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 뜰 때까지 2주 기다리라니"

【서울】 지난 18일 신혼여행으로 괌을 찾은 손모(30)씨는 당초 23일 귀국할 예정이었지만 일주일이 지난 31일까지도 귀국길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입국 직전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아 5일간 자가격리를 했고, 그 이후에는 PCR(유전자증폭) 검사에서 계속 양성 반응이 나왔기 때문이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내국인을 포함한 모든 해외 입국자는 출국일 기준 48시간 이내에 검사해서 발급받은 PCR 음성확인서가 있어야 입국할 수 있다.

그러나 확진 판정을 받은 해외 여행객들은 현지에서 격리 해제된 뒤에도 몸속에 남아있는 죽은 바이러스 조각 때문에 양성 판정이 나온다며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냐"고 하소연한다.

손씨는 "운 좋으면 내일 검사에서 음성이 뜰 수도 있겠지만 운 나쁘면 3개월 이후도 사균이 검출된다고 한다"며 "24주차 임산부인 저는 무작정 여기서 체류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손씨는 "지금 벌써 다섯 번째 PCR 검사를 신청해둔 상황"이라며 "검사 비용도 최근 50달러에서 200달러까지 올랐고, 호텔 숙박과 식사 모두 자비로 해결하고 있어서 부담도 너무 크다"고 전했다.

70대 어머니와 해외여행을 간 박선미(42)씨도 "격리를 마치고 PCR 검사를 받았지만 죽은 바이러스가 검출돼 양성이 나왔다"며 "돈이 다 떨어져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박씨는 "비용 때문에 호텔을 나와 현지 격리소로 왔지만 여기서는 '너희는 격리할 필요가 없다'며 나가라고 한다"면서 "어머니는 당뇨약이 떨어져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계신다"고 토로했다.

다른 여행객 A씨도 "유학생이나 이민자와 달리 여행객은 머무를 곳이 없다"며 "질병관리청, 대사관 모두 방법이 없다고만 해서 답답하다"고 했다.

방역당국은 국가마다 코로나 완치 판정, 격리 해제 기준 등이 서로 다른 만큼 입국자에 대해 PCR 검사라는 통일된 기준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나라마다 코로나 격리, 격리 해제, 치료, 완치자 판별 기준이 모두 다르고 의료 시스템도 우리나라와 같지 않다"며 "PCR 음성 확인서가 있어야 비행기를 탈 수 있다는 원칙은 유효하다"고 재확인했다.

그러면서 "격리 해제 후에도 몸에 남은 바이러스로 인해 PCR 검사에서 양성이 나오는 경우가 있다. 격리 해제 후 2주가 지나면 대부분 음성으로 확인된다"고 설명했다.

작년 7월 정부는 내국인을 포함한 모든 해외 입국자에 PCR 음성확인서를 반드시 제출하도록 방역 지침을 강화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