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중순에 왔는데 벌써 4월, 나는 열흘 후면 우리나라에서의 이번 여행을 마치고 Niagara On The Lake의 집으로 간다.서울을 방문할 때마다, 우리나라의 변화가 눈에 보였다. 청결과 시설의 편리, 질서, 친절 같은, 외출할 때 흔히 보고 느끼게 되는 현상에의 변화다.서울 거리에 휴지통이 없네요!최근 캐나다에서 방문한 한 부인이 한 말인데, 휴지통이 따로 필요 없을 정도로 거리가 깨끗해 놀랐다는 의미였다.자주 카페에 갔는데 동생이 휴대전화를 테이블 위에다 얹어두고 자리를 비운 적이 더러 있었다. 모든 사람의 휴대전화는 더...
나이아가라의 긴 겨울을 피해 서울에 온 지 두 달째다.서울은 졸업 시즌을 보내고 입학의 때를 맞았다.내 거처 앞의 성균관 대학교 교정은 단과대학 별 졸업식으로 며칠간 꽃을 안은 사각모들로 붐볐었다. 사람이 꽃 같고 꽃이 사람 같던 교정에서 나도 한 아름 꽃을 안고 싶었는데, 마침 손녀의 초등학교 졸업식이 있어 꽃 속에서 사진을 찍었다.연합뉴스졸업식은 정말 꽃 같은 아이들을 위한 꽃 잔치였다. 아이들은 분홍 빨강, 노랑, 보랏빛 고운 꽃이었고, 축하하러 온 어른들 또한 오늘만큼은 꽃을 든 어른이었다.그 꽃 속에서 나는 몇 가지 생경한...
지난 연말에 유독, 우리나라에서 날아 온 눈 감고 귀 씻고 싶던 일들이 많았다. 매일 들리던 소식은 비리에 대한 것이었고, 가족이 동원되고, 비리를 덮기 위해 비리를 더하고, 그것이 비리인 줄 아는지 모르는지 부끄러운 줄 몰랐고, 그 중심에 권력과 돈이 있었다.하나가 터지니 연쇄반응으로 여기서 저기서, 폭로로 이어졌는데 이미 썩어 문드러진 그들 세계의 비리는 국민만 몰랐지 공공연한 비밀이었던가 보았다. 그 불미스럽던 일들은 정화수 그릇 앞에 선 듯 조심스럽게 새해를 맞으려던 국민에게는 오물이 되어 새 아침의 식탁에 올랐으니 정치인 ...
나는 그 분을 대면하여 뵌 적이 없다.코로나 팬데믹 때부터 온라인을 통한 어느 모임에서 뵌 것이 다였다. 모임의 성격상 자유롭게 참가자의 생각을 드러낼 수 있던 시간이었음에도 그분은 늘 단아하고 고운 외양으로, 고요히 화면만 주시한 채 듣기만 했다.그분이 특정 부문에서 프로로 활동하는 분이란 사실은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비록 사는 나라가 다르고, 그래서 화상을 통해서이지만 정기적으로 뵙게 되면서 개인적으로 안부를 나누게도 되었다. 자주는 아니었지만, 오간 안부 글을 통해 그분이 혼자 사신다는 사실, 삶에서 이룬 프로의 세계를 더 깊...
동네, Niagara On The Lake가 한결 고요해졌다. 늦가을에 들면서 아침마다 들려오던 잔디깎이 소리가 멈췄고, 무엇보다도 동네를 찾던 관광객들 발걸음이 덜하기 때문이다. 지난봄부터 이 늦가을까지 나도 손님을 많이 맞았다. 국경 너머에서 온 글 친구들, 서울서 온 가족과 친구, 그리고 가까운 도시에서 온 지인들이었다. 그런데 최근에, 몇 그룹의 손님들에게 바람을 맞았다. 그들은 내가 장거리 여행을 떠나지 않는 한 늘 맞았던, 초대 없이도 연중행사로 방문하던, 할로윈 날의 어린 손님들이다. 내가 믿는 종교의 관점에서 할로윈...
미국이 원래 그런 나라였던가,장갑차에, 헬리콥터, 무장한 병력으로, 일하던 사람들을 공포 속에 몰아넣고 쇠사슬로 묶어 가두는 나라!지엄한 법 없는 나라, 어디 있는가?법이 법의 권위를 지키려면, 그 방법이 법적이어야 한다. 불법 행위자들이 스스로 부당 행위를 깨닫고, 지엄한 법 집행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도록 하는 방법.우리는 며칠간 미국이란 나라의 진짜 모습을 본 것인지도 모른다, 인정사정없는 공룡 같은 나라. 아무래도 우리는 미국이란 나라에 대해 너무 큰 도덕과 공정을 기대했던 것 같다.언스플래쉬이 엄청난 일이 어찌 미국 탓...
그 무덥던 여름을 좀 지겹게 통과한 탓인지, 초가을 청명한 날씨가 유난히 반갑다.아침저녁으로 뜰 아래서 풀벌레 소리가 부르니, 나는 저녁마다 뜰에 나가, 내 허리 두 배는 됨직한 두 그루 소나무와 단풍나무, 라일락, 씨 날아와 저들끼리 군락 이룬 무궁화를 쓰다듬으며, 더위 잘 이겨 고맙다고 말한다. 그런데, 소나무 두 그루 중 하나에게는 늘 미안한 맘이 있다.언스플래쉬 내가 처음 이 집에 왔던 스무 한해 전, 그때 그 소나무 허리엔 꽤 굵은 철사가 감겨 있었는데, 철사가 소나무 살 속에 묻혀 있었다. 철사는, 처음 그 나무를 심은...
참 더웠다, 그날. 더위에 약한 내가 숨이 턱턱 막히는 한더위에 길을 나선 것은, 청탁받은 작품을 보낸 후의 해방감 때문이었다. 늘 나이아가라 주변만 맴돌다가 이웃 동네에 사는 친구의 빨간색 스포츠카로 장 보러 QEW 길에 나섰으니, 덥거나 말거나 신나던 장거리 여행이었다. 처음 간 옥빌 갤러리아에서 나는, 멀리 노르웨이서 잡힌 냉동 고등어를 샀고, 냉면을 샀고, 서리태라 부르는, 검정콩 한 망태기를 샀다. 냉면 외의 것은, 즉흥적으로 담은 것인데, 내 관심은 실은 냉면이었다.서리태는 좀 많나, 싶었지만 변하는 것 아니니 두고두고...
눈만 뜨면 나보다 먼저 깨어, 날 기다리는 것이 있으니, 지인들이 보내는 영상과 글귀이다. 하나같이, 지켜야 하는 건강에 대해, 마음 다스리기에 대해, 어떻게 하면 품위 지키며 오래 살 수 있는가 하는 잠언 같은 글이다. 따라 하기만 하면, 아름답고 품위 있는 삶을 보장받을 성싶은 믿음 주는 글들을 대할 때마다, 우리는 매일 좋은 글의 홍수 속에 사는구나, 남들은 이 좋은 글들을 어떻게 다 알게 되었을까, 하고 생각한다. 오늘 아침엔 한 지인이, 어느 노교수님이 하셨다는 지혜의 말을인용한 내용의 동영상을 보내왔다. 그것은, 나이 ...
사람은 태어나 말 배우면서 질문을 시작한다.이거 뭐야? 왜?라는 것은, 특히 부모가 가장 많이 듣게 되는, 자녀들이 하는 아이다운 질문이다. 아이들이 유독 질문을 많이 하는 이유는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처음이어서 낯설기 때문일 것이다. 눈으로 마주하는 첫 대면의 낯섦을 뭐야? 또는 왜?란 질문으로 접근하는 자녀들이 바르고 풍성한 지식의 인간으로 성장하도록 어른들은 적절한 답을 주려고 하고 그것은, 알고 싶은 것 많은 아이에게는 나침판 같은 의미가 될 수 있다. 바르게 알고 바른길을 가도록 안내하기 때문이다.이 나이의 나도 요즘, ...
사위는 장모님보다 6살 많았다.당신보다 연세가 많던 사위를 장모님은 목사님이라 불렀다. 식구들에게 목사님은 양반이라고도 하셨는데, 장모님에게 양반이란 단어는 인품을 지닌 분에게 붙여 부르는, 최고 존중의 의미였다.사별하여 오래 혼자 살던 딸이 북미주 여행 중에 만난, 자신보다 스물여섯 살 많은 푸른 눈 노 목회자의 청혼을 받고 고심하고 있었을 때, 다시는 안 볼 듯 오래 침묵하던 장모님은 자줏빛 고름의 연분홍 한복을 지어 딸에게 안기며 목사님과 웃으며 살아라.고 했다. 쉰이던 딸은 그렇게 태평양을 건너 푸른 눈 목회자의 아내가 되었...
그 눈부시던 햇빛과 꽃, 단풍과 열매의 붉은 빛은 어디 가고, 사방은 온통 잿빛이다.하늘이, 날씨가, 날씨에 휘둘리는 햇빛까지 한 덩어리다.차악 가라앉은 우울한 기운을 경계하는 이 동네 사람들은 그래서, 온갖 이벤트로 긴 겨울을 보낸다.12월 초, 하우스 투어로 이벤트가 시작되었다. 이 동네의 로터리 클럽 주최로 해마다 시행되는 하우스 투어는 일종의 자선 행사로, 여름의 정원 투어처럼 아름답게 꾸민 몇몇 남의 집안을 돈 내고 구경하는 것이다.하우스 투어가 끝나니 지난 14일 토요일, 온 동네에 크리스마스 캐롤이 울려 퍼져서 소리를 ...
최근에 우리나라를 놀라게 한 일이 있었으니 바로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이었다. 상에 무관심한 사람이라도 한 번쯤 지나가는 말로라도 들어봤음 직한 노벨상이란 이름, 그중에서도 한 사람의 정신적 작업의 산물인 소설로, 우리나라 작가가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되었다는 소식이었다.노벨 문학상 수상자 발표를 앞둔 즈음이면 늘 시인 한 분과 소설가 몇 분이 매스컴의 관심을 받는다는 정도만 알고 있었다. 그러나 가장 유력하다던 분이 불미스러운 일로 관심에서 멀어진 이때, 정말로 그 엄청난 상을 받을 거란 예상은 아마도 우리나라 사람 아무도 하지 ...
늦잠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편인 나는, 눈만 뜨면 걷기에 편한 신발 챙겨 신고 집 밖으로 나선다. 행여 잠 방해할까 고요한 시골 마을엔 해도 조심스럽게 뜬다.집을 나선 내 발걸음이 향하는 곳은 주로 온타리오호숫가다. 멀리 수평선 위에 섬처럼 뜬 토론토의 고층 건물과 씨엔 타워의 실루엣으로 나는 그날의 토론토 날씨를 짐작한다.아침의 고요를 깨트리는 것은, 새들이나 바람이다.나처럼 잠이 적은 새들은 호수 면에 닿을 듯, 또는 좀 더 높이서 끼룩끼룩 소리 내며 열 지어서 날고, 고요를 못 견디는 바람은 아직 잠결이던 호수를 흔들어 깨운다...
캐나다의 노벨상 작가 앨리스 먼로(1931∼2024)의 딸이계부로부터 성학대(9일자 3면)를 당했다고 주장한 기사를 접한 나이아가라의 한인작가 김외숙씨가 본보에 보내온 글을 소개합니다.노벨상 작가 앨리스 먼로. CP통신최근에, 충격적인 기사를 읽었다. 캐나다의 노벨 수상 작가 엘리스 먼로의 딸이, 부당하다고 생각한 어머니의 어떤 처신을 폭로한 기사였다.부모의 이혼으로 아버지와 살던 딸이 아홉살 때 어머니의 집 방문 중, 의붓아버지에게 당한 성폭행에 반응한 어머니에 대한 폭로였다. 남편이 딸에게 몹쓸 짓을 가했음에도 그를 너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