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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양자 패권’ 기틀
中, 美보다 4배 22조원 통큰 투자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Jun 04 2025 07:49 PM
‘中 양자기술 아버지’ 판젠웨이 등 고급 인재들에 전폭적 혜택 제공 양자암호통신 논문수 美의 3배로 세계 첫 위성 발사에 간선망까지 지상~우주 양자통신망 구축 눈앞 통신 기업도 기술 상용화에 앞장
“광양자를 1위안짜리 동전으로 본다면, 위성과 지상 간 양자암호 통신은 1만m 상공을 나는 비행기에서 동전 수억 개를 지상으로 떨어뜨려 회전하는 저금통 구멍에 지속적으로 넣어야 하는 고난도 기술이다.”
지난달 21일 서울 서초구 KT우면연구센터에서 관계자들이 양자암호 통신 장비를 들여다보고 있다. 박시몬 기자
중국 양자기술을 선도하는 판젠웨이 교수가 이끄는 중국과학기술대(USTC)는 지난 3월 20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소형 양자통신 위성과 이동형 지상국 간 실시간 ‘양자 키 분배(QKD)’ 통신 실험에 세계 최초로 성공한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렇게 설명했다.
이 실험은 중국 양자통신 위성 ‘지난 1호’를 중심으로 중국 내 여러 도시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통신 지상국을 연결하며 이뤄졌다. 중국과 남아공 사이 거리는 1만2,900㎞에 이른다. 랴오셩카이 중국과기대 교수는 학교 소식지에서 “예전에는 위성과 지상 간 양자암호 통신을 실현하려면 3, 4일이 걸렸지만 이제는 실시간 통신이 가능해졌다”라며 “향후 다수의 소형 양자통신 위성을 발사해 글로벌 양자통신망 ‘양자 성좌’를 구축하는 기틀이 마련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경운 KT 미래네트워크연구소 액세스망연구담당 책임연구원이 지난달 21일 서울 서초구 KT우면연구센터에서 양자암호 통신 장비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박시몬 기자
중국이 양자암호 통신 기술 패권국으로 올라서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정보기술혁신재단(ITIF)에 따르면 중국이 ‘국민경제와 사회발전을 위한 제14차 5개년(2021~25년) 계획’을 통해 양자기술에 투자한 자금은 150억 달러(약 22조 원)로, 미국(38억 달러)의 4배에 달한다. 특히 양자암호 통신 기술은 이미 미국을 추월해 중국이 세계 1위라는 분석이다. ITIF가 세계 양자암호 통신 논문 수를 분석한 결과, 중국이 전체의 38%를 차지해 미국(12.5%)을 3배 이상 크게 따돌렸다.
양자 금융거래·군사통신 강자로
중국은 2006년 양자암호 통신을 국가 전략기술로 지정한 이후, 세계 최초 타이틀을 잇따라 거머쥐었다. 2016년 당시 세계 최장 거리인 베이징과 상하이 사이 2,000㎞ 구간의 양자암호 통신 간선망을 구축했고, 그해 세계 최초로 양자통신 위성 ‘묵자호’를 발사했다. 2022년엔 두 번째 양자통신 위성 지난 1호를 발사해 세계 처음으로 상업적 양자통신망 구축의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베이징-상하이 간선망을 양자통신 위성과 연결해 지상과 우주를 통합하는 양자통신망을 구축한다는 중국의 계획이 실현될 시기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글로벌 금융 거래와 군사 통신에서 중국이 압도적인 전략 우위를 확보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중국 양자통신 위성 '묵자호'가 우주에 떠 있는 모습을 그린 상상도. 중국과기대 제공
중국 통신 대기업들도 양자암호 통신 분야에 적극 뛰어들며 잇따라 세계 최초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차이나텔레콤이 2022년 세계 처음 출시한 통신사급 양자통신 보안 플랫폼의 누적 사용자는 지난해 말 기준 500만 명을 돌파했다. 이 회사는 양자통신 기술 상용화를 목표로 내년에 소형 양자위성 4기를 발사한다는 계획이다. 차이나모바일은 2022년 세계 최초로 휴대폰에서 양자암호화 통신과 문자 메시지 전송이 가능한 심(SIM)카드를 개발했고, 2023년에는 자사 5세대(5G) 연결망과 양자통신망을 결합하는 ‘양자+5G’ 융합 시범망도 구축했다. 이 시범망은 5G의 고속성과 양자기술의 보안성을 동시에 확보할 거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중국 ‘양자 굴기’의 배경엔 정부의 전폭적인 인력 양성과 투자가 있다. 중국은 2008년 국가 주도의 해외 고급인재 유치 프로그램 ‘천인계획’을 실시했다. 해외 박사학위 소지자와 핵심 기술 보유자에게 국가 부흥을 호소하면서 보조금 100만 위안(약 1억9,000만 원)과 연구지원금 1,000만 위안, 주택과 자녀 교육 지원 등의 전폭적인 혜택을 제공했다. 이를 통해 현재 ‘중국 양자기술의 아버지’라 불리는 판젠웨이 교수가 당시 오스트리아에서 연구를 중단하고 들어왔고, 해외 유학생들도 대거 귀국했다. 또한 중국 정부는 2021년 제14차 국가과학기술혁신계획 발표 이래 양자기술 연구비를 매년 7% 이상 증액해오고 있다.
美 추월 넘어 양자 주도권 경쟁
중국과 미국은 양자통신 분야에서 각기 다른 전략을 세우고 주도권 싸움을 벌이는 중이다. 중국은 QKD를, 미국은 양자내성암호(PQC) 개발에 초점을 맞췄다. QKD는 양자의 성질을 이용해 해킹이 불가능한 암호 키를 생성하는 방식이고, PQC는 양자컴퓨터도 뚫을 수 없는 복잡한 수학 난제의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걸 말한다.
QKD는 광섬유 혹은 위성을 기반으로 하는 인프라 구축이 중요하다. 이 때문에 국가 주도의 양자통신망과 양자위성을 개발하는 중국이 유리하다. 반면 PQC는 기존 암호체계와 호환이 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기에, 글로벌 정보통신(IT) 기업이 밀집한 미국으로선 PQC를 택해 기존 암호체계를 빠르게 전환하는 편이 낫다. 안도열 서울시립대 전자전기컴퓨터공학부 석좌교수는 “두 방식 중 어느 한쪽이 우수해서가 아니라 양국이 각자에 맞는 전략을 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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