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의 끝 날인 어제, 30일 아침 7시경, 우리집 앞마당에서 작은 행사가 있었다.조용하지만 진지한 움직임으로 가득 찬 그 행사는 열아홉 살인 손자 아리가 몬트리올까지 자전거로 달리는 여정(旅程)의 출발을 응원하는 가족행사였다. 자전거를 매만지고, 장비를 체크하고, 기본 달리기를 실험하는 등, 최종 점검을 하느라고 조용한 가운데 바쁜 움직임이었다. 지켜보는 가족들 사이엔 긴장감까지 돌았다.Biking To MTLFor Cancer Society아리(Ari)로부터 그 행사 계획을 처음 들은 것은 한 달 전쯤이었다.기말 시험을 치르는 ...
권천학시인K-문화사랑방 대표아점(아침과 점심을 겸하여 늦게 먹는 식사)을 먹은 후 느지막한 산책길에 나섰다. 정오를 넘어선 시간이었다. 그래도 평소보다 두어 시간 이른 시간이다. 나에게 걷기는 늘상 걸어야한다는 운동 강박에 쫒기듯이 억지로 시도하는 일이다. 그러다보니 오전에 대충 해야 할 일들을 어느 정도 마친 후에야 걸어볼까 하는 생각으로 마지못해 하는 운동(?)이다 보니 항상 오후 4시경이 되곤 했었다. 내가 싫어하는 것이 운동이고 보니 걷는 일만으로도 굉장한 결단이기 마련이다. 걷기가 좋은 운동이라지만 나에겐 운동이란 말조차민...
얼마 전, 몇 군데에서 이 계절에 맞는 시를 보내 달라는 요청을 받았을 때였다.시, 시조, 수필 등을 쓰는 <K문화사랑방>의 식구들에게도 계절에 맞는 아이템이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미뤄오고 있던 터여서, 마침 잘됐다 싶어 곧바로 나의 시 창고에서 몇 편의 봄시를 골라내어 슬라이드 작업을 시작했다.<춘분(春分)>, <조춘(早春)> <봄 예감>... 그리고 <수복초(壽福草)>였다.지난 회에 <『수복초(壽福草)』를 제안(提案) 한다!>라는 글로 복수초의 이름을 수복초로 부르자...
『복수초』를 『수복초(壽福草)』라고 부르자!봄이 늦게 오는 캐나다에도 어느 새 중간쯤 지나가고 있다.봄 다 가기 전에 하고 싶은 몇 가지 말이 있는데, 그 중에서 오늘은 이 말부터.더 늦기 전에 이 말부터 해야겠다.『복수초』를 『수복초(壽福草)』라고 부르자!우리가 그동안 불러온 꽃 『복수초』는 한자로 『福壽草』이다.음력 설 무렵에 얼음 속에서, 눈밭에서 노랗게 피어나기 때문에 설화초(雪花草)라고 하기도 하고, 원일초(元日草)라고도 한다. 원일(元日)은 음력 설날, 즉 일 년을 시작하는 첫날, 초하루를 의미한다.겨울이 아직 끝나지 않...
권천학시인K-문화사랑방 대표지금 두개의 불길에 대한민국이 불타고 있다!서울을 중심으로 타내려간 정치판의 불과 남쪽에서 타올라오는 산불이다.그 두 불길에 의해 지금 대한민국은 심각한 화상으로 신음하고 있다.대한민국의 정치판은 사법체계마저 흐려놓는 내부의 부조리와 불공평으로 상식을 기대하기 어렵게 되었다. 그로 인해 국민들은 기댈 곳을 잃고 두 갈래로 갈라지기까지 한 심각한 상태가 되어 자유대한민국의 체재가 흔들리고 있다고 심히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나라의 꼴이 망가지는 위기를 느낀 국민들이 광화문에 모여들어 가슴에서 타는 불을 토...
권천학시인K-문화사랑방 대표지금 대한민국 국민은 온갖 논란과 주장이 들끓는 가운데 진행된 대통령 윤석렬의 최종변론이 끝나고 최종선고를 하는 마무리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핵심은 탄핵을 인정하느냐 마느냐이다. 선고일 조차 미정인 채 온갖 추측과 어림잡은 주장들만 무성한 가운데, 탄핵과 탄핵반대, 두 개의 쟁점으로 나뉘어 연일 광장을 끓여대고 있다. 그것을 지켜보는 모든 국민들은 불안하고 불편하다. 나는 대한민국 국민이다.아무리 정치에 관심이 없다하더라도 그동안 겪은 사회적 갈등마저 무심할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대한민국의 정치...
권천학시인K-문화사랑방 대표기미년(己未年) 3월1일 이후, 106주년인 을사년(乙巳年)의 3월1일.거대한 물결이 일어난 것은 비슷하나 그때와 오늘의 내용은 매우 다르다.기미년의 그날이 민족독립을 위한 만세의 아우성이라면, 금년 을사년의 그날은 민족 통합의 아우성이 되어야 한다. 그동안 깊어진 상처를 치유하고 통합을 이루어내야 한다.그냥 삼일절이서는 안 된다.대외적으로 남과 북으로 분열되어 세계유일의 분단국이라는 달갑잖은 시선을 받고 있는데, 대내적으로도 분열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서울의 광장에서, 거리에서, 크고 작은 도시에서...
독일에 사는 한 독자의 권유로 A사(寺) 사이트에 한 달에 두 번 정도, 나의 시와 수필을 올려왔다. 나의 블로그에, YMCA의 문화산책을 진행하면서 다룬 시와 수필들을 K-문화산책이라는 카테고리를 만들어 올리고 있었는데 바로 그 공간을 통해서 독자가 된 분이다.A사(寺) 사이트의 글방을 이어가면서 스님과 단골보살님들의 댓글과 단체방 등으로 의견도 주고받고 좋은 말씀들을 많이 듣고 배우면서 불교식의 마음가짐과 가르침을 얻을 수 있었다.그런 중에 얼마 전 불교관련 책의 독서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는 일이 있었다. 그 주고받음의 과정에...
KMS(K문사방) 강의를 마치고 나서 뒷정리를 하는데, 머리가 띠잉~ 했다. 강의를 진행한 내용을 요약해서 정리해 나가가다 뭔가 생각이 딱 막히면서, 멍해졌다. 바고 그 순간, 경거망동하지 않았나? 회초리가 뒷덜미를 후려쳤다.어녹다를 설명할 때였다. 설명을 잇는 과정에서 한 겨울의 대관령 황태덕장의 이야기로 옮겨갔다. 그런데 대관령얘기를 왜 했지? 어디서부터 그 이야기가 시작되었지? 그 이야기로 하기 전에 뭔가 분명 핵심적인 이야기가 있었던 것 같은데 그 부분이 생각나지 않았다. 그게 뭐였지? 뭐였지? 틀림없이 뭔가 내용이 담겨있었...
11월로 들어서자마자 구사일생을 떠올리는 두 개의 기사가 들이닥쳤다. 하나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된 북한 병사의 이야기이고, 다른 하나는 미국의 한 가정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이다. 전자는 파병된 북한병사가 전장(戰場)에서 앞서 죽은 전우의 시체 밑에서 죽은 척하여 확인사살을 피해 구사일생으로 살아났으며 파병한 북한병사 중에서 유일하게 생존한 한 명이라는 점에 방점이 찍혔고, 후자는 대저택에서 사는 7가족 중 그 집안의 셋째인 11세의 여자아이가 유일하게 살아남아 범인은 죽은 작은오빠가 아니라 15세의 큰오빠라고 사건의 팩트...
시월의 끝! 가을인가 했는데 어느새 11월이 코앞에 걸려있다.오늘 지나면 11월, 어물쩡 11월로 건너가고 만다는 생각이다.문득, 어물쩡이 가을의 대표적 언어가 되어 뱅뱅거린다.영어의 Autumn과 Fall. 너무나 익숙한 단어이다. Autumn은 14기말부터 고대 프랑스에서 쓰기 시작했는데, 13세기, 증가를 뜻하는 라틴어 autumnus 또는 auctumnus 에서 왔고, 비슷한 시기에 영국에서는 수확을 뜻하는 Harvest를 사용했지만 16세기에 들어 Autumn으로 대체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Fall은 건물의 붕괴,...
글을 쓰고, 강의용 PPT 파일을 만들고... 이어지는 일들로 늘 바쁘다. 물론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다. 어찌 보면 그런 일들이 부담될 수도 있겠지만 나에겐 전혀 아니다. 시간을 쪼개어가며, 잠을 덜어가며 기꺼이 하고 있다. 내가 좋아서... 때문이다.나는 유난히 호기심도 많고 상상력도 좋다. 그런 욕구를 채우는 일이기도 해서 스스로 재미있어한다. 그런데 그런 일을 하면서 언제부터인가 많이 달라졌음을 실감하고 있다. 글을 쓰고 강의용 파일들을 만드는 일이 의외로 수월해졌음이다. 좋기도 하고 때로는 손쉽기도 하다. 한편으로 좀 허퉁...
나와 무궁화의 대화가 시작된 것은 새집으로 이사 와 첫 밤을 보내고 난 바로 그 첫 새벽부터였습니다. 새집의 설렘으로 일찍 잠이 깨었습니다. 모두들 고단함으로 아직 깨어나지 않은 시각이어서 조심스레 아래층으로 내려갔습니다. 아직 정리되지 않은 짐들 사이를 헤집고 뒷마당 쪽 문을 여는 순간, 희붐한 새벽공간을 뚫고 눈을 찌르듯 박혀오는 것이 있었습니다.오! 무궁화!새하얀 꽃잎에 새빨간 꽃심. 색깔이 유난히 선연해서 눈이 부시다 못해 마음까지 부셨습니다.백의민족이 떠오르며 저릿했습니다. 이사하느라고 분주했던 전날까지도 봉오리로 있어 잠...
6월이 갑니다. 호국보훈의 달이면서 단오(端午), Happy Fathers Day(아버지의 날)이 있고, 여름이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저의 <KMS(K문화사랑방)>에서 6월 마지막 시간에 그런 주제들 다루었고, 그중에서 오늘은 항아리에서 나온 아버지들을 소개할까 합니다. 오늘의 현실을 비춰볼 수 있는 민담(民譚)으로 꾸며봤습니다.게티이미지뱅크.한 농부가 밭을 매다가 괭이 끝에 뭔가 부딪쳐 소리를 내는 물건이 있어서 조심스레 캐보았습니다. 뜻밖에도 땅속에 커다란 항아리가 묻혀있었습니다. 그 항아리를 집으로 가져와서 잘 씻어...
야, 네 엄마, 아직 안 왔냐?헛간에서 재소쿠리를 들고나오던 아버지가 묻는다.고추 따러 밭에 갔는데요.아들은 마루에 걸터앉아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며 건성으로 대답한다.벌써 저녁밥 할 때가 되어 가는데, 이 여편네가 왜 안 오는 거야...귀담아들을 리 없는 아들인 줄 알면서 들으라는 듯, 혼잣말처럼 웅얼거리며 재를 듬뿍 퍼 담은 재소쿠리를 뒤꼍 텃밭으로 가는 아버지.잠시 후, 뒤꼍을 돌아 나온 아버지는 빈 재소쿠리를 헛간에 두고 나오는 아버지는, 뭔가 짚이듯, 아무래도 안 되겠는지 옷에 묻은 먼지들을 툭툭 털며 마당을 가로질러 대문 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