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천학 문학서재 돌파(突破)와 갱신(更新)

어느 날 돌파(突破)라는 단어가 코로나 기사의 제목에서 튀어나와 눈에 티처럼 박혔다.코로나 이후 가장 많이, 지속적으로 관심 있게 보는 뉴스가 COVID-19 관련뉴스일 터이지만, 중심매체에서 보도하는 원문기사들을 다 접할 수는 없다. 제2, 제3...의 매체 또는 단계를 거쳐 우리에게 도달한다. 이메일, 페이스 북, 카톡...이 뉴스의 최종소비자에게 가장 쉽게 접하는 마지막 단계이다.그 기사들을 받아보면, 원문기사의 링크 앞에 영어제목을 한글로 번역한 제목을 붙여놓았다. 영어이해에 불편한 한국사람들을 위한 배려일 것이다.워싱턴주 ...

권천학 문학서재 적과의 동침을 준비하자!

방심은 금물!근래 들어 확진자 숫자가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반가운 소식이긴 하지만 잠깐, 빨간 등을 흔들며 외친다.백신이 보급되고 있다니 심정적 안정을 가질 수는 있다. 그렇지만 안심하기엔 이르다. 바이러스와의 전쟁은 끝나기 전에는 끝이 아니다. 좀 더 두고 새로운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바이러스는 고대로부터 인류와 함께 살아왔다. 수만 년 전의 고대바이러스가 빙하나 극한지역의 얼음 속에서 깨어났음이 이미 밝혀진 바 있다. 우리나라만 해도 이미 15세기에 들어와 병자호란 때 풍토병으로 자리 잡은 사례도 있다...

권천학 문학서재 일모도원(日暮途遠)과 확증편향(確證偏向)

갈 길은 멀고 해는 저물고, 짊어진 짐은 무겁고.....초(楚)나라에 오자서(伍子胥)라는 사람이 있었다. 비무기(費無忌)라는 사람의 참언(讒言-중상모략)으로 초나라의 평왕(平王)은 오자서의 아버지와 형을 죽였다. 옳고 그름이나 사실 여부를 따져보거나 검증해볼 여지도 없이 저질러진 일이다. 졸지에 비극을 당한 그의 목숨도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 훗날의 복수를 다짐하며 자신에게 닥쳐올 위기를 피하여 오(吳)나라로 황급히 망명하였다. 망명을 해서도 마음이 편안할 리가 없다. 절치부심(切齒腐心), 복수를 꾀하며 기회를 노렸다.낯선 나라에서...

권천학 문학서재 슬픈 이정표와 마일스톤

WHO의 유엔 보고에서 작년 말 우한에서 시작된 COVID-19의 누적사망자가 100만 명을 넘었다고 발표(로이터 통신, 9월29일)를 하면서 가족과 격리된 상태에서 사망하는 슬픈 이정표라고 표현했다. 100만 명 중 미국인이 20만 명일 때였다. 그로부터 3개월이 지났지만 상황은 오히려 더 나빠졌다. 백신이 나왔지만 확신하기에 아직은 이르다. 좋아졌다는 이정표를 기대하기 어렵다.이정표 즉 마일스톤 milestone, mile과 stone이 합쳐진 영어조어(造語)이다.슬픈 이정표!,그 말속에는 격리상태에서 사망하는 슬픔만이 아니라 ...

권천학 문학서재 마마 이제 고만 무르시오소서!

어느 새 뜰이 비어가기 시작한다.화초들이 옷자락 여미는 소리와 떠나는 발걸음소리가 자박자박 스삭 스사삭 교향곡을 연주한다. 뜰의 화초들, 그 중에도 씨앗 맺는 식물들이 채 씨앗을 맺기도 전에 시들었다. 그 많던 꽃송이들을 다 피워내기도 전에 옴추려 들어버린 무궁화도, 비교적 강인한 들깨도 씨앗을 채 익히기 전에 밀어닥친 찬바람에 속수무책이다.여전히 계속되는 코로나 소식, 늘어나는 확진자 사망자... 보도에 되레 무감각해지는 기분이다. 숫자에도 무감각, 경계심과 공포감을 불러일으키던 단어에도 무감각. 만성이 되는 것은 아닐까 염려가 ...

권천학 문학서재 빼앗긴 악수(握手)

기원 전 고대 바빌론에서는 통치자의 손에 대단한 권위를 부여했다. 즉위식이나 중요한 국가의식(儀式)을 행할 때, 오른 손으로 성상(聖像)의 손을 잡았다고 한다. 통치자는 하늘로부터 신성한 신의 힘을 전달 받는다는 상징이다. 로마의 카이사르 장군은 그 의미를 살려 악수하는 인사법을 만들어 군대에게 가르쳤고 그것을 전통으로 삼았다. 악수는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화해와 약속의 몸짓이 되었다.전쟁의 역사라고 할만큼 전쟁으로 점철되어 이어져온 인류의 역사에서 악수는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화해와 약속의 몸짓이 되었다. 우리가 평화를 누리고 있...

권천학 문학서재 예사롭지 않다

얼마 전까지 뜰 앞에 피어 봄이 당도했음을 꿋꿋하게 보이던 수선화, 아무리 코로나 바이러스가 번져서 우리를 어지럽게 해도 기어이 봄을 피워내고 말겠다는 듯, 청순한 꽃송이를 피워내더니, 이제는 가장 상큼하던 고비를 넘어섰음이 멀리서도 느껴진다. 싱그럽던 모습이 보이는 지친 기색은 4월과 함께 떠난다는 무언의 메시지다. 기운을 잃어가는 수선화 주변에서 뒤늦은 걸음으로 돋아나던 튤립들이 어느 새 싱싱한 꽃송이들을 열고 봄의 바톤을 이어받아 5월을 펼쳐내고 있다. 작년보다는 송이가 작지만 힘찬 초록의 잎과 색색의 싱싱함이 반갑다. 예년 ...

권천학 문학서재 쥐, 소금 먹듯

언젠가부터 계획 없이 살아보자 작정하고 새해를 맞이할 때마다 다짐이니 목표니 하고 어수선한 마음을 다잡아가며 일 년짜리 생활계획표를 만들곤 했던 일을 그만두기로 했다. 달팽이가 느려도 늦지 않은 것처럼 좀 느리게, 느긋하게 살아보자는 취지였다.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그 작정을 실행하는 일이 그리 쉽지는 않았다. 연례행사처럼 해오던 그 일을 멈추니 다소 마음이 불안하기도 했지만 편안하기도 했다.스물 즈음, 먼 훗날을 위하여 오륙십 년 후까지 십 년 단위로 라이프 사이클을 세우고, 매년 새해가 되면 그 해마다 해내야 할 일들을 계획...

권천학 문학서재 함께, 공부 더 하자!

토론토 교민으로서, 문학인으로서의 나의 소망은 교민사회가 더욱 문학적이기를 바란다. 문학적이라고 하면 문학을 전공하거나 문학적 소양을 타고난 사람들에게만 해당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쉬우나 전혀 그런 뜻으로가 아니라 다소 문학외적인 이유로 차용(借用)한다.문학적이라 함은 거짓이 없고 다툼이 없고 이해가 깊다는 의미다.거짓이 없다함은 속마음 속뜻을 나타내기 때문에 글은 그 사람 자체이다. 가끔 글과 글을 쓴 사람의 실제와는 차이가 커서 실망한다는 말을 듣게 되는데, 그게 바로 위선이며 거짓으로 쓰기 때문이다. 시에 있어서 거짓이 사용될 ...

권천학 문학서재 유쾌한 복수

유나이티드... 유 브로크 마이 테일러 기타아 유나이티드 유나이티드... 유 브로크마이 테일러 기타, 유 브르크 잇, 유 슛 휙싯...(United... United...You broke myTaylor Guitar, United... United...You broke it, you should fix it...Youre liable,just admit it...)그동안 몇 차례의 보잉 737맥스의 기체결함으로 말썽을 일으키고 밀고 당기면서 생산중단이 우려되는 상황까지 갔었는데, 이번 두바이에서 열린 국제에어쇼에서 익명의 항공사로부...

권천학 문학서재 낙엽칙서

이 계절의 아침산책은 더욱 의미심장하다. 시시각각 붉어지고 노랗게 물들어가면서 눈물겹게 황홀해지는 나무들의 모습을 보는 일도 예사롭지 않고, 나뭇잎 비늘들을 밟고 지나가는 가을바람도 예사롭지 않다.간밤에 조곤조곤 다녀간 가을비조차 예사롭지 않은 아침, 앞뒤 뜰에 날아와 앉은 낙엽들이 마음을 붙든다.나날이 가을색으로 짙어지고 있는 울타리주변의 풍경을 보면서 강가의 나무들은 얼마나 달라지고 있을까.오늘은 험버강의 산책길에 서 있는 가을 나무의 안부가 궁금해진다. 빨리 만나야지, 서둘러 나서는데, 현관의 두터운 유리문에 찰싹 붙어있는 낙...

권천학 문학서재 세상에 대한 보답

가진 것들을 익혀서 되돌려주는 착한 계절, 가을이다. 나는 무엇을 되돌려줄 수 있을까, 곰곰 뒤적이는 중에, 1173번째로 마지막 헌혈을 한 사람에 대한 기사를 읽었다.헌혈! 말만 들어도 시큰거린다. 좋은 일 해 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했다가 실패한 오래 전의 헌혈 역사 때문이다. 종로나 영등포 로터리 등의 길가에 헌혈차가 자주 눈에 띄던 시절이었다. 용기를 내어 다가가서 헌혈 의사를 밝히면 매우 반겼다. 간호사의 인도로 차안으로 들어가 헌혈침대에 누우면 팔에 고무줄을 묶고 여기저기 두드리며 혈관을 돋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내 팔에...

권천학 문학서재 늦여름의 전설

봉숭아꽃물 들인지가 달포가량 되자 꽃물들인 손톱위에 반달이 떴다. 여름이 지고 있다는 표시다. 들여다보고 있으면 그 반달에서 달빛 버무려진 가야금소리가 들린다. 이슬에 젖어 마음도 젖는다.무너진 사직, 국권을 빼앗긴 나라의 왕을 비롯하여 타국으로 끌려온 백성들, 부모형제가 그립고 고향이 그립다. 그립고 그리워서 고향마을의 개 짖는 소리까지도 그리운 사람들.왕은 잠자리가 수상했다. 보일 듯 보일 듯, 보이지 않는, 가야금을 타는 저 처녀, 손가락에서 피가 듣는구나, 아, 저런! 꿈이었다. 아침이 되자 시녀들을 모았다. 한 처녀의 손가...

권천학 문학서재 그때 그 자리, 거기에!

뉴스는 브론스윅의 내항에서 기울어진 골든레이호의 마지막 선원 4명을 구조했다는 낭보를 전해왔다. 기관실에 고립된 4명, 모두 한국인이었다. 간절한 마음으로 구조되기를 기도했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떠오른 것은 지난 5월에 다뉴브강에서 일어난 헝가리 유람선 침몰사건이었다. 그때도 33명의 생환을 간구하며 애꿎은 다뉴브강만 나무라고 있었다. 다뉴브! 너 지금 무슨 일을 저지르고 있는 거야!다뉴브강이 맨 처음 나에게 다가온 것은 요한 스트라우스 2세의 왈츠로부터였다. 짠짠짠 짜잔~ 짜잔~ 짜잔~ 콧노래로 박자를 맞추며, 녹색의 융단...

권천학 문학서재 봉숭아꽃물

모처럼 짬을 내어 별렀던 작업을 시작했다. 손톱에 봉숭아꽃물을 들이는 일이다. 작년 겨울을 끝으로, 뭐가 그리 바빠서 봉숭아 꽃물 들이는 일조차 맘먹고 해야 할 작업이라고 여길 만큼 미루어왔나 헤슬프게 웃으며 서랍을 열었다.몇 해 전 <당신의 처녀 -봉숭아꽃>이라는 시를 발표했을 때 한 독자가 조그만 선물상자를 보내왔다. 볼연지만한 통에 담긴 봉숭아 꽃잎을 말려 빻은 약간 거친 가루와 사용설명서가 들어있었다.마른 가루라서 일 년 내내 때를 가리지 않고 물을 들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꽃물을 들이는 방법도 아주 간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