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아티스트

하늘을 날고 싶다
Soo (soo**@wightman.ca) / 조회 : 368 / 추천 : 1 / 비추천 : 0 / Jan, 05, 07:20 PM

담배를 한 대 피워 물며 문득 하늘을 보니 새털 구름이 가득하다.
날이 흐려지려는 모양이다.
군 복무 시절이 떠오른다.

후반기 교육을 마치고 자대에 전입해서
내 밑으로는 봉 걸레와 비짜루 밖에 없는 생활이 6개월이나 지속되더니
드디어 7개월 차에, 약간은 띨띨해 보이는, 신병이 한 명 들어왔다.
덩치는 나보다도 컸지만, 정말로 반가움에 깨물어 주고 싶은 지경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이 녀석이 드디어 사고를 치고 말았다.
고참한테 담배 불을 빌려달라고 한 것이다.
내가 고참에게 불려가서 "쫄따구 교육을 그렇게 밖에 못 시키느냐"며
몇 대 줘 터지고는 그 녀석을 불러 타일렀다.
"얌 마! 너 앞으로는 불이 필요하면 나한테 와 얘기해!
절대 겁없이 고참들한테 불 달라 하지 말고!"

당시에는 뒷간에 앉아 있는 시간이 하루 중 제일 행복한 졸병 시절이었다.
하루는 뒷간에 쭈그리고 앉아 큰 걸 보며 냄새는 나지만 단 행복을 즐기고 있었는데,
입구에서부터 뒷간 문을 죄 두들기며 그 녀석이 나를 찾는 것이었다.
똑! 똑! "박 일병님! 박 일병님!" 똑! 똑! "박 일병님!" 똑! 똑!...
행복을 깨는 그 녀석에게 문을 빼꼼히 열며 짜증스럽게 대꾸했다.
"왜 임마?"
그러자 그 녀석이 하는 말
"박 일병님! 저, 불 좀 주세요!"

허걱

그 녀석은 그 후에도 나를 무던히 괴롭혔다.
그 부대는 일렬로 쫄병들을 업드려 뻗 쳐! 시켜 놓고
1미터쯤 되는 쇠 봉으로 줘 패는 참 더러운 전통이 있는 부대였다.
허구헌 날 맞고 터지며 인내의 한계를 시험하며 지지고 볶는 일상에서
어느 날 탈출할 기회가 생겼다.
운 좋게, 에루 나인틴(L19)이라 불리던 비행기를 얻어 타게 되었다.
구름을 헤치며 하늘 높이 올라가면서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지지고 볶으며 부대끼던 내 생활의 터전인 내무반 건물,
그 주위의 3선 방어 진지, 활주로, 위병소...
높이 올라 가면 갈수록
지옥같던 것들이 레고 블록보다도 더 작아 지면서
귀엽고 예쁘게 보이기 시작했다.
하늘 높이 올라가 내려다 보니
그 많은 힘들고 어려운 모든 것들은 그저 아주 조그마한 일들일 뿐이야.
티끌보다도 작은 존재들이 부질없는 것들을 가지고
아웅 다웅하고 살아가는 것들이 측은해 보였다.

그 후로 나는 마음이 답답할 때마다 하늘을 날고 싶어진다.
내려다 보면서 모든 것들을 작고 예쁘게 볼 수 있도록...
그 때 이를 갈며 미워하던 고참들을 용서했듯이
그리하여 측은지심, 자비심을 갖을 수 있도록.
모든 이를 향하여, 모든 것들을 향하여.
많은 이들과 함께 날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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