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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생각
손정숙(문인협회)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Sep 10 2026 01:05 PM
3시 10분이다. 블라인드 틈새를 손가락으로 벌리고 밖을 내다본다. 초봄 새벽의 가로등만 떨고 있을 뿐, 거리는 한창 잠에 빠진 듯 고요하기만 하다. 날씨는 잔뜩 흐려 있어 금방이라도 쥐어짜면 스펀지처럼 뚝뚝 물방울이 하늘에서 떨어질 듯하다. 돌아서려다 다시 블라인드를 올린다. 저쯤에 늘 있던 북극성이 슬며시 떠오른다. 영자 더블유(W) 모양이라 신나게 외웠던 ‘카시오페이아’ 별자리가 뒤이어 나타난다. 별을 찾아본 적이 언제였던가? 밤하늘을 올려다본 기억도 까마득하다. 피곤에 젖어 잠자리에 들어가고 시간 맞추느라 아침부터 동동거리던 일상이었다. ‘열기(ON)’, ‘닫기(OFF)’의 두 버튼으로 움직이는 기계적인 삶이었다. 문득 그날의 별들이 우수수 쏟아진다. 저 두터운 구름 포장 뒤의 별들은 살아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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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한국에 있을 때, 문우들 몇이 안면도에 갔었다. 철석이는 파도소리에 겨우내 움츠러들었던 어깨를 죽 펴고 찝질한 바닷바람을 폐속 깊이 들여 마시려는 계획이었다. 변덕스러운 봄날씨는 가는 길에 흐려졌다. 꽃지해변에 다다르니 멀리 ‘할매바위’와 ‘할배바위’가 마주 보고 떨고 있었다. 마침 썰물 때여서 반들거리는 모래사장이 날씨와는 상관없이 우리 모두를 물가로 불러내었다. 그런데 텅 빈 듯하던 모래사장에 거뭇거뭇한 별들이 잔뜩 있었다. 쇠붙이도 먹어치운다는 신비의 불가사리(Star Fish)가 모래사장을 덮고 있었다.
불가사리는 무척추 어류인데다 머리가 없고 몸의 앞뒤도 명확하지 않은 자웅이체 생물이다. 입을 통하는 수직의 축에 방사대칭형의 5개의 팔이 있어 별 모양이 되었는데, 이동할 때는 팔을 쓰는 게 아니라 물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떠다닌다. 오늘날 전 세계에 6000여 종이 서식하고 있다고 한다. 천적이 없는 불가사리는 밀물에 밀려왔다가 썰물에 따라 나가지 못하면 끝이다. 모래사장에서는 살 수 없기 때문이다. 별꼴이 어떻게 생겼는지 정확히 모르던 어린 날, 여름밤 하늘에서 쏟아지는 별똥별이 불가사리인 줄 알았다. 죽은 별은 불가사리이고 살아있는 별은 하늘에서 반짝반짝 빛을 발하는 것이라 믿었다. 지구상의 인생들 중, 꼭 저 불가사리를 닮은 듯한 사람을 가끔 만난다. 머리는 없이 입만 있어 입을 중심으로 모든 필요가 채워지기를 꾀하는 그들의 경영이 ON, OFF. 버튼에 따라 세월의 물결에 휩쓸리며 생존을 이어가는 듯해서다.
오래전, 한 달간 트레일러 여행을 한 적이 있다. 런던 온타리오에서 덴버, 콜로라도, 싼타페, 솔트레이크를 거쳐 라스베가스까지 갔다가 캘리포니아에서 시카고를 지나 돌아오는 여정이었다. 직접 차를 끌고 꼬불꼬불한 산길을 오르는 오싹한 스릴이라던가, 보통의 관광코스에서는 가 볼 수 없는 장소들을 여행하는 즐거움은 스스로 경험해 보지않고서는 전 할 도리가 없다. 그중에도 캠프파이어의 매혹적인 불꽃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추억이다.
록키 산 정상에서 ‘툰드라’ 생태계를 보려고 올라간 길이었다. 2000여 미터를 올라왔는데 아직도 생태계 공원까지는 몇백 미터 더 올라가야 한다는 곳에 캠프장이 있었다. 저녁 후에 우쿠렐레와 피리를 불며 쉬노라니 주위의 캠퍼들이 한둘씩 모여 들기 시작하였다. 낮에는 땀을 뻘뻘 흘렸는데 밤이 되니 몸이 떨릴 지경으로 추워졌다. 이제 내일 일정을 생각해 그만 들어가자고 일어나며 무심히 하늘을 올려다보다 깜짝 놀랐다. 별! 저렇게 큰 별을 본 적이 없었다. 모두가 탄성을 지르며 올려다본 별꼴은 정확히 다섯 모가 뻗쳐 있는 오각형이었다. 양 끝의 길이가 두 자는 될 듯한 큰 별이었다. 산정상이어서 공기가 맑은 탓이라고 하였다. 지금까지 캠프장을 환하게 비쳐준 것은 캠프파이어만이 아니었다.
떨고 있는 가로등을 내다본다. 밤하늘의 별이 사라진다는 신문 기사를 읽었다. 연간 2~3% 하늘이 밝아져 도시 전체가 빛 공해에 빠졌다고 한다. 가장 큰 원인은 도시, 상가 거리의 조명이라 한다. 전문가들은 도심에서 맨눈으로 볼 수 있는 별은 이미 사라지고, 이 추세라면 머지 않아 은하수도 볼 수 없게 되리라고 경고한다. 도시가 발달하고 흥왕한 상징으로 네온사인까지 휘황하던 도시의 거리는 별빛을 잃어가는 어둠의 도시가 되어가는 것이다.
모서리가 날카롭게 반듯하던 별이 지구에 떨어지면, 과학은 한 조각 돌맹이에 불과하다고 일깨워준다. AI(인공지능)를 향해 질주하는 사이, 기계화되어 가는 우리에게 또 무엇을 선물해 줄 것인지, 이상의 추구도, 낭만도 없는 우중충한 세계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날, 꽃지해변에서 우리는 불가사리를 모두 뒤집으며 달렸다. 엎어진 불가사리의 안쪽은 모두 분홍색, 하양색이었다.
흐린 하늘을 바라보며 별 생각을 하다니 정말 별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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