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冬栢)이 진다.그 진초록의 도톰하고 윤기 나는 잎 사이에 새빨간 꽃송이를 다문다문 달고 있는 동백.동백꽃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마치 가슴의 흙 한 삽씩을 떠내고 꽃송이 한 개씩 콕콕 박는 느낌이다.오동도의 바닷가에 즐비한 동백숲. 하와이의 해변 곳곳에 피어있던 동백... 그 새빨간 빛깔이 초록바다와 보색이 되어 잘 어울리는 듯하다. 매운 해풍을 견뎌내느라 잎도 꽃도 튼실한지 모를 일이다. 바닷가의 햇볕과 짭짤한 해풍에 살을 올리고 반들반들 윤기를 내며 사철을 난다.이때쯤이면 오동도의 동백도 질 준비를 하고 있을 것 같다. 어쩌면...
또 다시 5월은 왔고, 나는 사무친다. 주변에서 부모님들을 위한 선물을 마련하고 시간을 내어 찾아 뵙느라고들 분주하다. K-문화사랑방의 회원들에게 내준 5월의 글감주재는 목련 5월 하늘 그리고 생각나는 사람이었다. 목련과 연관지어, 부모님을 표현하기도 하고, 생각나는 사람으로 부모님을 떠올렸다. 한국으로 전화를 걸어 부모님의 목소리를 듣고 그 감회를 표현하기도 했다.문득, 전화를 걸 수도 없는 곳에 가 계시는 나의 아버지가 솟구치게 그리웠다. 너무 멀리 계시는 아버지! 신혼살림을 시작한 지 며칠 되지 않았을 때였다. 저녁식사 준비를...
영국의 문화협회가 몇 해 전에 가장 아름다운 영어단어를 설문조사한 일이 있었다. 102개 비영어권 국가의 4만 명을 대상으로 했다.그때 첫 번째로 뽑힌 단어가 mother(어머니)였다. 그렇다면 아버지는 어땠을까?passion(열정), smile(미소) love(사랑) eternity(영원)이 뒤를 이었다. 78번째까지 발표되었으나 father(아버지)는 그 순위 안에는 없었다. 아마도 100번째의 순위에도 있었을지 없었을지 언급이 전혀 없었다. 언급이 없다는 것은 나타나지 않았다는 뜻으로 간주할 수 있다. 이상하지 않은가.비록 아...
K-문화사랑방의 봄학기 강좌에서 이 계절의 세시풍속으로 한식에 대하여 이야기했다. 한식과 청명, 그리고 개자추의 전설. 모두가 귀를 쫑긋 세우고 진지하게 들어주어서 반가웠다.봄 가뭄과 봄비가 경계를 서로 엇바꾸는 계절이기도 한 지금, 봄비가 자주 내린다. 그러나 곳곳에 산불은 멈추지 않고 있다. 노란 레인코트를 선물 받은 후 모처럼 입고 나가면서 은근히 자주 입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래서인가. 이곳저곳에 많이 일어나고 있는 산불들을 진압하는 데는 미흡한 것 같아 안타깝기도 하지만, 새싹들을 올려 미는 식물의 뿌리...
뜰 앞의 수선화가 샛노란 꽃송이를 펼쳐들기 시작하던 두 주 전쯤의 주말이었다.이건 할머니 선물!식품 장보기를 다녀온 딸 내외가 이것저것 장보기 해온 물건들을 내놓는 중에 쇼핑백 한 개를 식탁위에 올려놓으며 한 말이다. 나는 시장보기해오면서 무슨 생뚱맞은 소린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궁금했다. 나보다 더 궁금해 하는 손주들이 달려들어 그 포장에 손을 댔다.안 돼, 할머니꺼야그 말에 손주들은 주춤거리며 나에게 넘겼다. 받아드는 순간 묵직함을 느끼며 포장을 풀었다.노란 레인코트였다. 그냥 노란 레인코트가 아니라 지금 막 피어나고 있는 앞...
일본 와카야마시 사이카자키에서 보궐선거 지원 연설에 나선 기시다 후미오 총리에게 폭발물이 날아와 대피하는 소동이 빚어졌다는 기사가 떴다.던져진 후 50초 만에 폭발물이 터졌을 때 총리와 용의자의 거리는 10m였고, 경찰관 한 명이 경미한 상처를 입었을 뿐이라고 한다. 200여명의 시민과 당 간부들이 모인자리여서 큰 피해가 있을 수도 있었는데 그만하다니 다행이긴 하다. 작년(2022년) 8월에 내각총리 아베신조(安倍晋三)가 나라현에서 선거 유세 중 총격을 받아 사망한 사건을 치른 일본사람들로선 더욱 긴장했을 일이다.그 기사는 일본인이...
2022년 6월경부터 시작된 캐나다의 약품부족상태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지금의 현상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 pre-treatment 또는 1st treatment라고 할 수 있는 의료시스템이 무너지고 있음을 의미한다.심하게 다치거나 병원을 찾지 않으면 안 될 만큼의 중병의 경우를 제외하고 병원 대신 먼저 찾는 곳이 약국이다. 심각한 상태가 아니라면 대개는 약으로 해결하는 것이 보통 사람들의 약습관일 것이다. 당장 약으로 시간을 벌거나 아픔을 해소시켜 병으로부터 해방이 되는 경우는 얼마든지 있다. 또 시간이 없거나 병...
권천학 시인당국의 통계에 의하면 2020년과 2021년의 두 겨울에 감기와 독감이 줄었다고 한다. The Globe and Mail 신문에서도 매년 겨울이면 기승을 부리던 독감과 감기환자의 수치가 현저하게 떨어졌다는 소식을 전했었다. 이유로는 코로나-19의 덕분이라고 하니 아이러니하기도 한다.거리두기를 실천하고 마스크를 사용하고, 개인위생을 비롯하여 공중위생(公衆衛生)에 더 신경을 쓴 덕분이라는 것은 아무도 부인하지 않을 것이다. 토론토의 Mount Sinai 병원의 전염병 전문의 Dr. McGeer는 다른 이유 3가지를 들기도 했...
권천학 시인언제나 그렇긴 하지만, 요즘 세상 쪽에서 들려오는 온갖 소리들이 귀를 시끄럽게 한다. 뭔가 잘못되어 삐걱거리는 단체들의 소식들, 정치판에서 흘러나오는 뒤틀린 소리들... 정치판 소리를 차치(且置)하고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현상만 보더라도, 정리되지 않은 채 휘날리는 분분한 의견들, 자기주관이 제대로 서지 못한 채, 덩달아 흔들어대는 깃발아래 모여들어 또 다른 잡음을 만들어내는 등, 왜곡과 비난이 그야말로 귀를 씻어내고 싶어질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이런 잡음들은 귀만이 아니라 마음까지도 산란하게 만든다.조금만 더 생...
작년 12월, 터키 정부가 그동안 사용해오던 터키(Turkey)라는 나라이름을 튀르키예(Türkiye)로 변경할 계획을 발표한 이후, 22년 6월 4일 드디어 UN의 승인을 받았다. 용감한이라는 어원에 뿌리를 둔 튀르키예(Türkiye)는 튀르크인의 땅이라고 한다. 원래 터키를 터키식으로 발음하면 튀르키예인데, 영어가 주도권을 잡고 있는 글로벌 시대여서 영어식 발음으로 터키가 되었다고 하니, 옛 이름으로 돌아간 것이라고 할 수 있다.TRT월드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UN의 승인을 받은 후 에르도안 대통령은 튀르키예...
윤석열(사진) 20대 대통령이 취임한지 2주가지났다. 우여곡절 끝의 당선은 그야말로 신승(辛勝)이었다. 그동안의 과정이 말 그대로 파란만장, 야합과 혼란과 상식선 아래로 내려가는 난장판에 가까운 정치현실에서 치러졌고, 그런 현상은 당선 이후에도 극렬하게 드러나고 있다.비록 여소야대의 모습이 되긴 했지만 국민의힘이 여당이 되었다. 여당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결코 순탄치 못하리라는 것은 온 국민이 예상하는 일이다. 이제는 국민의힘 당에 기댈 일이 아니라 국민 스스로가 순탄치 못한 현실정치를 개선해나가도록 지혜로워져야 한다.정치에 관심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