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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발가락 점점 휘는 무지외반증
치료 늦으면 무릎·척추에도 부담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Sep 13 2026 02:29 PM
지외반증 환자의 82%가 여성 뼈 변형 진행될수록 통증 심해져 체중 분산·걸음걸이에도 악영향
40대 직장인 한모씨는 몇 년 전부터 엄지발가락이 조금씩 휘기 시작했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발 안쪽으로 튀어나온 관절 부위가 신발에 닿아 아플 때도 있었지만 ‘직장생활 하며 구두를 오래 신어서 그렇겠지’하고 넘긴 게 문제였다. 최근에는 오래 걸은 날이면 발바닥 앞쪽이 욱신거리고, 급기야 엄지발가락이 둘째 발가락과 겹치기 시작했다. 그는 “튀어나온 부위가 끈에 쓸리면서 금세 빨갛게 부어올라 여름 내내 샌들도 신지 못했다”며 “신발을 신는 것부터 불편해지고 통증도 계속되니 이제라도 병원에 가봐야 하나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한씨처럼 엄지발가락이 휘고 발 안쪽 관절이 튀어나오는 것을 단순한 발 모양 변화나 일시적인 문제로 여기는 사람이 적지 않다. 하지만 이는 대표적인 족부 질환인 ‘무지외반증’의 전형적인 증상이다. 뼈 변형이 점차 진행될수록 통증이 심해지는 것은 물론 발의 체중 분산과 걸음걸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이힐 때문? 유전과 발 구조 영향 커

무지외반증이 있는 사람의 발 사진(왼쪽)과 엑스(X)선 사진. 엄지발가락 관절이 발 안쪽으로 튀어나와(빨간색 원 안)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무지외반증은 엄지발가락이 둘째 발가락 쪽으로 휘면서 엄지발가락 관절이 발 안쪽으로 돌출되는 질환이다. 변형이 심해지면 엄지발가락이 둘째 발가락을 덮고, 튀어나온 관절 부위가 신발에 반복적으로 닿으면서 피부가 붓고 염증이 생기기도 한다.
7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후천성 무지외반증 환자는 2024년 기준 8만8,164명이었으며, 이 중 여성 환자가 82%를 차지했다. 특히 사계절 중 여름철에 가장 많은 환자가 병원을 찾았다. 샌들이나 슬리퍼처럼 맨발이 드러나는 신발을 신으면서 평소 눈치채지 못했던 발 변형을 뒤늦게 발견하거나, 돌출된 뼈 부위가 외부에 직접 노출돼 자극을 받는 상황이 환자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전상현 인천성모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무지외반증은 하이힐 때문에 생기는 질환으로 흔히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유전 요인과 발의 구조 특성이 발생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며 “평발이나 발의 아치가 낮은 경우, 관절이 과도하게 유연한 경우에는 무지외반증이 생기거나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가족력이 있거나 선천적으로 관절이 유연한 상태에서 앞이 좁고 굽이 높은 신발을 장기간 착용하면 발가락에 가해지는 압력이 커져 변형이 더 빨리 진행될 수 있다. 류마티스관절염 같은 관절 질환이나 과거의 족부 외상도 무지외반증의 원인이 된다.
무지외반증을 가볍게 볼 수 없는 이유는 보행 변화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엄지발가락은 걸을 때 바닥을 차고 몸을 앞으로 밀어내는 지렛대 역할을 하는데, 무지외반증으로 휘어지면 엄지발가락이 체중을 제대로 지지하지 못하게 된다. 이 때문에 둘째, 셋째 발가락에 실리는 부담이 커지면서 발바닥 앞쪽에 통증이 생기는 중족골통이 나타나기도 한다.
신동협 강북힘찬병원 정형외과 원장은 “엄지발가락이 새끼발가락 쪽으로 많이 휘면 엄지발가락 본연의 기능을 상실해 나머지 발가락들이 그 기능의 일부를 억지로 담당하게 되고, 결국 걸을 때마다 다른 발가락에 엄청난 무리가 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발의 하중 분산 기능이 무너지면 조금만 걸어도 피로해지고 걸음걸이마저 부자연스러워질 수 있다. 그만큼 무릎과 고관절, 허리에 가는 부담도 커지게 된다.
통증 있으면 바로 치료받을 필요

무지외반증 초기에는 비수술적인 보존 치료를 우선 적용한다. 앞코가 뾰족하고 딱딱한 신발 대신 발볼이 넓어 발가락을 여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신발로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필요에 따라 엄지와 둘째 발가락 사이에 끼우는 실리콘 보조기, 무너진 발 아치를 지지해주는 기능성 맞춤형 깔창을 사용해 통증을 조절할 수 있다. 다만 이런 방법은 발에 가해지는 자극을 줄여 통증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줄 뿐, 이미 변형된 뼈를 원래 상태로 되돌리지는 못한다.
꾸준한 보존 치료에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고 일상생활에 제약이 계속된다면 수술을 고려한다. 수술은 단순히 튀어나온 뼈를 깎아내는 것이 아니라, 발 모양과 변형 정도에 따라 뼈를 절골해 제자리에 맞추고 주변 근육·인대를 교정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신 원장은 “무지외반증 수술은 튀어나온 뼈만 잘라내는 것이 아니라 발의 전체적인 정렬을 바로잡아 체중이 고르게 분산되도록 돕는 근본 치료”라며 “최근에는 피부를 크게 절개하지 않고 작은 구멍을 내 뼈의 정렬을 교정하는 최소침습 수술로 회복 부담도 줄고 있다”고 설명했다.
무지외반증을 예방하려면 발에 맞는 신발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발볼이 넓고 굽이 낮으며 발가락이 충분히 움직일 수 있는 신발을 착용하고, 하이힐이나 앞이 좁은 신발을 장시간 신는 것은 피하는 게 좋다. 오래 서 있거나 많이 걸은 뒤에는 발 스트레칭이나 마사지로 발의 피로를 풀고, 체중을 적절히 유지하는 것도 발에 가는 부담을 줄여 무지외반증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전 교수는 “무지외반증은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좋아지는 질환이 아니며, 서서히 변형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며 “엄지발가락 모양이 변하거나 통증 때문에 신발을 신기 불편하다면 바로 진료를 받아 적절한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발 건강과 보행 기능을 지키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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