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에도 아기는 젊은 엄마의 아기가 아닌 좀 전, 하염없이 창 밖 구름을 바라보던 중년의 그 여인에게 안겼던 그 아기였다. 아기는 안긴 채 몸을 뒤틀며 울고 여인은 어쩔 줄을 모르...Read more...
비행기는 가까스로 잠잠해졌는데 아기 울음소리는 여전하다. 아기는 좀 전과는 달리 악을 쓰며 운다. 잠투정이 아니라 어딘가 불편해 우는 소리 같다. 기저귀가 젖은 것일까? 잠을 청하...Read more...
나는 그 아기의 행방을 모르고 행방은커녕 열 달을 품고 있었어도 그 아기가 남아인지 여아인지조차도 모른다. 제대로 잘 자랐다면 저를 잉태했던 그때의 내 나이만 할 그 아이, 그러나...Read more...
모르는 것이 낫다. 낯익히면 못 뗀다.그때 혼절에서 깨어나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잠시 잊고 있었을 때 어머니는 내 침대 머리맡에서 그렇게 말씀하셨다. 나는 어머니의 단칼에 ...Read more...
비행기는 마치 제자리에 멈춰 있는 듯하다. 나는 불편했던 몸을 조금 움직인 후 자리로 돌아왔다. 아랍계로 짐작이 되는 옆 좌석의 남자는 랩탑으로 뭔가 일을 하고 있었다. 그의 랩탑...Read more...
비행기는 어느 듯 미동 없이 날고 있다. 벨트 사인이 사라지자 사람들의 입에서 가벼운 안도의 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온다. 긴장에서 놓여나는 소리이다. 사람들은 자리에서 일어나기도 하...Read more...
눈을 붙이려 하면 마치 선잠을 깨우듯 비행기는 흔들린다. 장거리 비행에는 웬만큼 익숙해져 있음에도 키질하듯 들까부는 흔들림은 여전히 두렵다. 앞쪽의 대형 티브이 스크린 속의 작은 ...Read more...
미국땅에살던애나는가끔전화를해아버지와대화를나눴다.아버지연세가그렇게많은줄몰랐어요.아프지마세요,아버지.애나는전화를할때마다그렇게말하다가아버지,죽지마세요.하며늘울먹이면서전화를끊었다.애나와통...Read more...
25. 콘도르를 만나다 드디어 마이클과 나는 비행기에 탑승했다. 페루에 가는 비행기다. 얼마 만인가? 일곱 살 때 떠난 고국에 남편과 함께 가는 것이다. 어머니와 가기로 한 여행이...Read more...
24. 샬 위 댄스 마이클은 레스토랑 입구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애나! 마이클이 자동차에 내리던 날 대뜸 안고는 얼굴을 들여다보고 입을 맞추며 기꺼워했다. 그는 그렇게 깍듯하...Read more...
23. 반 전 짧은 겨울 방학을 마친 브라이언의 두 아이들은 학교에 가야했다. 나는 두 아이들을 버스 정류장(Bus Shelter)까지 데려다 주기 위해 함께 집을 나섰다. 아이들...Read more...
22. 오 해 농장에 사람들이 보이면 봄의 시작이었고 그들이 떠나면 가을이었다. 이른 봄에 자메이카에서 멕시코에서 온 그들은 농원을 누비며 시기에 따라 할 일을 알아서 했고 그들 ...Read more...
21. 페루를 그리다병원에서 나온 이후 나는 어머니 집에서 머물고 있다.내가 다시 마이클이 있는 집엘 가게 될지 나는 모른다. 언제까지일지는 모르지만 우리는 서로 떨어져 지내며 서...Read more...
20. 벌 받다 나는 집으로 왔다. 추리 하우스에 오를 수 없는 겨울이면 창밖 온타리오 호수를 바라보며 삼뽀냐를 불었던 어머니의 집, 내 방이었다. 토해내야 할 말은 찼지만 나는 ...Read more...
19. 그리고 카오스 몇 날 째 나른하고 의욕이 없었다. 마이클이 출근을 하고나면 다시 침대로 들어가 누워있었다. 늦여름에 찾아온 감기몸살 같았다. 더운 차를 마시고 자리에 누웠는...Read more...
18. 아, 어머니 브라이언과 수아가 두 아이들을 데리고 코리아로 가기로 결정한 것은 아이들의 여름 방학을 앞두고였다. 오래 친정엘 가지 못한 수아에게 부모님의 권유가 있었다. 수...Read more...
17. 부부 물비늘로 반짝이는 집 앞 나이아가라 강은 내려앉은 별 총총한 밤하늘 같았다. 어머니집 앞의 온타리오 호수로 흘러갈 물이었다. 이리호수가 집에서 20여분 채 떨어지지 않...Read more...
16. 그녀, 수아 보고 싶어요, 애나. 속을 잘 드러내지 않는 수아가 전화로 보고 싶어요. 라고 했을 때 나는 다른 생각을 했다, 혹 힘든 일이라도 있었던 걸까, 그래서 할 말...Read more...
15. 우리는 서로에게 너무나 아름다워서 눈물 났어요, 애나. 신혼여행을 다녀온 후 통화 중에 수아가 한 말이었다. 자신의 첫 결혼식을 떠올렸을까? 눈물 났어요. 란 수아의 그 말...Read more...
14. 유월의 신부 양쪽 집안은 결혼식을 앞두고 몹시 분주했다. 결혼식은 아버지와 어머니의 제의로 집 뜰에서 하기로 했다. 애나 결혼식에는 다 초대할 거야. 특히 어머니는 아직 내...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