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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친구 ‘사상검증’?
“정치는 아니어도 가치관은 점검한다”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Sep 06 2026 12:52 PM
젠지세대의 연애관
최근 정치 및 주요 사회 이슈를 놓고 20대의 젠더 갈등이 두드러지고 있다. 기성 세대가 젊은이들의 풋풋한 사랑마저 그 영향을 받는 게 아닌지 우려할 정도다. 그러나 건강한 우리 젊은이들은 사랑과 가치관 사이에서 절묘한 조화를 이뤄내고 있었다. 다음은 '티키타카' 첫 회 방담 내용.
연애 전 사람 됨됨이 점검은 필수 절차

삽화=이지원 기자
방담자2=주변에 연애하기 전에 상대가 어떤 온라인 커뮤니티를 이용하는지, SNS에서 누구를 팔로하는지 확인하는 친구가 있어. 특정 정치인을 지지한다고 무조건 거르는 건 아니지만, SNS까지 팔로어하는 건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거라고 느껴져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고 하더라. 그 친구가 과거 애인과 여성 임금격차 문제를 두고 갈등을 겪었는데, 남자친구는 성별 임금격차를 통계의 허상이라고 봤대. 그 경험을 겪고 나니 '나중에 내가 불평등한 상황에 놓이면 이 사람이 내 편이 돼 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해. 단순히 지지 정당이 달라서가 아니라 미래를 함께 그릴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거지.
방담자4=나는 만나기 전에 SNS까지 미리 확인할 것 같지는 않아. 사람을 만나보지도 않고 미리 판단하는 데까지는 안 갈 것 같고, 실제로 만나서 나랑 맞는 사람인지 성향은 파악해보려고 할 것 같아. 그렇다고 정치 성향을 아예 안 본다고는 못할 것 같아. 나는 정치가 내 삶을 바라보는 가장 기본적인 가치관이라고 생각하거든. 거기서부터 너무 엇나가면 어떤 사건을 바라볼 때 서로 너무 다른 사고를 하게 될 것 같아. 다만 친구가 만나기 전에 SNS를 확인한다고 해도 이해할 것 같아. 걔도 그런 걱정이 되니까 미리 사전조사를 하는 거라고 생각해서 전혀 이상하진 않아.
방담자5=나는 이성친구가 극단적 성향만 아니면, 어떤 정치적 성향을 가져도 상관없다고 봐. 또 가끔씩 정치 현안에 대한 생각이 다를 경우에도, 우리 커플은 서로의 생각을 존중해 줘. 그 점이 나는 자랑스러워.
방담자3= 나는 호불호로써 사상 검증을 하는 건 별 문제없다고 생각해.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싫다", "이쪽 커뮤니티 하는 사람은 안 만날래"라고 하는 것도 아무 문제없다고 봐. "난 잘생긴 사람이 좋아", "난 다정한 사람이 좋아"라고 하는 것과 다를 게 없지 않을까.
방담자6=정치 성향을 확인하는 건 여성들이 더 많이 하는 걸까?
방담자2=그런 편인 것 같아. 남성들은 상대의 정치 성향을 '본인의 선택'이라고 조금 나이브하게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았고.
방담자1=나는 남성들 중 정치 이슈에 유독 관심이 많고, 자기 목소리를 강하게 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조금 위험 신호처럼 느껴져. 대부분은 그렇게까지 정치적 주장을 강하게 드러내지 않는데, 유난히 그러는 경우가 있으니까.
방담자3= 나는 이쪽을 지지하고 상대방은 저쪽을 지지하더라도 “넌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하고 서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잖아. 그게 안 되고 정치나 사상 쪽으로 자기 생각을 강요하는 식이 되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봐. 특정 정치·사상 관련 글을 읽거나 콘텐츠를 본다는 사실만으로 사람을 거르고 싶지는 않아. 그냥 글을 읽어보고 “얘는 이렇게 생각하는구나” 하고 보는 사람도 있을 수 있으니까. 정말 극단적으로 활동하는 경우라면 문제가 있겠지만, 단순히 그런 콘텐츠를 봤다는 사실만으로 선입견을 가지고 싶지는 않아.
방담자1=꼭 정치 이야기를 직접 묻지 않아도 사용하는 용어나 표현, 대화에서 드러나는 사고방식을 보면 어느 쪽인지 어느 정도 알 수 있어. 나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시선을 가장 크게 보는 것 같아.
방담자2=전장연 시위를 두고 “남에게 피해를 준다”고 싫어하는지, 성소수자 문제 등에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를 보고 성향을 유추할 수도 있다는 거지.
방담자4=나의 연애 역사에서 정치 성향으로는 안 맞았던 사람이 없었던 것 같은데, 여성 문제 같은 사회 문제에서는 안 맞는 사람들도 있었어. 내가 회사 다닐 때 일이었는데, 회식 자리에서 아버지뻘 되는 남자 임원들이 여자 직원한테 은근슬쩍 스킨십을 하는 경우가 있었어. 말하자면 성추행인 거지. 그런데 남자친구는 그 여자 직원이 왜 바로 문제 제기를 못하는지, 왜 바로 맞서지 못하는지를 이해하지 못했어. “부당하니까 맞서면 된다”는 식이었지. 여자 직원 입장에서는 그걸 당했다는 것도 상당히 수치스럽고, 조직 안에서 그걸 들고 일어난다는 건 퇴사할 생각까지 해야 되는 거잖아. 그런데 그 과정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거야. 회사라는 조직 안에서 여자가 그런 문제에 조금 더 페널티를 받고 있다는 점을 설명해도 “왜 바보같이 가만히 있느냐”는 답변이 돌아오니까 답답했던 것 같아. 여자들은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고 리스크가 너무 크다고 얘기해도 여자로 살아본 경험이 없어서 그걸 이해를 못하더라고.
방담자2=그런 갈등이 헤어지는 데도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해? 그런 실망이 누적될 수도 있잖아.
방담자4=아예 없다고는 못하겠어. 중요한 이유가 되진 않았지만, 동반자로서 이 사람이 나의 문제를 어떻게 이해해줄 수 있을까, 내가 이해받을 수 있을까 생각했을 때 이해를 못 받을 것 같다는 데까지 가니까. 그러면 그 사람과의 관계가 조금 더 느슨해지는 것 같아. 의지할 수 없을 것 같고.
험한 세상, 연애 전 점검은 '안전의 문제'

SNS(인스타그램), 메신저(카카오톡), 사진에서 최근에는 생성형 AI 대화 목록을 확인하는 요즘 세대 연인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밈(meme). 인스타그램 갈무리
방담자1=예전에 사귀던 사람이 있었는데, 대통령 선거에서 특정 후보를 선택했다는 사실을 알고 많이 실망했어. 그전에는 상대가 어떤 온라인 커뮤니티를 이용하는지 굳이 알아보지도 않았고, 알게 되면 실망할 것 같아 알려고 하지도 않았어. 그런데 대선은 워낙 큰 이슈라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나왔지. 정치적 선택만이 이별의 결정적인 이유였다고 말하기는 어려워. 그래도 사귀기 전에 알았다면 관계를 시작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었을 것 같아.
방담자4= 예전에 연애할 때 당시 대통령 탄핵 문제로 시위가 한창이던 시기와 겹친 적이 있어. 이성 친구와 정치적인 생각이 완벽하게 똑같지는 않았지만 어느 정도 겹쳐서 편하게 얘기할 수 있었어. 그런데 만약 그 상황에서 친구가 탄핵 반대 시위에 나가는 사람이었다면 나는 그 사람과 미래를 생각하지 못했을 것 같고 바로 헤어졌을 것 같아. 생각이 너무 다른데 장기적으로 만나는 건 고려하기 힘들 것 같거든.
방담자6=연애하려면 정치적으로 꼭 맞아야 할까? 서로 다른 부분을 맞춰가며 만날 수도 있잖아.
방담자5=극단적으로 차이가 난다면 힘들겠지만, 사랑하는 감정과 약간 서로 다른 세계관은 양립할 수 있다고 봐.
방담자2=연애에 들어가는 비용이 커졌다고 생각해. 돈도 들고, 시간도 들고, 감정도 써야 해. 그 시간에 공부나 취업 준비처럼 해야 할 일도 많고. 그런데 굳이 가치관이 크게 다른 사람을 만나서 계속 맞춰가야 하느냐는 거지. 데이트 한 번만 해도 적지 않은 돈이 들고,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시간을 내야 하잖아. 연애를 반드시 해야 하는 것도 아닌데 정치·사회적 가치관이 너무 다른 사람까지 만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할 수 있어. 그래서 ‘사상 검증’이라는 거창한 절차를 밟는다기보다, 평소 대화하면서 미리 맞지 않는 지점을 알아보려는 것 같아.
방담자3= 나도 딱 그런 이유 때문에 지금은 연애할 마음이 없어. 딱 맞는 사람을 만난다면 너무 좋겠지만 사실 그런 사람을 만나기도 힘들고.
방담자4=옛날에는 연애도 필수고 결혼도 필수라고 했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잖아. 솔직히 나는 연애를 그냥 콘텐츠 중 하나, 취미생활 중 하나라고 생각해. 공연이나 영화를 보는 건 내가 좋아서 하는 거고 나한테 행복으로 돌아오잖아. 그런데 연애를 하는데 안 맞는 사람이랑 만나면 감정 소모가 너무 많고 스트레스를 받아. 연애가 필수가 아니라 선택이라면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할 거라면 그나마 나랑 가치관도 맞고 이것저것 성향이 맞는 사람을 만나고 싶은 거지.
방담자1=연애는 이제 선택의 영역에 가까워. 어떤 사람이 스포츠 관람을 좋아할 수도 있고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처럼, 연애도 할 수 있고 하지 않을 수 있어. 여성에게 사상검증이나 상대를 확인하는 일은 안전 문제와도 연결돼. 데이트폭력이나 불법촬영처럼 여성의 생존과 안전을 위협하는 사건을 계속 접하게 되잖아. 괜찮은 상대인지 확인하고 안전하게 연애하기 위해 들여야 하는 비용이 너무 크다고 느끼면, 굳이 그 과정을 감수하기보다 취미생활을 하거나 친구들과 지내는 쪽을 택할 수도 있어.
내용 정리: 한관우/ 방담:성지우(대학생) 전세현(대학생) 정지연(인턴) 조예리(회사원) 한관우(대학원생·가나다순), 조철환·변한나(오피니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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