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화양연화 특별판을 보지 않을 것이다. 거부할 것이다. 거절할 것이다.왕가위를 싫어하느냐고? 그럴 리가. 내 세대에게 왕가위는 특별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감독이다. 그 시절 우리는 캠퍼스에 앉아 하루키 소설을 읽다 교문 앞에서 시위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후문으로 빠져나갔다. 비디오방에서 왕가위 영화를 봤다.지금은 586이라 불리는 선배들은 그런 우리를 아주 못마땅하게 여겼다. 하루키 소설은 두부 같은 거라며 몸서리를 치던 국문학과 교수도 있었다. 두부가 뭐 그리 나쁜 건지 잘 모르겠다. 왕가위 영화는 뮤직비디오라며 혀를 차던 ...
며칠 전 꿈에서 돌아가신 아버지를 보았다. 아니 느꼈다는 표현이 적절하리라. 꿈속에서는 사람의 형체를 본다기보다 느낌으로 그 사람이라고 규정하는 건 아닐까. 지나온 꿈을 더듬어 보건대 아버지가 등장하는 꿈은 내 마음 상태가 불안정할 때 주로 꾸었던 것 같다.Adobe Stock어릴 적 우리 삼 남매는 아버지를 무서워했다. 군인이었던 아버지가 퇴근하고 돌아오는 시간이 되면 늘 불안했다. 통근버스가 동네 어귀에 들어서면 바깥에서 신나게 놀던 아이들은 하던 일을 멈추고 자기 아버지에게 뛰어가 반갑게 안겼었다. 반면 우리는 곧장 집으로...
마크 카니 총리가 14일부터 17일까지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초청으로 중국을 국빈 방문합니다.무엇을 협상하고 어떤 보따리를 가져올까요? 가장 큰 협상 보따리가 무엇일까요? 저는 중국 전기자동차 공장 캐나다 유치와 전기차에 제일 중요한 배터리 합작 공장 설립이 아닐까 생각합니다.수출품 75%가 미국으로 가는 현 비대칭의 산업구조로는 새로운 시대에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근본적 변화를 위한 조심스러운 출발이 되리라 생각합니다.이제 전기차가 미래의 대세입니다. 비록 미국과 자동차 관세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온타리오주에는 전기차를...
휠체어가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는 사람은 드물다. 만성 질환자 또는 하반신이 불편한 사람만 쓴다고 생각하지만, 단기적으로 쓰는 경우도 많다. 필자도 망막박리 때문에 수술을 네 번 받았는데, 그때 휠체어를 탔다. 이렇듯 휠체어는 가장 유명하고 가장 보편적인 이동 보조 수단이다.삽화=신동준 기자그만큼 꽤 편리하지만 완벽하진 않다. 혼자서는 3㎝ 정도의 턱도 넘기 힘들다. 식당에라도 가려고 하면 고려할 것이 많다. 층수는 어디인지, 엘리베이터가 있는지, 테이블간 간격은 어떤지, 화장실은 붙어 있는지, 다른 층에 있는지, 장애인 화장실이 구...
지난 5일 세상을 떠난 배우 안성기는 생전 자신의 대표작 중 하나로 종종 영화 무사(2001)를 꼽았다. 20세기 충무로의 톱스타 안성기를 새로운 세기의 영화 관객과 연결시켜준 작품 중 하나이기도 하다. 영화 비트 서울의 봄으로 유명한 김성수 감독은 조감독으로 참여했던 영화 베를린 리포트에서 안성기를 처음 만났고, 둘의 인연은 안성기의 첫 남우조연상(청룡영화상) 수상작인 무사로 이어졌다. 고인을 추모하는 김 감독의 구술을 정리했다.영화 무사(2001) 촬영 현장의 배우 안성기. 싸이더스 제공1991년 베를린 리포트 해외 촬영 현장에...
육중한 나무문을 열었다. 저 멀리 서 있던 어느 노승이 나에게 무어라 중국어로 외쳤다. 중국어를 모르는 나는 그것이 다시 나가라는 뜻인지 아니면 무엇을 하라는 것인지 몰라 멀뚱멀뚱 서 있기만 했다. 노승은 아랑곳하지 않고 중국어로 계속해서 나에게 외쳤다. 지나가던 사람 하나가 친절하게도 손을 소독하라는 뜻이라고 알려주었다. 나는 허둥지둥 손을 소독하고 안으로 들어섰다. 노란 조끼를 입은 봉사자 두어 명은 기념품 판매대에 서서 무언가를 포장하느라 바빠 보였다. 절의 내벽은 작은 불상으로 빼곡하게 채워져 있었고 층층이 쌓인 불상들은 몇...
지난해 12월 31일, 미국 뉴저지에 사는 친구가 연말 인사를 보내왔다. 2009년 달력이 아까워서 가지고 있었는데, 오늘 보니 2026년과 날짜, 요일이 같아 다시 걸어 놓았어. 새해 건강하자 라며 사진과 함께… 내가, 그게 어떻게 가능하지? 하며 답장을 했다.이 달력은 한국의 SK 그룹에서 만든 것으로, 중앙에 크게 역동적인 서체가 있고 주변에 작품의 유래와 설명 글이 적혀 있다. 해설이 전부 한자로 되어 있어 무슨 뜻인지는 몰라도, 디자인이 유식해 보인다. 종이 재질은 고급 수채화 용지(아르쉬/Arches)를 사용...
황순일(토론토)30대에 캐나다에 이민 왔는데 한국에서 산 것보다 더 오래 캐나다에서 살았다.그러나 경계인이다. 양쪽에 모두 부족하다. 한국에선 캐나다 동포이고, 캐나다에선 코리언 캐네디언이다. 캐나다에서 선진국 미국과 캐나다를 배운다.몇 년 전 어느 모임에 한국에서 온 고위 공직자가 연설할 기회가 있었다. 주최 측은 저녁 식사 후 연설하도록 준비했었다. 그러나 그 공직자는 식사 전에 연설해야 된다고 주장, 연설은 식사 전에 했었다. 연설이 끝나고 늦은 식사를 했었다.최근 한인회에서 저명인사들의 연설을 듣고, 저녁 8시가 넘어서 식사...
지난 연말에 유독, 우리나라에서 날아 온 눈 감고 귀 씻고 싶던 일들이 많았다. 매일 들리던 소식은 비리에 대한 것이었고, 가족이 동원되고, 비리를 덮기 위해 비리를 더하고, 그것이 비리인 줄 아는지 모르는지 부끄러운 줄 몰랐고, 그 중심에 권력과 돈이 있었다.하나가 터지니 연쇄반응으로 여기서 저기서, 폭로로 이어졌는데 이미 썩어 문드러진 그들 세계의 비리는 국민만 몰랐지 공공연한 비밀이었던가 보았다. 그 불미스럽던 일들은 정화수 그릇 앞에 선 듯 조심스럽게 새해를 맞으려던 국민에게는 오물이 되어 새 아침의 식탁에 올랐으니 정치인 ...
현대 사회에서 모국어와 더불어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외국어를 구사할 수 있는 사람은 모국어 하나만 구사하는 사람보다 더 유리한 입장에서 사회생활을 할 수 있다. 두 언어, 즉 이중 언어 구사의 장점을 살펴보자.이중 언어 구사는 단순한 의사소통을 뛰어넘는 방식으로 두뇌 능력을 향상시킨다. 이중 언어 구사자는 모국어로 말하거나 글을 쓸 때는 모국어로 생각하고, 외국어로 말하거나 글을 쓸 때는 외국어로 생각해야 하는데, 필요에 따라 한 언어에서 다른 언어로 전환하는 과정은 두뇌가 집중하고 유연하게 사고하도록 돕기 때문이다. 한 연구에 따르...
서광철(토론토)인간은 자연의 사실을 앎으로써 과연 득을 볼 수 있을건가, 그 비밀을 이용할 수 있을 만큼인간은 성숙했을까? 노벨의 발견이 안성맞춤의 보기입니다. 강력한 폭약은 사람들에게놀라운 일을 할 수 있도록 허락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대범죄인들의 손에 쥐어지면 끔직스런 파괴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나는 노벨과 더불어 인간은 새로운 발견에서 악보다는 선을 끌어낸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피에르 퀴리 1903년 노벨상 시상식2025년 2월2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을 방문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우...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2월19일 통일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북한의 로동신문을 개방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했을 때, 북한에서 체험했던 로동신문과 관련한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평양 시내 호텔에서 남성이 로동신문을 읽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북한의 관영 매체가 만들어내는 선전물을 한국과 같은 자유언론 체제가어떻게 수용할 것인가는 쉬운듯하지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1992년 노태우 정부 때 남북 고위급 회담을 취재하러 북한에 갔을 때였다.일행은 평양 근교의 북한의 영빈관인 백화원 초대소에서 3박4일 동안 묵었다. 방에는 TV가 있었고 그날 ...
사진 출처 권천학 작가2026년, 병오년(丙午年)!말의 해인 병오(丙午)는 육십간지 중 43번째로, 올해는 붉은 말의 해라고해서 적토마(赤免馬)로 일컫는다.육십간지는 10간☓12지를 순서대로 짝을 지어 연결하여 60개가 되고, 이것을 육십간지라고 하는데, 병오가 그중에서 43번째가 된다.10간은 천간(天干)으로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이고 12지는 지지(地支) 자•축•인•묘•진•사•오&b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