EU)은 2024년 탄약 생산 능력을 확대하는 31개 프로젝트에 5억 유로(약 8,030억 원)를 투입했다.
 


탄약 재고 바닥난 미국, 트럼프는 격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확인된 현대전의 게임 체인저는 무인기(드론)다. 수백~수천 달러짜리 드론이 그보다 수백 배 비싼 전차나 장갑차를 파괴하며 전쟁의 공식을 바꿨기 때문이다. 24일 독립 35주년을 맞은 우크라이나에선 세계 최초로 인간 없이 드론과 로봇만 등장하는 열병식이 열렸다. 그러나 유럽은 오히려 과거 무기체계에 집착하는 분위기다. 재래식 무기에 주로 쓰이는 ‘탄약’ 확보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란과 6개월 넘게 전쟁 중인 미국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전, 매월 평균 약 1만4,000발 수준이던 155㎜ 포탄 생산 능력을 10만 발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공장을 증설하고 있다. 투입된 예산만 60억 달러(약 8조3,000억 원). 하지만 생각보다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달 초엔 미군의 탄약 재고가 바닥을 드러내면서 패트리엇을 비롯한 요격미사일을 제대로 운용할 수 없게 됐다는 기사까지 나왔다. 이에 격노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기밀 유출자를 색출하라”고 지시했고 이와 별개로 직접 탄약 재고량 점검에 나섰다는 보도도 있었다. 탄약이 전쟁의 승패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뜻이다. 탄약은 어떻게 드론과 인공지능(AI)이 전장을 지배하는 시대에도 귀한 몸이 됐을까.
 


탄약 1년치 주문량을 하루 만에 쓴 우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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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2일 독일 아샤우 암 인에서 열린 독일 방산업체 라인메탈의 자회사 니트로케미의 신규 화약 공장 착공식에서 바이에른주 총리 마르쿠스 죄더(오른쪽)가 최신 탄약과 무기 플랫폼을 보고 있다. 그 왼쪽은 아르민 파퍼거 라인메탈 최고경영자(CEO). EPA 연합뉴스

 

라인메탈의 니트로케미 공장에선 완성된 탄약(포탄)이 아닌 추진체 화약이 생산된다. 포탄 1발을 만드는 데 폭약과 탄체, 추진 장약, 각종 화학 원료가 필요한데 추진체 화약도 주요 구성 요소다. 그런데 그동안 이 추진체 화약이 모자라 탄약을 충분히 생산하지 못했다. 포탄에 채울 폭발물이 부족해지자 연쇄적으로 병목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냉전 종식 이후 서방 국가들이 화약 공장을 대거 폐쇄한 결과였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 이후 서방의 지원을 받은 우크라이나가 예상보다 탄약을 빨리 소모하자 유럽과 미국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전쟁 발발 1년을 앞둔 2023년 2월,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우크라이나는 하루 평균 5,000~6,000발 이상의 포탄을 발사하는데 이는 평시 유럽 소규모 국가의 연간 주문량과 맞먹는 규모”라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느라 탄약이 동이 난 미국은 급기야 2022년 11월 한국 정부에 SOS(긴급 지원 요청)를 쳤다. 자주포에 사용되는 155㎜ 곡사포탄 10만 발을 미국에 수출해달라는 것이다. 한국에서 수입한 포탄은 미군이 쓰고, 기존에 미군이 보유한 포탄은 우크라이나에 공급하는, 이른바 ‘밀어내기’가 점쳐지면서 한국은 간접 우회 지원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한국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는 지원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화약공장 폐쇄한 유럽, 유지한 러시아
 

71d6d4ef-b471-4a9e-9f7b-41d6d98ce0df.jpg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26일,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열린 회의에서 안톤 알리하노프 산업통상부 장관의 말을 듣고 있다. AP 연합뉴스

 

21세기 들어 이라크, 아프가니스탄과 전쟁을 치른 미국과 이를 지원한 유럽에 포탄은 한물간 군수품이었다. 반군과 테러조직을 상대했기에 미군이 보유한 공중 전력으로 게릴라를 찾고 정밀 폭탄을 투하하면 그만이었다. 탄약을 비축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주권국가의 정규군끼리 맞붙은 우크라이나전은 상황이 달랐다. 촘촘한 방공망 때문에 공중 전력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었던 것. 정밀무기를 많이 가지고 있어도 전선을 유지하려면 엄청난 양의 포탄이 필요했다. 로이터통신은 “155㎜ 포탄은 미국이 21세기 들어 치른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전에선 거의 사용되지 않았지만 대규모 군대가 치열한 교전을 벌이는 우크라이나전에선 많은 양을 소모하며 포병의 가치를 입증했다”고 전했다.

반대로 2차세계대전 당시 카잔 공장을 비롯, 대규모 화약 생산체계를 구축한 러시아는 소련이 붕괴된 후에도 이를 해체하지 않았다. 오히려 생산 기반과 예비 능력을 유지했다. 일부 업체는 전시에 빠르게 탄약을 공급할 수 있도록 동원용 예비 능력을 70% 이상 보유했고 전쟁 발발 후에도 기존 시설을 이용해 탄약 생산량을 늘릴 수 있었다.

서방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얻은 교훈은 아무리 좋은 무기가 있어도 탄약이 없으면 싸울 수 없다는 것, 그리고 전쟁의 승패는 얼마나 오랫동안 탄약을 지속적으로 공급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는 점이다.
 


드론이 못 따라잡는 강한 화력
 

f1809f62-066b-4463-a64f-9e66016a96dd.jpg24일 우크라이나 독립기념일을 맞아 처음으로 열린 우크라이나의 무인기(드론) 퍼레이드에 무인 지상차량(UGV)들이 참가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드론 시대에도 포병은 여전히 중요하기에 그 역할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잭 왓링 선임연구원은 지난해 10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표적을 찾고 공격하는 데는 드론이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막강한 화력으로 적을 제압하고 드론이 찾아낸 표적을 신속하게 타격하는 건 포병”이라며 “드론이 포병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미사일·포병 부대 부사령관인 세르히 무시옌코 대령은 지난해 미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드론은 아파트 창문을 뚫고 들어와 그 안에서 폭발하지만 10㎏ 포탄은 아파트 전체를 파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드론 조종사인 바실은 “드론은 목표물을 정확히 타격할 수 있지만 포병은 더 넓은 지역을 커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소모전을 치르는 우크라이나의 고정된 전선과 달리 신속한 진격이 요구되는 전쟁에선 자주포가 여전히 유리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게다가 자주포나 박격포는 드론과 달리 날씨와 상관없이 운용할 수 있고 전파 방해도 받지 않는다.

우크라이나가 현재 포병보다 드론을 더 많이 활용하는 것은 그 성능이 월등해서라기보다는 드론을 많이 보유했기 때문이란 분석도 있다. 우크라이나가 애초에 드론에 주력하게 된 계기도 탄약 부족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서였다. RUSI의 항공·전쟁 연구 전문가 저스틴 브롱크는 “우크라이나는 전쟁 초기, 참혹한 소모전으로 탄약과 장비가 부족해지면서 드론에 의존하게 됐다”고 짚었다.
 


‘탄약 강국’ 한국에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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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과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이 지난달 7일 튀르키예 앙카라 컨벤션센터에서 면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앙카라=뉴시스

 

우크라이나 지원과 별개로 ‘2029년 러시아의 나토 침공설’에 대비해야 하는 유럽은 탄약 확보가 지상 최대 과제가 됐다. 155㎜ 탄약 강국인 한국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이다. 북한과 장기간 대치한 한국은 대규모 포병전에 대비하기 위해 탄약을 충분히 비축했을 뿐 아니라 생산 능력도 유지했다. 2025년부터 나토의 탄약 분야 다국적 협력산업에 한국이 옵서버로 참여하며 회원국들과 탄약 생산 및 공급망 협력을 확대하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나토 회원국들과 탄약 수요∙생산 공급망 관련 정보를 공유할 수 있고 나토 공급망에 진입할 기회를 얻을 수도 있다.

지난달 튀르키예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 간 면담을 계기로 ‘조달 기본협정’ 체결을 위한 협상도 개시했다. 협정이 체결되면 나토의 공동조달 시장에 한국 기업도 참여할 수 있다.

문제는 시간이다. 한국이 대량생산의 경험을 보유한 탄약 공급자이기에 유리한 출발점에 있지만 라인메탈 같은 유럽 업체들이 생산 능력을 빠르게 회복하면 한국의 설 자리는 좁아지게 된다. 유럽 재무장의 성격이 ‘국방비를 증액해서 무기를 사자’에서 ‘전시에 필요한 물자를 지속 생산할 수 있는 생산 기반을 만들자’로 바뀌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파퍼거 CEO가 “전 세계적으로 소수업체만 생산하는 화약의 경우, 자급자족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언급한 것도 마찬가지다. 캐나다 잠수함 사업에서 한국 업체가 고배를 마시고 독일의 TKMS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에서 볼 수 있듯, 나토 회원국에 몰아주는 분위기도 걸림돌이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지금이 한국 탄약 업체가 나토 공급망에 들어가기에 최적기이지만 아직 진전 있는 논의가 진행되진 않고 있다”고 말했다.

베를린=정승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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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koreatimes.net/기획기사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캐나다 한국일보
  • 리쏘 (Lisso) 안마의자

전체 댓글

  • Danle ( Educationpo**@hotmail.com )
    Sep, 06, 05:47 PM Reply

    그렇게 포탄 생산량이 많다고 하는 러시아는 왜 탄약을 북괴에 의존하고 있을까? 앞뒤가 맞지 않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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