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늘 1.1을 준비하며 살았다. 완전한 1에, 존재감 없는 0.1을 더하는 일. 그 작은 여유가 묘하게도 삶에 여유와 자신감을 주었다. 직장 생활을 하는 동안은 그 느낌이 더 강렬했다. 필요한 것의 두 배를 준비하는 것은 내 깜냥을 넘어서는 일이었지만 1.1 정도라면 해볼 만했다. 1이라는 숫자는 그 자체로도 이미 완전하고 충분하다. 그런데도 그 옆에 덤처럼 붙는 0.1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안겨주었다. 일러스트=AI 생성 이미지(ChatGPT)다음 날로 예정된 연구 수업 준비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서려던 순간이었다. 노트 한쪽...
친구야!넌 현재 어느 대학에 다니니?요즘 대학생활 어떠니?어느 단톡방에 올라온 대화 한 토막이다.이 대화 자체로는 별로 이상하게 생각되는 점은 없어 보인다. 그러나 그 단톡방이 젊은이들의 카톡방이 아닌데 느닷없는 대학타령인가? 하는 생각으로 이상하게 여겨졌다. 지우려다가 이어진 글을 끝까지 읽어봤다.다 읽어본 후에야 이 대화가 요즘 노년들 사이에 떠도는 대화 한 토막임을 알고 웃었다.웃음이 축축했다.그 대화의 설명문의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서울공 : 서럽고 울적해서 공원에나가서 소일하는 노인들.*동경대 :동네에 있는 경로당...
유튜브 댓글창이나 메일로 요즘 비슷한 질문들이 들어왔다. 선생님, 넷플릭스 이 사랑 통역 되나요? 리뷰해 주세요! 차무희(고윤정) 다중 인격 맞나요?넷플릭스 시리즈 이 사랑 통역 되나요?의 주호진(김선호)과 차무희(고윤정). 넷플릭스 제공드라마는 여러 언어를 구사하는 통역사 주호진(김선호)과 무명 배우 차무희가 일본에서 우연히 만나며 시작한다. 짧은 만남과 헤어짐 이후 한국에 돌아온 무희는 촬영 도중 추락 사고를 당해 수개월 동안 의식을 잃었다가 깨어난다. 무희가 잠들어 있는 사이 그녀의 영화는 큰 성공을 거두고 다시 깨어난 무희는...
챗GPT 공개로 생성형 인공지능(AI) 서비스가 첫선을 보인 2022년 11월 30일 이래 인류는 AI 기술의 비약적 발전을 일상에서 목도하고 있다. 누구나 똑똑한 비서를 곁에 두게 됐다는 당장의 만족감부터 AI가 육체까지 얻으면 인간을 노동에서 해방시킬 거라는 전망에 이르기까지 기대는 부풀고 있지만, 그에 비례해 불안감도 점점 커지는 형국이다. AI가 인류사회 파괴자가 될 거란 극단적 시나리오까지 갈 것도 없이, 학계에선 그간 인간 연구자들이 쌓아올린 지식의 성채가 AI에 단숨에 정복당할 거란 공포가 퍼지는 상황이다. 특히 이런 ...
내가 20년 이상 살고 있는 6세대가 거주하는 이 아파트는 1916년에 준공하여 올해로 100년이 훨씬 지난 건물이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2층 복도 전등에 부착된 백열전구의 전선이 끊어졌음에도 고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당연히 2층에 거주하는 세입자가 건물주에게 수리를 요청하거나 손기술이 있으면 본인이 직접 건물주에게서 전구를 얻어와서 전등에 새로 부착해야만 했다. 밤에 2층에서 3층으로 난 계단을 오르내릴 때 너무 어두워서 실족하기라도 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상태가 얼마 동안 계속되었다. 그 전에는 내가 직접...
사진 출처 권천학 작가시담(詩談)*나는 복수초(福壽草)를 수복초(壽福草)로 개명하여 부른다.이유:1, 수복초(壽福草)가 일본식 한자명을 그대로 옮겨온 것이다.2, 수복초(壽福草)는 수복강녕(壽福康寧)의 의미를 포함한 자연스러운 한국식 이름이다. 3, 수복초가 복수초보다 어감이 좋고, 한자를 모르는 차세대들의 오해를 없앨 수 있다. <수복초의 전설>:먼 옛날, 자연의 섭리에 따르면 살고 있는 아이누족이 있었다.왕의 외동딸인 크노멘 공주의 혼기가 되자, 왕은 딸의 신랑감을 물색하기 시작했다.꽃의 신(神)은 마음씨가 곱긴 하지...
고국에 가면 잠을 설쳐, 해가 미처 뜨지도 않은 시간에 숙소 근처를 산책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던 중, 달빛의 끄트머리 사이로 택배 기사들이 물건을 나르는 모습을 보면서 참, 부지런히 열심히들 산다 하는 생각이 들곤 했다. 내가 이민을 떠나기 전에는 보지 못했던 낯선 장면이다.저녁 설거지를 끝내고 하루의 일상이 끝나는 늦은 밤. 내일 아침 반찬거리를 걱정하던 주부는 쿠팡 같은 쇼핑 플랫폼(Platfom)으로 먹거리를 주문한다. 그로부터 몇 시간 뒤, 문을 열면 주문한 식재료가 놓여 있다.이제 퇴근길에 무거운 짐을 들고 장을 보...
올 봄 날씨가 심상치 않다. 꽃을 보고 싶은 마음에 지난 달 서둘러 모종판에 씨를 뿌리고, 빅토리아 데이가 지나면 땅에 옮겨 심으려고 준비해 놓고 있는 참이다. 이제나 저제나 기온이 따뜻해지기를 기다리며 매일 들여다 보아도, 싹은 고개조차 내밀지를 않는다. 계절의 여왕이라는 별명이 무색하게 5월이 이상 저온으로 잔뜩 움츠리고 있다. 60년 만에 찾아온 현상이라고 한다.Adobe Stock몇 년 전, 이사온 집은 정원을 가꿀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땅이 척박했다. 잡초가 무성한 앞마당엔 유난히 자갈돌이 많았다. 작년에 햇볕이 좋은 ...
나이아가라의 긴 겨울을 피해 서울에 온 지 두 달째다.서울은 졸업 시즌을 보내고 입학의 때를 맞았다.내 거처 앞의 성균관 대학교 교정은 단과대학 별 졸업식으로 며칠간 꽃을 안은 사각모들로 붐볐었다. 사람이 꽃 같고 꽃이 사람 같던 교정에서 나도 한 아름 꽃을 안고 싶었는데, 마침 손녀의 초등학교 졸업식이 있어 꽃 속에서 사진을 찍었다.연합뉴스졸업식은 정말 꽃 같은 아이들을 위한 꽃 잔치였다. 아이들은 분홍 빨강, 노랑, 보랏빛 고운 꽃이었고, 축하하러 온 어른들 또한 오늘만큼은 꽃을 든 어른이었다.그 꽃 속에서 나는 몇 가지 생경한...
사진 출처 권천학 작가시담(詩談)*3•1절 107주년 기념회가 열린다는 소식들이 단톡방에 자자하다.서울의 효창공원, 토론토의 한인회관에서, 기타 공공단체와 기관 그리고 전 세계의 각 나라에 퍼져있는 한인커뮤니티들이 그럴 것이다.모두가 그 날의 함성을, 그날의 독립의지를 새삼 되뇌이며 만세를 3창한다.누군들, 모를까. 안 그러고 싶을까.그 모습들을 지켜보면서 마음이 달구어진다.이제, 행사를 치루는 것으로 그칠 일이 아니라 오늘을 계기로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일에 좀 더 적극적으로 뜻을 모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행사로 시끌...
올림픽은 보통 찬란한 장면으로 기억된다. 높이 비상하는 점프, 폭발적인 스퍼트, 화려한 의상을 입고 빙판 위를 수놓는 우아한 연기. 우리가 떠올리는 올림픽은 대개 그런 눈부신 이미지들이다.일리야 말리닌이지난달 21일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갈라쇼에서 고통스러웠던 시간을 회상하며 격렬한 연기를 펼치고 있다. 밀라노=연합뉴스그러나 정작 그 무대에 서는 선수들의 마음은 그리 화려하지만은 않다. 그들에게 올림픽은 기술과 체력의 한계를 겨루는 자리인 동시에 두려움과 ...
올해 2월 6일(음력 12월 19일)은 엄마의 생일이었다. 아빠와 함께 백화점 식품관에 가서 엄마가 생전에 좋아했던 떡과 새우전, 옥돔과 딸기를 샀다. 2년 반 전 돌아가신 엄마의 생일잔치를 하기 위해.삽화=이지원 기자엄마는 2023년 8월 3일, 한국이 아닌 스위스에서 삶을 마감했다. 돌아가신 방법도 우리에게는 아직 낯선 존엄사, 조력사망이라는 방식이었다. 나는 사랑했던 엄마와의 마지막 여정을 오늘이 내일이면 좋겠다라는 에세이에 담았다.오늘이 내일이면 좋겠다. 존엄사 전날 아침, 엄마가 숙소에서 건너편 취리히 호수를 바라보며 한 ...
1일 이란 테헤란에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사망 소식을 접한 정부 지지자들이 하메네이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다. 테헤란=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월 28일(현지시간) 이란을 선제 공습해 37년 동안 신정 독재를 유지하며 서방세계를 적대시한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를 제거했다. 이날 오전 이스라엘과 공동으로 진행한 장대한 분노 작전에서 미군은 테헤란 등 주요 도시들과 군사 표적 수십 곳을 정밀 타격했다. 공습 시작 불과 15시간 만에 이란 정부가 하메네이 사망을 공식 확인한 대목도 충격이다....
지난해 11월 앤트로픽은 보안업계에 큰 충격을 주는 소식을 알렸다. 공격자들이 인공지능(AI)을 이용해 정찰, 공격 준비, 정보 수집에 이르는 해킹 전 과정을 자동화하고 세계 여러 나라의 정부 기관이나 기업을 대상으로 대규모 사이버 첩보 활동을 벌였는데, 이를 최초로 탐지하고 차단했다는 것이다.Adobe Stock해킹 자동화 과정에 사용된 핵심 기술은 대규모언어모델(LLM) 에이전트였다. LLM 에이전트란 LLM이 단순히 질의응답을 수행하는 수준을 넘어, 목표를 부여받고 다양한 도구를 활용하며 장기간의 작업을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