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주간한국
범고래, 해조류 이용한 도구 사용 확인
드론 영상 통해 관찰된 새로운 사회적 그루밍 행동
- 박해련 인턴기자 (press3@koreatimes.net)
- Jun 23 2025 12:57 PM
범고래가 해조류를 도구처럼 사용해 서로의 몸을 긁는 행동이 관찰됐다고 연구진이 밝혔다.
미국 워싱턴주 내륙 수역인 샐리시 해(Salish Sea)에서 드론으로 촬영된 영상에는 범고래들이 켈프(kelp) 줄기를 물어 뜯어 분리한 뒤, 이를 짝과 함께 몸 사이에 끼우고 롤링하듯 문지르는 모습이 담겼다. 이 같은 행동은 동물들이 도구를 제작하고 사회적 그루밍에 사용하는 드문 사례로, ‘올로켈핑(allokelping)’이라 명명됐다.
이번 연구는 웨일연구센터(Centre for Whale Research)와 엑서터대학교(University of Exeter) 공동 연구팀이 수행했으며, 논문은 생물학 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실렸다.
연구팀은 해당 행동이 단순한 놀이를 넘어 사회적 유대 강화 및 피부 건강 유지와 관련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에 참여한 마이클 바이스(Michael Weiss) 박사는 이 장면을 처음 확인했을 때 연구진 모두가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불켈프(bull kelp) 줄기가 유연하고 미끄러운 표면을 가진 점에서 그루밍 도구로 적합하다고 분석했다.
연구에 따르면 이 행동은 관찰 해역 남부에 서식하는 세 개의 집단 모두에서 나타났으며, 모든 성별과 연령대에서 확인됐다. 관찰 기간 12일 중 8일 동안 해당 행동이 관찰됐고, 주로 어미와 자식, 혹은 또래 범고래끼리 그루밍을 함께하는 경향을 보였다. 연구진은 이를 바탕으로 올로켈핑이 해당 개체군 전체에 널리 퍼진 중요한 사회적 행동일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연구 참여자 레이철 존(Rachel John)은 이 개체군이 50년간 연구돼 왔음에도 새로운 행동 양상이 발견된 것은 고화질 드론 영상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범고래가 해조류를 도구로 활용해 서로 몸을 문지르는 새로운 사회적 그루밍 행동이 처음으로 관찰됐다. 언스플래쉬
엑서터 대학교 교수 대런 크로프트(Darren Croft)는 접촉이 유대 형성과 스트레스 완화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지적하며, 범고래들이 몸과 지느러미로 서로를 만지는 것 외에도 켈프를 통해 촉각 경험을 강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켈프와 같은 갈조류에는 항균, 항염 성분이 있어 피부 건강에도 이점이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남부 집단 범고래는 다른 지역 범고래들과 달리 매끈한 자갈 해변에 몸을 비비는 행동이 관찰되지 않았는데, 올로켈핑이 이를 대체하는 행동일 가능성도 제기됐다. 연구팀은 이번 발견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한 추가 연구와 이 행동이 갖는 사회적, 생리적 의미에 대해 후속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www.koreatimes.net/주간한국
박해련 인턴기자 (press3@koreatime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