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 날아 못 살겠다 티미, 저리 가지 못해! 공장 뜰에서 형과 장난을 치고 있던 진돗개 티미를 향해 형수가 바락 고함을 질렀다. 배를 깔고 앉아 있던 두 마리의 다른 진돗개가 티미보다 먼저 벌떡 일어섰다. 온전치 못한 몸을 몇 번 버둥대며 겨우 일어선 티미는 슬금슬금 눈치를 본다. 티미의 반응은 언제나 느리다. 앙칼진 형수의 목소리만큼이나 사납게 미간을 찌푸리던 형이 묶여있던 티미의 목 끈을 벗기더니 공장 한 쪽의 차고 쪽으로 몸을 돌렸다. 다른 두 마리의 진돗개도 형의 뒤를 따랐다. 티미를 끌고 가는 형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형수...
오늘날 우리는 과학과 기술의 눈부신 발전을 실감하며 살아간다.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이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고, 로봇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며, 생성형 인공지능 (Generative AI)은 개인의 행동 데이터를 바탕으로 취향을 예측하고 심지어 사고의 패턴을 추론하려고 시도한다. 기계가 점점 더 지능적이고 효율적으로 발전함에 따라, 이제는 문학, 역사, 철학과 같은 인문학을 실용성이 떨어지는 학문으로 간주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데이터, 알고리즘, 자동화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진정한 가치는 오직 과...
지난 22일 별세한 박상곤씨는 과거 본보에 여러 차례 칼럼을 기고했던 전 언론인입니다. 고인을 추모하는 뜻에서 그가 남긴 칼럼 중 본보 2008년 2월23일자에 실린 카스트로에 대한 칼럼을 다시 게재합니다.피델 카스트로(1926∼2016). 나무위키 사진61년 4월15일, 쿠바 출신 조종사들이 이끈 일단의 비행편대가 아바나를 비롯한 쿠바의 주요 비행장들을 맹폭했다.이튿날 밤, 니카라과의 푸에르토 카베자스에서 쿠바의 피그만으로 떠나는 1,500여 명의 침공군을 환송하면서, 니카라과의 독재자 아나스타지오 소모자는 카스트로 턱수염...
여자관계가 복잡하던 전 남편과 내가 헤어지고 난 후, 남자라면 모두 짐승처럼 보여 바로 바라보고 싶지도 않은 채 몇 년은 잘 지냈다. 구태여 모진 마음 먹지 않더라도 아이와 함께 고모처럼 혼자 깨끗이 살지 못할 것도 없을 것 같았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나도 모르게, 죽을 때까지 혼자 사는 것은 참 막막한 일이란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그냥 뭉뚱그려 심정이 막막했다고 밖에 표현할 수 없던 그때 문득, 나를 심히 부끄럽고도 실망하게 한 고모가 한순간 떠올랐다. 그때 고모도 바로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나도 모르게 솟구치던 막막함과...
비가 내리는 봄 숲에서는 봄나물을 씻은 풀물 냄새가 난다.가늘게 내리는 비를 피하려고 우산을 받치는 건 성가신 일이라 그저 얇은 비옷을 입고 걸었다.Adobe Stock비가 내려서인가 숲에는 사람이 없었고 그이와 나만이 젖은 발자국을 만들며 걷고 있었다. 뒤돌아보니 발자국이 나를 따라오는 건지 내가 발자국을 따라가는 건지 알 수 없었다. 발자국은 내가 있는 곳까지 곧고 길게 뻗어있었다.그이가 등에 멘 가방에는 볶음밥이 있었지만 비를 피하며 먹는 일이 성가셔서였는지 시장기를 느끼지 못해서였는지 우리는 누구도 밥을 먹자고 말하지 않았다...
고모는 이해하실 줄 알았어요. 가까이서 날 보고도 네가 날 모르듯, 나도 널 이해하지 못하겠구나. 나의 재혼을 당신 삶의 방식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이던 고모는, 어차피 선택하고 말 나의 새로운 길에 끝까지 인색하셨다. 혼자만의 삶을 오래, 먼저 경험한 고모로부터 나는 어쩌면 공감과 위로를 받고 싶었는지도 몰랐다. 그러나, 이혼을 이해했듯 재혼 또한 누구보다 축하해 주시리라 기대했던 건 나의 오산이었고, 고모의 이해를 받지 못한 나는 재혼 후에는 친정을 찾듯 그렇게 고모를 찾을 수 없었다. 그것은 끝까지 내 편을 들어주지 않던 고...
고모가 위독하다는 오빠 전화를 받은 그 순간, 나는 왜 씨름판의 그 장면을 떠올렸을까? 난데없이 떠오른 그 씨름판에서 장정 허벅지의 샅바를 잡은 사람은, 고모가 아닌 바로 나였다. 목덜미까지 붉히며 나는,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고모는, 정갈한 요 위에 반듯이 누워 계셨다. 핏기 잃은 손은 머리맡에 드리워진 수액과 연결되어 있고, 숱 많던 검은 머리칼은 짧은 백발로 이마를 가리고 있었다. 일 겪는 줄 알았다. 이제는 한숨 돌렸는지, 오빠가 눈매와 같은, 선한 미소를 띠었다. 한 번도 아버지를 뵌 적 없는 오빠가 벽에 걸린 사진 속...
유리구두가 내 삶 속에 들어온 것은 첫사랑 그녀와 내가 신데렐라를 번갈아 읽으며 그것을 소꿉놀이에 끌어들이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그때 유리구두는, 그녀와 내가 소꿉놀이에서 엄마가 되고 아빠가 되는 일처럼 허구이면서, 내가 처음으로 그녀에 대해 구체적인 책임감을 느끼게 된, 실현할 목표이기도 했다. 내가 신겨준 자신의 헌 신발을 왕자가 신겨준 유리구두인 듯 황홀하게 바라보던 그녀에게 진짜 유리구두를 신기고 말겠다는 각오를 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니까 내게 유리구두의 시작은 날 위한 의미가 아니라 첫사랑 그녀를 위한 것이었는...
영화 배경 음악이 잔잔히 흐르는 가운데 차는 한적한 길로 접어든다. 희붐하던 안개가 걷히니 풍경이 또렷해지고 색상이 살아난다. 정오를 지나자 태양의 열기가 찌를 듯 따갑다. 차창 밖으로 녹음 짙은 나무들과 뭉게구름을 품에 안은 파란 하늘이 지나간다. 마치 아프리카의 하늘을 그대로 옮겨다 놓은 것 같다. 십 년도 더 전에 본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를 떠올린 건, 아마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그 음악 때문일 것이다.ⓒ1985 - Universal Pictures조금만더 달리면 길 끝에 여주인공 카렌의 집이 있을 것만 같다...
유리구두는 왜 여태 유리구두일까요? 뜬금없는 질문에 커피잔을 든 채 물끄러미 여자를 바라보았다. 요술 요정의 마법으로 유리구두로 변한 신데렐라의 낡은 구두가 여태 유리구두로 회자 되는 이유를 생각해 본 적 있느냐는 것이 질문의 요지였다. 정말 궁금하다는 듯, 아니면 그 이유를 이미 알고 있다는 것 같은 여자의 눈은 반짝반짝 빛나는 유리구두에 홀린 아이의 그것 같았다. 궁금하지 않아요? 선보는 자리에서 그것이 왜 궁금하겠느냐고 일축하려는데, 어렸을 적 읽은 이야기 한 부분이 얼핏 스쳤다, 호박이 황금마차로, 두 마리의 생쥐가 백마로...
금년 들어 금값이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습니다.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해본 경험이 없는 사람조차 나도 한번 금 투자를 해볼까? 하는 유혹을 느끼는 요즘입니다. 누구나 한 번쯤 이런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지금이라도 금에 투자해야 할까? 혹은 이미 너무 오른 건 아닐까?최근 금값이 크게 오르면서 금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언스플래쉬 이미지금년 10월 초, 금 가격은 사상 처음으로 트로이 온스당 4천 달러(미화)를 돌파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가격 상승을 넘어, 글로벌 경제의 불안정성과 투자자들의 심리를 반영하는 구조적 변화...
한국 검찰에서 무소불위의 권세를 휘두른 자들은 반성부터 해야 한다.검찰공화국은 국민이 모멸감을 느끼는 말이다. 자유, 평등, 복락을 함께 누리자며 세운 민주공화국 아닌가. 검찰공화국은 검찰의, 검찰에 의한, 검찰을 위한 나라란 뜻이다.윤석열(맨앞)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이던 2020년 1월 검사들과 함께 걷고 있다. 오른쪽 끝은한동훈 당시 반부패강력부장. 연합뉴스 사진이 무슨 해괴한 소린가!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다 틀어쥐고 77년을 누리더니 자기들이제왕인줄아는 모양이다. 2025.9. 26 검찰 개혁법안 통과로, 국민인권 ...
나는 엄마가 정성 쏟아 키운 꽃봉오리였었다. 기꺼이 거름이 되고 울타리가 되던 엄마를 위해서라도 나는 더 곱고 탐스러운 꽃이어야 했다. 그러나 그 여름밤의 악몽 이후 나는 더 이상 꽃이 아니었다. 왜 하필이면 그 일이니? 하루 일을 마치고 집에 가면 엄마는 그렇게 물어놓고는 돌아서서 스스로 대답하듯 내 탓이요.라며 가슴을 쳤다. 화장장에서 하는 내 일이 못마땅하다는, 그것은 결국 그 여름날의 일 때문이었고, 그 일은 엄마의 역할 소홀로 비롯되었다는, 회한의 다른 표현이었다. 엄마는 아직도 내가 꽃일 수 있다고 기대하는지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