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천학 시·시조 사랑방 이 3남자 때문에

사진 출처 권천학 작가시담(詩談)♥근황-잠자리가 불편하다!♥요즘 출렁이는 세계의 파도 때문에 잠자리가 불편하다.80고지에 올라 선 이후, 이제 좀 편해지자!하고 싶은 일 하며 느긋해지자!벼르고 있었지만 세상이 가만 놔두지 않는다.그 언저리에,K문화사랑방 식구들 중에서 시조로 쓴 근황들을 전해왔다.석 줄 문장 쓰기로 시작해서 주고받으며 다듬어낸 맛있는 열매들이라 즐겁다.그 중에서 지금 해외여행 중인 향림의 시조를 먼저 옮겨본다.사노라 사노라면 그래도 살아진다일어난 상처마다 딱지는 덮어지고구간골 뼈마디는 남아서...

문인협회 바람 몸살: 삶의 오르막에서 만난 위로

점심을 먹고 동네 산책을 나섰다. 오늘은 흐린 하늘 아래 바람이 세차게 불었다. 나무들이 바람 몸살을 앓고 있었다. 발코니 너머 늘씬한 단풍나무는 유연하게 이리저리 흔들리고, 뿌리 깊은 소나무는 든든하게 자리를 지킨다. 아카시아 역시 거친 바람 속에서도 뽑히지 않고 나름의 자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 모습들을 보며, 나는 문득 젊은 날 온몸으로 맞섰던 수많은 바람을 떠올렸다.Chat GPT 생성 이미지제주 모슬포는 바람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바람이 너무 심해 못 살겠다, 못 살겠다 하다가 모슬포가 되었다는 원주민들의 이야기...

권천학 문학서재 문학이 안겨준 달나라의 꿈

우주를 향한 인간의 호기심과 상상력은 인간의 본능이다.아르테미스 2호(Artemis II)를 실은 우주선 오리온 호의 발사 소식을 접하자마자 가슴이 또다시 용솟음쳤다. 나의 종교는 과학이라고 말할 만큼 과학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자연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용솟음치는 기분과는 달리 또 다른 생각들이 새끼치고 있었다.그 중의 하나는 완전히 사라져가는 달나라의 동화를 잃어버리는 것이 아닐까 하는 염려였다. 그 염려는 오래전부터 달을 가슴에 품어온 인간적인 동화를 가슴에 간직해야겠다는 생각을 끌어왔다. 과학이 발전하여 달라지는 상...

이란 전쟁이 일깨운, 고통스러운 미술의 가치

미술이 진실과 어떤 방식으로든 관련된다는 것은 상식이다. 현대미술은 이러한 보편적 상식을 더 정교하게 강화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새로운 관점과 통찰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사람들의 진실한 삶과 이야기를 더 가까이 느끼고 사려 깊게 살핀다.피카소, 한국에서의 학살, 1951년, 국립피카소미술관, 파리20세기는 전쟁의 시대였다. 러일전쟁, 1차세계대전, 2차세계대전, 한국전쟁, 베트남전쟁, 아프가니스탄 전쟁, 영국과 아르헨티나의 전쟁 등. 수많은 생명이 사라졌고 고통과 상처의 서사로 가득했다. 21세기에도 911테러로 촉발된 이라크전쟁...

'왕사남'은 어떻게 1500만 관객을 울렸을까

※이 칼럼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요즘 한국 영화계 최대의 화제작이왕과 사는 남자라는 데는 아마 누구도 이견이 없을 것이다. 약간의 반골 기질이 있어서인지 나는 대중적으로 인기가 많은 작품을 선뜻 보러 가는 편이 아니다. 하지만 영화가 1,000만 관객을 훌쩍 넘어 1,500만에 가까운 관객을 동원했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대체 어떤 영화일까 하는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극장을 찾았다. 단종의 폐위와 죽음이라는, 결말이 이미 스포된 것이나 다름없는 역사극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약진과 불황의 이중고로비어 가던 영화...

문인협회 내가 걷는 이유

무거워진 다리로 숙소에 도착하니 뿌연 유리문 사이로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11월 스페인 갈리시아 지방은 비가 많이 와서 대기가 습기로 빽빽했다. 순례자용 호스텔에 머무는 사람들 모두 머리부터 신발까지 흠뻑 젖어 있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실내에서 쏟아지는 비를 피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해 보였다. 주방에서 저녁을 만들고 있는데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젊은이 두 명이 나타났다. 한 명은 머리를 허리까지 기른 키가 큰 남자였고 한 명은 총명한 눈빛을 가진 건강해 보이는 여자였다. 그 둘은 조용하고 신속하게 각자 맡은 요리를...

황현수의 들은 풍월 내 마음속 ‘수국 한송이’

옛 다이어리를 정리하다가 총각 시절에 법정스님을 뵈었던 기억이 떠 올랐다. 1983년 초여름, 알 수 없는 바람에 이끌려 혼자 전라남도 순천에 있는 송광사로 여행을 갔었다.흙먼지 날리는 비포장도로를 달려 시외버스가 송광사 주차장에 멈춘다. 열린 버스 문 사이로 짙은 흙 내음과 풀 비린내가 훅 끼쳐왔다. 주차장에서 송광사까지는 소나무 숲 속을 20여 분 정도 더 걸어야 했다. 황토와 굵은 모래가 뒤섞인 길을 걷는 동안 서걱거리는 소리가 정겨웠지만, 한편으론 돌아가야 할 막차 시간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주차장 근처에 민박집이 몇...

아들이 초등학교 2학년이던 1998년 5월6일, 나는 집근처에 있는 아들이 재학중인 초등학교의 아시아 문화 체험 행사에 초청강사로 자진 참여하여 약 20명의 2학년 학생들에게 태극기에 대한 설명과 함께 도안 위에 채색하는 작업을 지도하였다. 강사에게 주어진 시간이 30분에 불과했기 때문에 나는 단시간에 최대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 총 3면의 자료집(1) 1면: 태극문양과 4괘의 명칭 및 의미 설명; 2) 2면: 태극기 도안에 채색작업; 3) 정리 및 평가)을 학생수에 맞추어 미리 준비하였다.교실에 들어갔을 때 나는 우선 한 학생에게 ...

권천학 시·시조 사랑방 조춘(早春)

사진 출처 권천학 작가시담(詩談)♥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이 있다.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속담도 있다.못된 송아지 엉덩이에 뿔난다도 있다.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에는 시작이 얼마나 어려운가 하는 뜻이 포함되어 있다.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말은 시작의 중요함을 깨우쳐주는 뜻이 포함되어 있다.못된 송아지 엉덩이에 뿔난다는 말은 일의 진행이 상식대로 되지 않거나 혹은 일의 시작이 좋지 않았음을 뜻한다. 잘못된 시작을 경고하는 말이기도 하다. ♥시작(始作)은 새 장(章)을 여는 것, 새 세상을 여는 것으로, 문물...

오늘의 트윗 수퍼인생의 비법 

권천학 문학서재 그녀 페니, Peny!

그녀를 실제로 만난 적은 없지만 그녀에 대한 이야기는 가끔 들어왔다. 뉴스를 통해서다. 하이파크 근처 어디에 그녀가 나타났다거나, 또 어느 주택가에서 그녀를 만났다는 이야기가 일 년에 한두 번? 그녀의 소문은 심심찮게 떠돌았고, 그때마다 늘 심상찮은 분위기를 자아냈다. 그럴 때마다 살짝 궁금증을 갖기는 했지만 그냥저냥 잊어버리곤 했다.지난달 어느 날, 예년에 드문 폭설이 내린 후였다. 우리집은 물론 이웃의 앞뒤 뜰에 엄청 많은 눈이 쌓였고, 토론토 시내의 길과 주택가의 지붕에 눈에 덮여 명화(名畫)속의 장면 같았다.그날 오후, 나는...

세계 곳곳서 진행 중인 ‘사이버 전쟁’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선제 타격했다. 우리는 전쟁 하면 흔히 물리적 충돌에 주목하지만, 미국이란 전쟁은 이제 전쟁이 단순히 발발하는 사건이 아니라, 오랜 기간 축적된 준비의 결과임을 보여준다. 이번 전쟁은 사이버 보안의 관점에서 여러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첫째, 보이지 않는 전쟁은 아주 오래전부터 시작되었다는 점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물리적 충돌 이전부터 이란의 핵심 인프라에 침투하며 준비를 진행해왔다.2월 28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두 차례의 큰 폭발음이 울린 뒤 연기가 치솟고 있다. AFP 연합뉴스보안 ...

문인협회 시간을 건너 다시 다가온 계절

여성의 활동이 흔치 않던 시절에 나의 어머니는 자신의 일과 함께 그 분야의 학원을 운영했던 현대 여성이었다. 어머니가 늘 바쁘다보니 집안 살림은 가사도우미에게 의존해야 했고 육아는 외할머니의 몫이었다고 한다. 5남매 중 첫째 아이로 태어난 나는 거의 할머니의 손에서 자랐고 엄마보다 할머니를 더 좋아하며 따랐다고 한다. 잠시도 할머니 곁을 떨어지지 않으려했던 나는 6.25 사변 때 피난 지였던 외갓집에서 아예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살면서 초등학교를 졸업하였다. 중학교에 진학하기 위하여 부모님 곁으로 돌아오기 전까지 나의 유년을 품어...

1989년 3월, 내가 난생 처음으로 비행기에 탑승하여 김포공항을 이륙한 후 캐나다 밴쿠버를 거쳐 토론토에 도착한 이후로 날마다 큰 곤경에 처하게 되는 일이 바로 영어로 듣기와 말하기였다. 읽기와 쓰기는 고국에서 중고대학까지 10여 년을 계속했으니 별 문제가 없었지만 특히 서양인들이 구사하는 영어는 쉽사리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래서 틈만 나면 여러 도서관이나 어학연수원 등에서 영어회화나 비디오 테이프와 함께 헤드폰을 빌려서 지속적으로 영어회화를 청취하곤 했다. 그러다 시청각을 이용한 폭넓은 영어 이해 및 습득을 위해 그해 11월...

이현수의 인문학 한담 추억이 깃든 황혼

노인은 추억 속에 산다라는 말에는 어딘가 모르게 쓸쓸한 기운이 서려 있다. 마치 노년이 현재를 외면한 채 이미 지나가 버린 과거에만 매달리는 삶으로 폄훼하는 듯 들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말을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전혀 다른 의미가 드러난다. 그것은 폄훼가 아니라, 오랜 세월을 살아오며 한 사람이 축적해 온 경험의 깊이와 삶의 풍요로움을 인정하는 말이다.바쁜 직장 생활을 마치고 은퇴하면 하루의 리듬은 눈에 띄게 달라진다. 매시간을 채우던 업무와 책임은 사라지고, 시간은 느슨하게 흐른다. 이렇게 새로 생겨난 시간의 여백 속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