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천학 문학서재 카네이션 혁명(Carnation Revolution)

1974년 4월 25일 아침,리스본의 생기발랄한 아가씨, 셀레스치 카에이루(Celeste Caeiro)는 이른 아침부터 분주하게 움직였다. 그가 일하는 리스본 시내의 번화가에 있는 레스토랑의 개업기념일이기 때문이었다. 특별히 그날 방문하는 손님들에게 나누어줄 카네이션을 준비했다. 설레는 마음을 누르며 정성을 다했다. 그런데,갑자기 레스토랑 앞의 거리가 소란스러워졌다, 평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속에서 색다른 장면이 펼쳐졌다.장갑차를 앞세운 청년 장교들이 총을 들고 줄을 지어 행진하며 거리를 가득 메웠다. 라디오에선 그동안 금지되었던 ...

권천학 문학서재 고대유적지의 총기난사사건

어제, 그러니까 4월20일, 멕시코 고대유적지 태오티우아칸(Teotihuacán)에서 총기난사사건이 발생했다는 보도에 심히 걱정이 앞선다.관광객을 상대로 한 난사(亂射)라는데, 관광객 7명의 사상자를 냈고, 범인 역시 그 자리에서 자결했다고 한다. 희생자들은 모두 외국인으로 러시아인, 콜럼비아인, 캐나다인 7명으로, 그중 4명은 총상, 2명은 대피 중 추락으로 부상, 사망한 한 명이 캐나다인으로 밝혀졌다.사고 현장에서 상황을 증언한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달의 피라미드 꼭대기에 많은 관광객들이 있었는데 아래쪽 계단에서 한...

권천학 문학서재 건망증을 통한 한자(漢字)이야기

오늘은 나의 건망증으로 헷갈리는 한자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2가지의 한자에서 혼선이 일어났기 때문이다.1.恕자와 2.拔本塞源이다.고전명상을 읽다가 恕자에서 막혔다. 노(怒)? 매우 낯이 익은데... 恕 자가 갑자기 생소했다. 분명히 알고 있는 글자인데, 알고 있었는데, 이게 무슨 자였지? 선뜻 생각나지 않았다.拔本塞源은 발본세본? 또는 발본쇄원?으로 읽혔던 기억이 나서 헷갈렸다.정확히 모르면, 모르는 것이라는 평소의 주장이 나 자신을 그냥 두지 않았다.아는 것도 몰라지거나 잊어버리는 건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정확히 몰라서, ...

권천학 문학서재 메기효과(Catfish Effect)

한동안 뜸했다가 요즘 다시 보게 된 트롯 프로그램에 등장한 색다른 존재가 있다. 메기(catfish)였다.가수들이 금(gold, 金)트로피를 놓고 경쟁을 벌이는 사이의 예상하지 않은 어느 부분에서 느닷없이 메기가 등장한다.예상하지 못한 메기의 등장, 그때마다 경악의 함성이 터져 나온다. 프로그램의 인기를 끌기 위한 제작진의 기지(機智)일 것이다.어떻든 그 순간이 되면 화면 중앙에 AI로 만든 메기가 무서운 얼굴로 나오게 된다. 메기가 왜 나올까?메기효과(Catfish Effect)라는 것이 있다.한국에 살 때, 어느 날, 한 또래친...

권천학 문학서재 과학이 전해온 달나라 통신

한밤중, 창문을 통하여 둥실 떠있는 달을 보았다. 유난히도 꽉 찬 보름달이었다. 지금 잘 하고 있지 아르테미스? 나도 모르게 혼잣말을 하고 있었다. 내가 달에게 말을 걸었는지, 달이 나에게 말을 걸어왔는지, 나의 혼잣말은 상상으로 이어졌다.아르테미스의 은마차가 막 도착했다. 활과 화살을 매고 있었다. 춤판이 벌어졌다. 님프들과 함께 숲을 누비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사슴과 곰, 개 그리고 사이프러스와 월계수가 우거진 그늘 아래에서였다. 달나라의 춤판과는 달리 지금 내가 발 딛고 있는 지구는 출렁이고 있다. 날마다 가스 값이 출렁이고...

권천학 문학서재 문학이 안겨준 달나라의 꿈

우주를 향한 인간의 호기심과 상상력은 인간의 본능이다.아르테미스 2호(Artemis II)를 실은 우주선 오리온 호의 발사 소식을 접하자마자 가슴이 또다시 용솟음쳤다. 나의 종교는 과학이라고 말할 만큼 과학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자연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용솟음치는 기분과는 달리 또 다른 생각들이 새끼치고 있었다.그 중의 하나는 완전히 사라져가는 달나라의 동화를 잃어버리는 것이 아닐까 하는 염려였다. 그 염려는 오래전부터 달을 가슴에 품어온 인간적인 동화를 가슴에 간직해야겠다는 생각을 끌어왔다. 과학이 발전하여 달라지는 상...

권천학 문학서재 그녀 페니, Peny!

그녀를 실제로 만난 적은 없지만 그녀에 대한 이야기는 가끔 들어왔다. 뉴스를 통해서다. 하이파크 근처 어디에 그녀가 나타났다거나, 또 어느 주택가에서 그녀를 만났다는 이야기가 일 년에 한두 번? 그녀의 소문은 심심찮게 떠돌았고, 그때마다 늘 심상찮은 분위기를 자아냈다. 그럴 때마다 살짝 궁금증을 갖기는 했지만 그냥저냥 잊어버리곤 했다.지난달 어느 날, 예년에 드문 폭설이 내린 후였다. 우리집은 물론 이웃의 앞뒤 뜰에 엄청 많은 눈이 쌓였고, 토론토 시내의 길과 주택가의 지붕에 눈에 덮여 명화(名畫)속의 장면 같았다.그날 오후, 나는...

권천학 문학서재 논리(論理)는 통한다

다운타운으로 향하는 전철을 타고 가는 중이었다.이어폰을 꽂고 우연히 어느 정치평론가의 이야기를 들었다. 오늘의 한국정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요약하면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정치권력을 쥔 사람들이 모든 정치활동에 있어 책임을 져야한다. 정책을 만들거나 시행할 때는 현실에 대한 연구와 국민들의 여론수렴이 충분해야 한다. 권력의 유지를 위한 일방적인 정책으로 휩쓸어가면 국민들은 정권교체라는 방법을 택하게 되는데, 지금은 그마저도 어려운 상황으로 뾰족한 대안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서툰 셀폰 조작 탓인지 인터넷상황이 좋지 않은 ...

권천학 문학서재 이 먹먹함은 무엇일까? 사진 한 장 때문에

온종일 가슴이 먹먹했다. 오늘이 나흘째다.한국장기조직기증원이 제공한 이 사진 한 장 때문이다. 먹먹함으로 보고 또 본다. 도대체 이 먹먹함이란 무엇일까?눈감고 있는 어린 아기의 이마에 뽀뽀하는 젊은 남자의 모습. 60여일 된 딸, 40대 아빠... 장기기증으로 5명 새삶이라는 비슷한 제목들이 달렸다. 게 중에는 아빠 좋은 사람으로 기억하길... 이라는 제목도 있었다.사진에서 느낀 묘한 감정, 슬픔? 행복감? 평온? 아니면?두근거림으로 훑어 내린 기사는 제목에서부터 심상찮았다. 부산에서 시작하여 노컷뉴스에 이르기까지 온통 같은 제목이...

권천학 문학서재 모두 해병대 대학생이 됩시다!

친구야!넌 현재 어느 대학에 다니니?요즘 대학생활 어떠니?어느 단톡방에 올라온 대화 한 토막이다.이 대화 자체로는 별로 이상하게 생각되는 점은 없어 보인다. 그러나 그 단톡방이 젊은이들의 카톡방이 아닌데 느닷없는 대학타령인가? 하는 생각으로 이상하게 여겨졌다. 지우려다가 이어진 글을 끝까지 읽어봤다.다 읽어본 후에야 이 대화가 요즘 노년들 사이에 떠도는 대화 한 토막임을 알고 웃었다.웃음이 축축했다.그 대화의 설명문의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서울공 : 서럽고 울적해서 공원에나가서 소일하는 노인들.*동경대 :동네에 있는 경로당...

권천학 문학서재 수복초(壽福草)의 계절

설이 지나고 비로소 적토마의 병오년(丙午年)이 시작되었다. 동시에 다시 수복초의 계절이다. 겨울이 길고 추위가 좀 더 오래가는 캐나다의 날씨로 따지면 지금쯤 수복초가 피는 딱 맞는 시기이다. 음력설 무렵, 가장 빨리 얼음 속에서 피어나는 꽃, 그래서 봄의 전령사이기도 하다.나는 그 동안 본 칼럼난에 복수초의 이름을 수복초(壽福草)로 부르자는 내용의 글을 2편 발표했었다.<수복초(壽福草)』를 제안(提案) 한다! -꽃이름 창씨개명> (2025년4월22일자, 한국일보)이어서 왜 그런 지에 대한 설명을 하는<수복강녕(壽福康...

권천학 문학서재 【오피니언】 본받을 스승과 사표(師表)가 없다

부끄럽다!나이 먹은 게 부끄럽다!요즘은 이런 자괴감에 빠지는 일이 잦다.나 자신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나라 돌아가는 것을 보면서 느끼는 감정이기도 하다.우연히 접한 뉴스에서 교육부장관 후보 C씨의 인사청문회 현장의 영상과 기사를 보았다.음주운전, 논문표절, 학생에게 폭력행사, SNS 정치적 발언 등의 논란이 불거져 지명이 멈칫한 상태로, 그는 이미 3건의 전과기록을 갖고 있었다. (편집자 주: C씨 임명안11일 재가)교육부 장관이라면 국가 백년대계의 교육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는 주무부서로서 교육적 철학과 소신, 도덕성을 필수로 들지 ...

권천학 문학서재 젊은 그대, 노인의 바로 어제였다!

늙으면 지갑은 열고 입은 닫아라!마치 노인들의 수칙(守則)처럼 떠도는 이 말의 뜻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말에 대해서 노인이나 젊은이나, 왜 꼭 그래야만 해? 하는 반응을 보이는 사람이 적다. 대개의 노인들은 쓴 입맛 다시며 그렇지 뭐, 하고 수긍하는 기색을 띈다. 젊은이들은 머쓱했다가 받아들이고, 당연하다는 생각으로 굳힌다. 머쓱한 것은 노인들의 태도가 진정한 수긍이 아님을 알기 때문이다. 노인들이 어쩔 수없이 포기하는 심정으로 수용(受容)해야 하는 상황에서 나오는 행동이라는 것을 노인들 자신만이 아니라 젊은이...

권천학 문학서재 곧 닥칠 젊은 당신의 내일이다!

인터넷에 담겨온 한 기사를 읽다가 애린 마음으로 이 글을 쓴다.그 글의 내용은 부모와 함께 여행을 다녀 온 자식의 불만 토로였다. 정확한 나이는 밝히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고령이라는 표현에 따라 부모를 최소한 60대 이상으로 친다면 삼십대 후반이거나 사십대 초반의 자식내외로 짐작이 된다. 모처럼 큰맘 먹고 효도하는 마음으로 부모를 모시고 한 여행에서 여러 가지로 불편한 일이 있었던 모양이다.관광명소로 알려진 어느 장소에 도착했다. 자식들은 신경 써서 그 코스를 잡았을 터인데, 느적느적한 행동으로 뒤따르던 부모가 뭐 별것도 아니고만 이...

권천학 문학서재 88 ∞∞ 무궁무궁!

2주가 넘는 긴 여행에서 돌아오는 날, 우버택시로 토론토 공항에서 출발할 때 마음이 설렜다. 우리 집은 무사한가? 한여름의 뙤약볕을 어찌 견뎠을까?...집 앞에 도착하여 택시에서 내리는 순간, 눈이 휘둥그래졌다.우리 집이 환했다. 앞뜰의 입구에서부터 울타리의 무궁화나무의 꽃들이 가득 피어나 빈집을 채우고 있는 것이 아닌가. 2주 전, 집을 나설 때는 초록의 몽오리로 닫혀있어 눈에 잘 띄지도 않았던 것들이 그 사이 하얗게 혹은 분홍과 보라의 꽃등을 켜서 집을 온통 환히 밝히고 있었다. 나무 아래에 떨어져 흩어져있는 꽃잎들조차 운치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