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국에 가면 잠을 설쳐, 해가 미처 뜨지도 않은 시간에 숙소 근처를 산책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던 중, 달빛의 끄트머리 사이로 택배 기사들이 물건을 나르는 모습을 보면서 참, 부지런히 열심히들 산다 하는 생각이 들곤 했다. 내가 이민을 떠나기 전에는 보지 못했던 낯선 장면이다.저녁 설거지를 끝내고 하루의 일상이 끝나는 늦은 밤. 내일 아침 반찬거리를 걱정하던 주부는 쿠팡 같은 쇼핑 플랫폼(Platfom)으로 먹거리를 주문한다. 그로부터 몇 시간 뒤, 문을 열면 주문한 식재료가 놓여 있다.이제 퇴근길에 무거운 짐을 들고 장을 보...
올 봄 날씨가 심상치 않다. 꽃을 보고 싶은 마음에 지난 달 서둘러 모종판에 씨를 뿌리고, 빅토리아 데이가 지나면 땅에 옮겨 심으려고 준비해 놓고 있는 참이다. 이제나 저제나 기온이 따뜻해지기를 기다리며 매일 들여다 보아도, 싹은 고개조차 내밀지를 않는다. 계절의 여왕이라는 별명이 무색하게 5월이 이상 저온으로 잔뜩 움츠리고 있다. 60년 만에 찾아온 현상이라고 한다.Adobe Stock몇 년 전, 이사온 집은 정원을 가꿀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땅이 척박했다. 잡초가 무성한 앞마당엔 유난히 자갈돌이 많았다. 작년에 햇볕이 좋은 ...
나이아가라의 긴 겨울을 피해 서울에 온 지 두 달째다.서울은 졸업 시즌을 보내고 입학의 때를 맞았다.내 거처 앞의 성균관 대학교 교정은 단과대학 별 졸업식으로 며칠간 꽃을 안은 사각모들로 붐볐었다. 사람이 꽃 같고 꽃이 사람 같던 교정에서 나도 한 아름 꽃을 안고 싶었는데, 마침 손녀의 초등학교 졸업식이 있어 꽃 속에서 사진을 찍었다.연합뉴스졸업식은 정말 꽃 같은 아이들을 위한 꽃 잔치였다. 아이들은 분홍 빨강, 노랑, 보랏빛 고운 꽃이었고, 축하하러 온 어른들 또한 오늘만큼은 꽃을 든 어른이었다.그 꽃 속에서 나는 몇 가지 생경한...
사진 출처 권천학 작가시담(詩談)*3•1절 107주년 기념회가 열린다는 소식들이 단톡방에 자자하다.서울의 효창공원, 토론토의 한인회관에서, 기타 공공단체와 기관 그리고 전 세계의 각 나라에 퍼져있는 한인커뮤니티들이 그럴 것이다.모두가 그 날의 함성을, 그날의 독립의지를 새삼 되뇌이며 만세를 3창한다.누군들, 모를까. 안 그러고 싶을까.그 모습들을 지켜보면서 마음이 달구어진다.이제, 행사를 치루는 것으로 그칠 일이 아니라 오늘을 계기로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일에 좀 더 적극적으로 뜻을 모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행사로 시끌...
올림픽은 보통 찬란한 장면으로 기억된다. 높이 비상하는 점프, 폭발적인 스퍼트, 화려한 의상을 입고 빙판 위를 수놓는 우아한 연기. 우리가 떠올리는 올림픽은 대개 그런 눈부신 이미지들이다.일리야 말리닌이지난달 21일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갈라쇼에서 고통스러웠던 시간을 회상하며 격렬한 연기를 펼치고 있다. 밀라노=연합뉴스그러나 정작 그 무대에 서는 선수들의 마음은 그리 화려하지만은 않다. 그들에게 올림픽은 기술과 체력의 한계를 겨루는 자리인 동시에 두려움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