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문예 새벽 산사

미약한 촛불다독다독 어둠을 재우다한소큼 바람에풍경 소리 비틀별 떴던 자리해오름 부산하고푸른 강 허리선 따라금비늘 기지개 켠다동그랗게 펴지는신범 소리속곳 벗는 물안개 너머저이는 누군데 와서귀를 씻나수상 소감일상에서 마주하는 사소한 느낌들을 셀카 찍듯 남기고 싶을 뿐이고, 앞으로도 그렇게 하고 싶다.심사평황태구씨는 고무신을 신고 걸으면, 신발 속 돌, 나무뿌리에 걸려, 강의 노래, 폭포 새벽 산사, 겨울 숲, 눈의 노래 1, 눈의 노래 2 등 9편을 제출했다.모두가 무난하게 정리됐다. 시안(詩案)으로 삼을 만한 제재를 포착하여 무난하게...

신춘문예 시스터즈

지금까지 네가 보고 싶은 걸 봤잖아. 이젠 연속극 틀어.재선의 언성이 높아졌다. 열 시 이십팔 분. 절대 놓쳐서는 안 될 월화 드라마는 이미 절반이나 흘러가버린 후였다.영화 채널에서 《타이타닉》 한단 말이야. 넌 주말에 재방송으로 보면 되잖아. 내일 컴퓨터로 보던지.재림은 순순히 리모컨을 넘길 마음이 없는 듯했다.《타이타닉》이야말로 케이블에서 지겹도록 틀어주는 거잖아. 빨리 리모컨 내놔.재선의 볼멘소리에도 재림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재림이 채널을 돌리자 기다렸다는 듯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조각 같은 얼굴이 화면을 꽉 채...

신춘문예 귀로

유진은 오늘도 이민성 홈페이지를 들어갔다 나와서는 한숨을 내쉰다.오늘도 아닌가 봐한숨이 더해져서인지, 후덥지근해진 집안에 환기라도 시킬 겸 나는 창문을 열었다. 이미 제법 더워진 바깥 날씨에, 창을 열어도 덥기는 매한가지. 잠시 창밖을 보고 있던 내게 유진이 물었다.당신은 영주권이 나오면 뭐가 제일 하고 싶어? 나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나는 한국으로 가고 싶어. 아무것도 없이 돌아가고 싶진 않아. 최소한 영주권이라도 있으면 돌아가도 할 말은 있잖아. 괜히 영주권 못 받아서 돌아왔다는 자존심 상하는 이야길 들을 필요도 없고나는 이해...

신춘문예 공감

우리 가족은 가능한 함께 모여 식사 시간을 갖는다. 그중 저녁 식사 시간은 참 길다. 한식 저녁 상차림에도, 치맥으로 하는 간단 저녁 식사 시간에도 서로 많은 이야기들을 나눈다. 대화의 주제는 당일에 있었던 각자의 흥미로운 상황, 화제성 뉴스, SNS에서의 새로운 소식 등.. 나와 남편이 이야기를 시작하기도 하고 아이들이 새로운 소식을 전하기도 하면서 서로 각자의 의견이나, 경험담 등을 나눈다. 열띤 토론으로 넘어갈 때에는 자기의 의견을 개진하려 손을 들기도 하고, 누군가 이야기 중간에 치고 나오면 다 하지 못한 말들에 속상해하기도...

신춘문예 결혼하는 딸을 위한 시집<詩集>

몇 해 전 지인 자녀의 결혼식에 갔다가 아빠의 마음이란 시집을 한 권 받았다. 가깝게 지낸 직장동료의 둘째 아들 결혼식에서였다. 그러니까 정확히는 절기상 우수(雨水)이기도 한 2017년 2월 18일 토요일이었다.오후 3시에 열린 결혼식의 장소는 서울 코엑스 근처의 노블발렌티라고 하는 곳이었다. 그날 나는 결혼식장에 조금 여유 있게 도착하여 신랑측 가족들에게 축하의 인사를 건넸다. 신랑은 아버지를 닮아서 그런지 키도 훤칠하고 잘생긴 미남이었다. 나의 직장 동료였던 신랑 아버지는 퇴직 후 강화도의 경치가 좋은 곳에 직접 집을 짓고 있다...

신춘문예 새로운 여정

새벽 4시. 놀란 듯 잠에서 깨어 눈을 뜨니 평소와는 다른 방 분위기가 눈에 들어왔다. 텅 빈 책장과 선반, 여기저기 흩어져 정리되어 있지 않은 물건들, 커다란 여행 가방들과 이민 가방이라고 흔히들 부르는 바퀴 달린 검은색 가방들... 부족한 잠 때문에 피곤이 가시기도 전에 아내와 나는 그렇게 새로운 여정의 시작을 맞이했다.허겁지겁 짐 정리를 마무리하고, 막 집을 나서는데 현관 벨이 울렸다. 문을 여는 순간 동네에서 친하게 지내던 부부의 환하게 웃는 얼굴과 양손에 든 대림 환과 초가 눈에 들어왔다. 마침 대림 시기라서 같은 성당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