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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차기는 허공에, 격투는 아바타가
‘꼭 게임 같은’ 버추얼 태권도 출격!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Sep 05 2026 06:29 PM
아시안게임 첫 정식 종목 채택
매트 위에 흰색 도복을 입은 선수가 맨발로 선다. 가상현실(VR) 헤드셋을 쓰고, 등과 허벅지, 정강이에는 센서 5개를 착용했다. 상대 선수도 같은 공간에 있지만, 멀찍이 떨어져 서 있다. 경기가 시작되자, 두 선수는 서로에게 닿지 않는 발차기를 주고받는다. 그리고 관중은 매트 위 선수가 아닌, 스크린 속 VR 아바타를 바라본다.
7월 18일 강원 춘천시에서 열린 '2026 춘천코리아오픈 국제태권도대회'에서 한 참가자가 발차기를 하고 있다. 대회 제공
19일 개막하는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버추얼 태권도의 경기 장면이다. 2023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올림픽 e스포츠 시리즈에서 처음 선보인 이 종목은 불과 3년 만에 아시안게임에 입성했다.
경기는 선수 1인당 4m×4m 매트 위에서 60초씩 겨뤄 3판 2선승제로 치러진다. 아시안게임 e스포츠 종목인 철권처럼, 공격을 적중시켜(유효타) 상대의 체력 게이지를 0으로 만들면 KO승이다. 60초 동안 KO가 나오지 않으면, 더 많은 체력 게이지를 지킨 쪽이 승리한다. 발차기로 상대 몸통이나 머리를 때려야 유효타로 인정되며, 머리를 맞으면 체력이 두 배로 깎인다. 발차기 속도에 따라 강·중·약으로 구분돼 대미지가 달라진다.
게임에서 볼 수 있는 요소를 그대로 옮겨온 대목도 있다. 체력과 별개로 '스턴(기절) 게이지'가 있어, 유효타를 쌓아 이 게이지를 다 채우면 상대는 3초간 무방비 상태가 된다. 이 시간 동안 상대는 공격을 피할 수도, 방어할 수도 없어 전세를 역전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생긴다. 주먹 공격은 상대 체력을 깎지는 못하지만, 스턴 게이지를 쌓을 수 있다. 반대로 팔로 상대의 발차기를 막는 데 성공하면, 상대의 스턴 게이지를 줄일 수 있다.
버추얼 태권도의 한 장면. 대회 제공
게임처럼 보이지만 체력 소모가 큰 건 다른 종목과 마찬가지다. 경기는 라운드당 1분, 최대 3분에 불과하지만, 그동안 쉬지 않고 상대를 몰아붙여야 하기 때문이다. 체력, 기술력뿐만 아니라 가상 환경 안에서 상대의 움직임을 읽고 순간적으로 판단하는 집중력도 중요하다.
가상 공간에서 겨루기 때문에 성별과 체급의 경계가 사라진 것도 이 종목의 특징이다. 실제 7월 열린 '2026 춘천코리아오픈 국제태권도대회'에서는 베트남 태권도 선수 응우옌 티 몽 꾸인(28)이 여자부에 이어 남녀 31명이 출전한 혼성부까지 제패했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도 성별이나 체급 구분 없이 단 1개의 금메달을 놓고 경쟁한다. 15개국에서 17~35세 남녀 선수 16명이 출전한다. 한국은 겨루기 58㎏급에서 활약해온 안향식(용인대)이 나서고, 홍콩과 인도 등에서도 겨루기 선수들이 버추얼 태권도에 참가한다. 반면 필리핀, 싱가포르 등에서는 품새가 주 종목인 선수들이 출전한다.
하지만 기존 겨루기 실력이 버추얼 태권도에서도 그대로 통할지는 미지수다. '스턴'처럼 현실 태권도에는 없는 독특한 전략적 요소가 승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겨루기와 품새 선수 중 어느 쪽이 유리할지도 아직 단정하기 어렵다. 세계태권도연맹 관계자는 "이번 아시안게임 참가자 중에는 버추얼 태권도에 특화된 선수도 있다"고 전했다.
손영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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