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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살인마 조디악 킬러 (상)
미국판 '살인의 추억'…
- 미디어2 (web@koreatimes.net)
- Jul 22 2021 09:37 AM
'조디악 킬러' 누구냐 넌?
▲ 샌프란시스코 경찰의 현상수배 전단과 조디악이 언론에 보낸 편지 사본.
1969년 8월 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샌프란시스코 지역언론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편집국은 여느 날과 다름없이 분주했다. 간밤엔 어떤 사건ㆍ사고가 일어났는지, 어떤 기사로 지면을 채울지, 난상토론이 오갔다. 그때 편집국장에게 편지 한 통이 전달됐다.
“친애하는 편집국장께, 살인자가 보내는 바요.” 섬뜩한 인사말로 시작된 편지엔 1년 사이 캘리포니아 일대에서 일어난 살인사건 2건이 자세히 기술돼 있었다. 범인이 아니면 절대 알 수 없는 것들이었다. 신문사는 발칵 뒤집혔다. 편지는 같은 날 또 다른 지역언론 ‘샌프란시스코 이그재미너’와 ‘발레이오 타임스 헤럴드’에도 동시에 배달됐다. 편지 세 통에는 3등분된 암호문도 각각 동봉돼 있었다. 범인은 암호문을 신문 1면에 싣지 않으면 12명을 더 죽이겠다고 협박했고, 신문사는 범인의 요구를 들어주는 수밖에 없었다.
암호문은 그리스어, 모스 부호, 날씨 기호, 알파벳, 해군 수신호, 점성술 기호로 뒤범벅돼 있었다. 중앙정보국(CIA), 연방수사국(FBI), 국가안전보장국(NSA), 해군정보부가 합세하고도 못 푼 암호는 우연히 신문을 본 고등학교 교사 부부 손에서 며칠 만에 풀렸다. 내용은 허세와 조롱으로 가득했다.
“나는 사람을 죽이는 게 아주 재미있어. 인간은 가장 위험한 동물이니까 말이야. 내 이름은 가르쳐 줄 수 없어. 그랬다간 내 사후에 노예 수집을 방해할 테니까.” 며칠 뒤 신문사에 또 편지가 도착했다. 첫 문장이 기괴했다. “조디악 가라사대(This is the Zodiac Speaking).” 그가 바로 미국 역사상 가장 악명 높은 연쇄살인마, 미국판 ‘살인의 추억’이라 불리는 ‘조디악 킬러(Zodiac Killer)’다. 조디악은 12가지 별자리인 ‘황도 12궁’을 뜻하는 말로, 편지 끝엔 원과 십자가를 겹쳐 그린 조디악 문양이 인장처럼 새겨져 있었다.
▲ 조디악이 샌프란시스코 지역언론 3곳에 보낸 암호문과 해독문.
편지로 살인 고백·협박한
희대의 살인마
조디악이 저지른 살인은 모두 4건이다. 1968년 12월 20일 베니시아 허먼 호수 인근 도로 차량 안에서 10대 커플이 총에 맞아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 공식적으로 확인된 첫 범행이다. 7개월 뒤인 1969년 7월 4일 발레이오 블루록스프링스 골프코스 주차장에선 데이트 중이던 연인이 무차별 총격을 당해 남자만 기적적으로 목숨을 건졌다. 심지어 범인은 경찰에 직접 전화해 의기양양하게 범행을 알리면서 베니시아 사건도 자신이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조디악이 첫 번째 편지에서 묘사한 그대로였다.
편지가 발송되고 2개월 뒤인 9월 27일, 나파 카운티 베리에사 호수에서 소풍을 즐기던 연인이 조디악 문양이 새겨진 검은 두건을 쓴 괴한에게 습격을 당했다. 여자는 칼에 찔려 죽고 남자는 가까스로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났다. 조디악은 피해자의 차량 문에 날짜와 기호를 써 놓는 대범함까지 보였다. 또 다시 2주 뒤인 10월 11일에는 샌프란시스코에서 택시기사가 머리에 총을 맞아 즉사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런데 이번엔 목격자가 있었다. 사건 현장 건너편 주택에 살던 10대 3명은 범인이 “짧은 머리에 안경을 썼고 체격이 건장한 백인 남성”이라고 인상착의를 설명했다. 인근을 수색했던 경찰도 수상한 행인과 마주쳤다고 뒤늦게 털어놨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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