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KT 칼럼 트럼프주의와 윤석열주의

집권 3개월 차에 들어선 바이든 정부를 4년 전의 문재인 정부 초기와 비교하면 몇 가지 유사한 현상이 발견된다. 국정의 지표가 문재인정부는 적폐청산이었고 바이든 정부는 미국이 돌아왔다인데 표현이 다를 뿐 전임 대통령의 행적을 지워가는 작업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당장 경기부양책 같은 급한 불은껐으나 이민법 개정과 법인세 증세, 총기 규제 등 바이든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려는 개혁 작업들이 발목을 잡힐 개연성이 커지고 있다.미국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강고한 당파주의가 자리 잡고 있는데다 트럼프의 대선불복 주장이 법원에서 종지부를 ...

KT 칼럼 ‘출애굽’에 대한 명상

이스라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 하나를 꼽으라면 이집트 탈출일 것이다. 이스라엘 민족의 역사는 압제에서 신음하던 히브리인들이 모세라는 지도자에 이끌려 이집트를 빠져나오면서 시작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구약에 따르면 이때부터 이들은 유일신 야훼라는 이름을 처음 듣게 되며 모세를 통해 10계명을 전수받고 야훼의 백성이 된다. 구약에서 가장 중요한 모세 5경 중 창세기를 제외한 출애굽기 레위기 민수기 신명기 네 권이 모두 이집트 탈출과 관련된 것이다.문제는 이 사건이 실제로 일어났느냐 하는 점이다. 출애굽기에는 당시 이집트를 떠난 히...

KT 칼럼 아시안 여성 굴절된 이미지

터질 것이 터졌다고들 한다. 지난 1년 동안 아시안 인종증오범죄가 급증했고 최근 몇 달 동안은 거의 매일이다시피 아시안 공격사건이 신문에 보도됐지만 주류사회와 사법당국은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그러다 사람이 8명이나 죽고 나서야 난리법석을 치고 있다. 마치 그동안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사건 자체는 비극적이고 유감스럽지만, 이로 인해 아시안 인종혐오가 이슈화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최근 주류언론은 애틀랜타 마사지업소 연쇄총격사건의 배경과 원인을 조명하고 분석하며 쟁점화 했다. 아시안 언론인, 학자, 정치인 및 연예인들의 증언...

KT 칼럼 평범함에서 비범함으로

미국 대통령들에 대한 평가는 퇴임 후 시간이 흐르면서 바뀌는 경우가 적지 않다. 재임 시에는 비판과 혹평을 받았지만 세대가 지나면서 훌륭했던 지도자로 자리매김하는 경우가 있는 반면 현직으로서는 높은 인기를 누렸지만 역사의 맥락 속에서는 아주 냉정한 평가를 받는 대통령도 있다.시간이 흐를수록 평판이 좋아지고 있는 대표적 인물로는 33대 대통령 해리 트루먼을 꼽을 수 있다. 트루먼은 20세기 이후 유일한 고졸 대통령이다. 정치인이 되기 전까지의 삶은 소시민처럼 단순했으며 정치인이 된 후의 궤적도 지극히 평범했다.그가 대통령이 된 과정을...

KT 칼럼 섹스중독에 대한 오해

2018년 어느 봄날, 세계 최고의 섹스중독 및 성 마비 환자 전문가인 카프카 박사는 하버드대 교정을 가로질러 자신의 연구실로 바삐 걸어갔다. 섹스중독이 정신질환임을 주장하는 자신의 연구에 대해, 미정신의학회의 심의결과가 밝혀지는 날이었다. 최근 애틀랜타의 비극적 총격사건과 더불어 각종 미디어에 떠오른 섹스중독 은 신체적 문제가 아니라 뇌의 문제라는 게 카프카박사의 주장이다. 성범죄자나 살해범들이 섹스중독을 원인으로 주장하는 케이스들 때문에, 섹스중독(Sex Addiction)과 성욕과다증(Hypersexual-ity)이 최근 새롭...

KT 칼럼 아날로그 찾는 디지털 세대

팬데믹이 1년 가까이 계속되어오는 동안, 많은 가정이 그러하듯 우리 집에서도 꽤 많은 정리와 청소가 이루어졌다. 오랫동안 쌓아만 두고 사용하지 않던 부엌용품, 가전제품, 의류 및 잡동사니들을 과감하게 처분했고, 비좁던 공간들이 조금이나마 여유로워졌다.그러나 결코 쓸 일이 없을 것 같은데도 버리지 못한 물품이 딱 한 가지 있었는데 바로 레코드판들이다. 40년전 이민 짐에 꾸려온 것들부터 얼마 전 친지의 거라지에서 추려온 명반들까지, 차곡차곡 쌓인 수백장의 LP는 냉혹한 이번 사정바람에도 살아남았다. 그리고 그러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

KT 칼럼 짧아지는 잠

지난 14일부터 한 시간 앞당겨 지면서 서머타임이 시작됐다. 이번 서머타임은 11월7일까지 8개월 동안 계속된다. 서머타임 기간이 표준 시간(standard time)의 2배에 이른다.애리조나와 하와이를 제외한 미국의 48개 주는 서머타임, 일광시간 절약제 도입으로 1년에 2번 시간이 바뀐다. 한 시간 당겨지고, 늦춰지는것이 무슨 대수냐며 관심이 없는 사람이 많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왜 굳이 시간을 바꿔 혼란을 자초하느냐는 주장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서머타임이 과연 유용한 제도인가, 실보다 덕이 많은가 하는 논란은 해마다 반복...

KT 칼럼 피해 호소 정권

억울하다. 표준국어대사전은 아무 잘못 없이 꾸중을 듣거나 벌을 받거나 하여 분하고 답답하다라고 풀이한다. 콩쥐의 억울한 물 긷기, 개구리 왕자의 억울한 저주는 문학에 나오고, 강기훈의 억울한 옥살이, 김용균의 억울한 죽음은 현실에 있다.비교하고 질투하는 현대인의 자학적 습성은 억울하다의 정의를 조금 바꿨다. 내가 보기에 상벌이 공정하게 배분되지 않아서 분하고 답답하다. 보상은 공연히 더 받고 처벌은 미심쩍게 덜 받는타인을 볼 때, 우리는 억울하다. 이를테면, 옆 동네아파트 값이 2억 원 더 올랐을 때, 음주단속 경찰이 앞 차만 보내...

KT 칼럼 미나리, ‘우리’ ‘그들’이 함께 사는 법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작된 후 처음으로 영화관에 갔다. 미나리를 보기 위해서다. 평일 저녁이지만 외국 영화제에서의 선전으로 관객이 좀 있지 않을까 싶었으나 시작을 알리는 불이 들어올 때까지 관객은 혼자였다. 상영 중 들어온 관객을 모두 포함해도 10명이 되지 않았다.미나리는 미국 이주 한인의 좌절 또는 성공 서사만은 아니었다. 가장으로서 자식들에게 아버지가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집념을 버리지 못한 남성과, 자식들의 교육과 건강 걱정에 늘 싸우면서도 떠나지 못하는 아내, 병약한 손주를 돌보기 위해 머나먼 타국의 트레일러 집 속에...

KT 칼럼 일본의 자산, 우리의 걸림돌

40여 년 전인 1979년 워싱턴 D.C.의 존 F. 케네디 공연예술센터에서 색다른 공연이 시도되었다. 일본의 전통 공연예술인 가부키였다. 공연장은 썰렁했다. 객석의 절반이 비었다. 하지만 3년 후인 1982년, 분위기는 달라졌다. 그해 여름 케네디 센터에서 공연된 그랜드 가부키는 매회 전석 매진이었다.당시 뉴욕타임스는 미국에서 만개하는 일본문화라는 제목으로 미국사회 전반에서 일어나는 일본 열풍을 전했다. 뉴욕에 일본식당이 늘어나고, 날 생선이라면 기겁을 하던 미국인들이 자랑스럽게 스시를 먹는가 하면 영화, 패션, 건축등 일본 것이...

KT 칼럼 트럼프가 남긴 혐오 한인사회의 공포

16일 애틀랜타의 한인 마사지업소가 공격당했다. 희생자 8명 중 6명이 아시안이고 그중 4명이 한인이다. 범행 동기가 아직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미 전역의 아시안들에게, 특히 한인들에겐 충격과 공포다.작년 3월19일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생중계 TV 화면에 포착된 대통령의 메모지에 Coronavirus에 밑줄을 긋고 Chinese로 쓴 것이 보였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세계보건기구(WHO)의 공식용어인 Covid-19 아닌 중국 바이러스라고 하는 것에 대해 바이러스는 중국에서 온 것입니다. 그게 이유입니다...

KT 칼럼 부의 상징된 애완견

개 두 마리 몸값이 50만 달러라니 …개 팔자가 웬만한 사람 팔자보다 낫네!한때 미국뉴스는 개 이야기로 시끄러웠다. 세계적 수퍼스타 레이디 가가의 애완견들이 납치되고, 개를 산책시키던 도우미 남성이 총에 맞아 응급실로 실려 가고, 50만 달러의 현상금이 내걸리는 등 일련의 사태들이 보도되면서 한편에서는 개 팔자 조크가 나왔다. 내 몸값은 얼마나 될까 식의 조크다.지난달 24일 밤 강탈당한 레이디 가가의 프렌치 불독 두 마리는 이틀 후 무사히 주인의 품으로 돌아왔다. 한 여성이 할리우드 거리 한 모퉁이에 매여 있는 개들을...

KT 칼럼 결혼이 M&A가 된 세상

최근에 남자 친구와 헤어진 친구는 말했다. 이제는 결혼이 MA(인수합병) 같아. 기초 자본금이 작으면 수익률이 좋아도 버는 돈은 얼마 안 된단 말이야. 나와 비슷한 정도로 자본을 댈 수 있는 사람을 만나서 두 배로 투자하고 싶어.비단 내 친구뿐만 아니라 결혼의 자산 결합화는 현 젊은 세대의 보편적인 현상이다. 직장인들이 많이 보는 블라인드 같은 익명 커뮤니티에는 내 자산과 스펙은 얼마고 상대방은 얼마인데 이 만남이 급이 맞냐는 글이 넘쳐난다.친구들과 이야기하는 주제가 온통 부동산, 비트코인, 주식뿐이다. 옛날에는 연애 이야기, 세상...

KT 칼럼 미국이 어렵다고 해도

지난해 크리스마스 무렵 버지니아주의 한 선교회 앞에는 긴 차량 행렬이 늘어섰다. 운전석에 앉은 사람들의 얼굴은 겨울비처럼 차게 굳어 있었다. 일주일치 정도의 식재료를 나눠주는 자리였다.TV 카메라 앞에서 한 여성이 말문을 열었다. 여기 오는 게 망설여졌어요. 최후의 뭔가를 선택한 저 자신이 싫었어요 . 그녀는 일자리를 잃은 회계사였다. 감원 통고를 받은 약사도 차량 행렬에 있었다. 아이가 둘인데 음식이 정말 중요해요라고 그녀는 말했다.LA의 엘몬티에서도 몇 블록에 걸쳐 차가 길게 늘어섰다. LA 리저널 푸드뱅크는 이날 식품 4,00...

KT 칼럼 가난의 기억

가난은 죄가 아니라 불편일 뿐이라고 대개 말을 한다. 맞는 말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가난해서 빚을 못 갚으면 그 순간 죄인이 따로 없다. 큰 죄라도 지은 듯 주눅 들고 비굴해진다. 가난해서 먹을 게 없다면, 주린 배가 단순히 불편일 수는 없다. 사흘 굶은 사람 눈에는 보이는 게 다 밥이고 빵일 텐데, 그 정도면 불편을 넘어 죄로 연결된다. 장발장 케이스다.이 세상에는 배가 너무도 많이 고픈 사람들이 있어서, 신은 그들 앞에 빵의 형태로밖에는나타날 수가 없다고 마하트마 간디는 말했다. 가난한 사람들의 생활을 가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