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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보다 뛰어난 자연지능, 그 네 가지 조건들

AI 시대의 자연지능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Sep 05 2026 06:27 PM

과학이 밝혀낸 뇌의 작동원리 몸 가진 존재만이 가진 자연지능 세상 속 부딪힘 통해서 자라나


지난 몇 년 사이 우리는 인간의 지적 활동을 도와주는 기술의 역사에서 유례없는 도약을 목격했다. 복잡한 질문에도 몇 초 만에 정확한 답이 돌아오고, 방대한 문헌이 즉시 요약된다. 이런 '인공지능(AI)'의 시대에 인간의 '자연지능'을 이야기하는 일은 시대에 뒤처진 향수처럼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뇌과학이 밝혀 온 인간 뇌의 작동 원리는, 정확히 이런 시대일수록 자연지능이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자연지능은 인공지능의 반대말이 아니다. 몸을 가진 존재만이 발휘할 수 있는, 대체 불가능한 또 다른 지능의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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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박종범 기자

 

자연지능의 첫 번째 조건은 일화(逸話)성이다. 인간의 기억, 특히 일화기억은 자신의 몸이 어떤 순간 어떤 자리에 있었는가에 대한 이야기의 묶음이다. 뇌의 해마는 매 순간 우리 몸이 놓인 맥락을 하나의 사건으로 엮어, 우리가 자신과 타인에게 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든다. 이 이야기가 있기에 우리는 오늘의 자신이 어제의 자신과 이어져 있다고 느낀다. 몸이 겪지 않은 것은 회상되지 않는다. 허나 자신의 일화를 갖지 못한 인공지능은, 아무리 많은 문장을 흡수하더라도 자신의 이야기를 갖지 못한다.

두 번째 조건은 상반되는 이중 시점의 조화이다. 인간의 뇌는 세상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능력과 나의 시각으로 주관적으로 바라보는 능력을 동시에 유지한다. 우리는 도시를 조감도로 이해하면서도, 언제나 그 도시의 한 골목에 발을 딛고 서 있다. 자신의 입장에서 바라보다가도 상대의 입장에서 문제를 다시 그려 보는 이 유연한 시점 이동은, 몸으로 세상을 여러 방향에서 겪어 본 존재만 가능하다. AI가 아무리 정교한 지도를 갖고 있어도, 그 안에 원점 삼을 몸이 없다는 사실이 AI의 유연성을 근본적으로 제한한다.

세 번째 조건은 맥락적 유추다. 인간은 단 한 번의 경험에서 원리를 뽑아내고, 겉은 다르지만 속은 닮은 새로운 상황에 그 원리를 적용할 수 있다. 이 능력 덕분에 아이는 한 번의 데임으로 뜨거운 물체를 조심하고, 연구자는 한 번의 실패로 다른 실험에서도 비슷한 함정을 피한다. 이 유추의 힘은 데이터의 양이 아니라 경험의 밀도와 즉각성에서 나온다. 여러 감각 채널로 새긴 하나의 사건은, 이후 어떤 조각이 자극되어도 전체가 함께 되살아나는 촘촘한 매듭이 된다.

네 번째 조건은 가소성이다. 인간의 뇌는 스스로의 하드웨어를 갱신할 수 있는 특별한 구조를 기반으로 지능을 발휘한다. 해마에서는 성인이 된 이후에도 새 뉴런이 계속 태어나며, 그 속도는 우리가 얼마나 몸을 움직이고 다양한 환경에 자신을 노출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AI가 외부에서 계산 자원을 더 부어 성장한다면, 인간의 뇌는 자기 몸을 세상 속에서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성장한다. 이는 어떤 인공 시스템도 흉내 낼 수 없는 특별한 방식의 성장이다.

이 네 가지 조건 — 일화성, 이중 시점, 맥락적 유추, 가소성 — 은 하나의 공통된 뿌리에서 자라난 네 갈래의 가지다. 그 뿌리는 인간이 몸을 가진 존재로서 세상 속에 놓여 있다는 사실이다. 자연지능은 이 몸의 조건 위에서만 성립하는 지능이며, 바로 그런 이유로 AI 시대에도 결코 낡지 않는다.

AI 시대에 학습이란 무엇이어야 하는가. 챗봇에 요약과 정리를 위탁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정작 우리에게 남는 지능의 몫은 위탁할 수 없는 일에 집중되어야 한다. 자신의 몸으로 사건을 겪는 일, 자신의 원점에서 세상을 다시 그려 보는 일, 경험을 밀도 있는 매듭으로 짓는 일, 뉴런을 움직임을 통해 갱신하는 일. 이 네 가지는 어떤 AI도 대신해 줄 수 없다. AI가 유능해질수록, 이 가치는 오히려 커진다.

진리를 향한 학습은 결국 도구의 유능함이 아니라 그 도구를 쓰는 몸의 조건에서 시작된다. AI를 잘 쓰는 능력이 곧 인간의 지능은 아니다. 인간의 지능은 여전히 세상 속으로 몸을 던져 겪고 되짚고 다시 경험하는 반복 과정을 통해 자라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나은 AI만이 아니라, 더 나은 몸의 시간, 더 나은 겪음의 시간이다. 자연지능은 그런 시간을 통해서만 자란다.

이인아 서울대 뇌인지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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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koreatimes.net/오피니언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캐나다 한국일보
  • 리쏘 (Lisso) 안마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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