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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서 고혈압, 집에선 정상?
“심리적 스트레스 원인 많아”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Jun 11 2025 11:04 AM
실제로는 고혈압인데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가면 고혈압’이라고 한다. 반대로 병원에서 측정할 때는 고혈압으로 나왔으나, 일상생활에선 정상 혈압인 경우를 ‘백의 고혈압’이라 부른다. 가면·백의 고혈압 유병률은 각각 10% 안팎이지만 당뇨병 등을 앓는 고위험군의 경우 20~30%까지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혈압을 측정할 때마다 제각각인 이유는왜 그런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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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심리적인 원인이 크다고 말한다. 분당제생병원 심장혈관내과 오민석 과장은 “백의 고혈압의 경우 혈압이 높게 나오지 않을까, 병이 있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불안감이 자극한 자율신경계에서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되면서 혈압이 일시적으로 상승하게 된다는 얘기다. 심리적인 안정을 찾기 전에 병원에 오자마자 혈압을 잴 때, 혈압 측정 직전에 커피를 마시거나 흡연을 하는 경우에도 혈압이 실제보다 높게 나올 수 있다.
가면 고혈압은 반대의 경우다. 오 과장은 “가면 고혈압이 있는 이들을 보면 여러 번의 혈압 측정값 중 가장 낮게 나온 수치를 내 몸의 실제 혈압이라고 믿고 정상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고 설명했다. 혈압은 오전에 잴 경우 평균보다 높고 야간에는 평균보다 낮게 측정되는데, 낮게 측정될 때의 혈압을 실제 혈압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가짜 얼굴’이란 뜻의 가면이란 말이 붙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가면 고혈압은 실제로는 고혈압이므로 고혈압에 따른 심혈관 질환 위험에 그대로 노출돼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고혈압은 동맥의 혈압이 지속적으로 높은 만성질환으로 심장이 혈액을 온 몸에 보내기 위해 관 벽에 가하는 압력이 높아진 상태로, 고혈압을 방치할 경우 심장 부담이 커져 심부전과 부정맥, 심근경색 등 심장질환을 불러올 수 있다. 뇌경색과 뇌출혈, 혈관성치매, 기억력 저하, 인지 장애 등 뇌기능 저하도 앓게 될 수 있다. 9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를 보면 고혈압 환자는 2019년에 631만7,663명에서 2022년에는 727만3,888명으로 계속 증가 추세다.
가면 고혈압과 백의 고혈압을 구분하려면 가정에서 혈압을 측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집에서 혈압을 잴 때는 휴식 상태, 소변을 본 후, 커피를 마셨거나 운동을 한 지 30분 이상 지난 상태에서 측정하는 게 좋다. 혈압을 측정할 때마다 차이가 있다면 낮은 값이 아니라, 평균값으로 몸 상태를 인식하고, 양팔의 차이가 있다면 높은 쪽을 기준으로 한다.
다만 고혈압의 진단기준이 병원과 다르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병원에선 측정한 혈압이 수축기에 140mmHg, 이완기에 90mmHg이상이어야 고혈압에 해당되지만, 가정의 경우 고혈압 기준(수축기135·이완기 85mmHg)이 그보다 낮다.
오 과장은 “가면·백의 고혈압 모두 심리적 스트레스가 원인이기 때문에 심리적인 안정이 중요하다”며 “백의 고혈압 중 일부 환자는 정신과적인 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있으므로 상담을 받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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