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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프라우를 찾아 떠난 여정
이현수 (토론토)
- 원예진 인턴기자 (press1@koreatimes.net)
- Sep 08 2026 11:26 AM
얼마 전 아내와 나는 다시 한번 유럽 여행길에 올랐다. 이번 여행의 주된 목적은 융프라우(Jungfrau)를 찾아 가는 것이었다. 독일어로 ‘처녀’ 또는 ‘동정녀’를 뜻하는 융프라우라는 이름은 그 산의 순결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절묘하게 표현하고 있다. 융프라우는 단순한 지리적 존재를 넘어, 자연이 지닌 장엄함을 상징하며 오랫동안 그 모습을 바라보는 모든 이들에게 경외감을 불러일으켜 왔다.
유럽 알프스에서 융프라우(해발 4,158미터)는 알프스 최고봉인 몽블랑(해발 4,808미터) 보다는 낮지만 알프스를 대표하는 명산 중 하나이다. 많은 관광객들이 융프라우를 찾는 이유는 융프라우요흐(3,454미터)까지 가는 산악열차 덕분에 쉽게 알프스의 신비한 고산 세계를 체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융프라우로 가는 길에 우리는 파리에 들렸다. 파리는 우리가 이미 두 차례 방문한 적이 있는 도시이다. 우리는 이틀 동안 도시의 관광 명소들을 다시 둘러보았다. 그러나 센 강변을 거닐고 역사적인 유적들을 구경하면서도 내 마음은 이미 알프스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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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서 우리는 제네바로 향하는 TGV 열차에 올랐다. 열차가 프랑스 시골을 가로질러 빠르게 달리는 동안, 들판과 마을들이 창밖으로 마치 움직이는 그림처럼 스쳐 지나갔다. 약 세 시간 후 우리는 제네바에 도착했다. 그 곳에서 관광버스를 타고 호수와 산봉우리 사이에 평온하게 자리 잡은 작은 마을 인터라켄(Interlaken)으로 향했다.
융프라우로 오르는 여정은 인터라켄에서 시작되었다. 우리는 베르네 알프스를 가로지르며 꾸준히 고도를 높이는 산악 열차에 몸을 실었다. 열차가 높이 올라갈수록 창밖의 풍경도 점차 변해 갔다. 푸른 초원은 서서히 암반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암반마저 넓게 펼쳐진 눈과 얼음 아래로 사라졌다. 시간이 흐를수록 마치 인간이 살아가는 세계를 뒤로하고, 오래되고 원초적인 세계로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마침내 우리는 유럽에서 가장 높은 철도역으로 알려진 융프라우요흐(Jungfraujoch)에 도착했다. 나는 역 밖으로 나가 조심스럽게 눈 덮인 길을 따라 전망대로 향했다. 사방은 깊은 정적에 잠겨 있었고, 간간이 들려오는 바람 소리와 나의 발 밑에서 눈이 사각거리는 소리만이 그 침묵을 깨고 있었다.
전망대에 서자 융프라우의 정상뿐 아니라 이웃한 묀히(Mönch)와 아이거(Eiger) 봉우리까지 한눈에 들어왔다. 그 봉우리들은 거대한 얼어붙은 파도처럼 솟아 있었고, 눈 덮인 산비탈은 햇빛 아래에서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그 아래로는 알프스에서 가장 큰 빙하인 알레치 빙하(Aletsch Glacier)가 산맥 사이를 따라 거대한 얼음의 강처럼 길게 펼쳐져 있었다. 그 광경은 아름다우면서도 동시에 겸허한 마음을 불러일으켰다. 그것은 수많은 세월에 걸쳐 이 풍경을 빚어낸 자연의 거대한 힘을 일깨워 주는 장면이었다.
내가 그곳에 서 있는 동안 알프스는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조용한 사색을 불러일으키는 장소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처럼 장엄한 자연 앞에 서 있으니 일상의 근심과 걱정들은 멀고 사소한 것처럼 느껴졌다.
융프라우에서 내려온 뒤 우리는 여행을 계속하며 밀라노, 베네치아, 피렌체, 그리고 로마를 차례로 방문했다. 각 도시마다 저마다의 아름다움과 역사가 있었지만, 가장 또렷하게 남은 기억은 역시 융프라우였다.
여행이 끝난 뒤에도 오랫동안 그 고요하고 우뚝 솟은 봉우리들의 모습은 내 마음속에 남아 있었다. 그것은 자연의 장엄함을 일깨워 주는 오래도록 지속될 추억이다.

이현수(토론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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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예진 인턴기자 (press1@koreatimes.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