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낄끼빠빠
- 오피니언 관리자 (opinion@koreatimes.net)
- Aug 26 2019 08:12 PM
2019 G20 행사는 예상치 못한 변수 2가지를 남겼다. 하나는 트윗쇼로 불리는 트럼프대통령의 북한 땅 밟기이고, 또 하나는 이방카였다. 트럼프는 ‘북한땅을 밟은 최초의 미국 대통령’이란 짤막한 멘트를 얻어낸 정치쇼의 주인공이 되었고, 이방카는 정상회담장을 종횡으로 누비면서 얼굴을 내미는 주제넘은 활약상을 보인 끝에 ‘외교적 망신’ ‘불청객’ 또는 ‘누군가의 딸이라는 게 직업의 자격이 될 수는 없다’는 등 비난의 과녁이 되었다. 국제간의 중요한 현안들을 의제로 논의하는 각종 사진들마다 이방카가 끼어 있었기 때문이다. 백악관선임보좌관이란 직책마저도 경험부족에 전문지식조차 갖추지 않았다는 이유로 논란이 되었던 바, 이번 행사에서도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 총재 등 주요인사들의 대담자리 등에 명분도 없이 끼어 든 사진들 때문에 이방카에게 쏟아지는 비호감의 시선은 잔치 후의 뒷담화를 만들어 내었다.
그 비호감의 표시로 과거의 굵직굵직한 역사적 사진들과 전혀 관계없는 이방카의 사진을 합성한 조롱 패러디물이 쏟아졌다. 1963년 워싱턴 대행진에서 열린 마틴 루터 킹 목사의 명연설 장면에, 닉슨과 마오쩌둥의 회견 사진 속에, 제2차 세계대전 후 ‘얄타회담’의 처칠과 스탈린의 사진 속에, 일본군으로부터 고지 탈환한 미해병대가 성조기를 꽂는 ‘이오지마전투’의 사진 속에, 닐 암스트롱이 처음으로 착륙하여 성조기를 꽂은 달 사진 속에, 예수님과 열두제자의 마지막 만찬 사진 속에, 심지어 성경에 나오는 홍해의 기적인 바다가 갈라지는 모습을 배경으로 셀카 찍는 모습으로까지... ‘어른들 식탁에 끼어들고 싶어 하는 어린애 같았다‘는 말과 함께. 이에 트럼프는 ‘외국정상들이 좋아 한다’고 응수하여 우스개의 ‘딸바보’가 되고 말았다.‘낄끼빠빠’는 ‘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져야 한다’는 뜻의 신세대들의 신조어이다. 우리말로 표현하자면 앉을자리 설자리 모르고 넙죽댔다는 이야기다.
정치든 비즈니스든 치고 빠지는 게릴라전법도 필요하고, 병법서 36계의 줄행랑 작전도 펼쳐야 할 때가 있다. 그만큼 국제간의 힘겨루기가 살얼음판이라는 의미다. 그런 판에 이방카가 여기저기 끼어들어 미운 약방의 감초가 된 것이다.
앉을자리 설자리 잘 골라가며 참여하고 낄 때 끼고 빠져야 할 때 빠져야 하는 것이 좋은 사회생활의 자세이고 처세의 기본이다. 감초도 감초나름, 애교정도라면 몰라도 촉새처럼 끼어들어 분위기를 흐리게 하는 미운 감초라면 진짜 감초가 화를 낼 일이다.
감초(甘草)는 단맛을 내는 한약재로 콩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위장보호, 독성(毒性) 중화 등의 효능으로 쓰이기도 하지만, 감미료로도 쓰일 만큼 풍부한 단맛은 탕약의 역한 맛을 줄이는 등 거의 모든 한약처방에 쓰인다. 어느 약방에 찾아온 환자에게 마침 한의사가 출타중이어서 혼자 있던 아내가 손님을 그냥 보낼 수가 없어서 어깨너머로 본 상식으로 감초를 주어 보냈는데, 그 환자의 병이 나았다고 한다. 일종의 위약효과(placebo)일 수도 있겠지만 독성이 없이 웬만한 증상을 치료하는 성분이 있다는 의미도 된다. 감초는 그만큼 많이 애용되는 약재다. 그래서 ‘약방의 감초’라고 한다.
우리 주변에도 ‘약방의 감초’ 같은 사람이 심심찮게 있다. 모임이나 행사의 주제에 관련도 없고 별 역할도 없으면서 끼어드는 사람. 거기다 쏙쏙 나서기도 잘 한다. 견문을 넓힐 목적이거나 친분의 뜻으로 참여했으면 분위기 파악해가며 다른 사람에게 폐가 되지 않도록 조심하면되는데 이방카처럼 명분 없이 나대거나 억지 명분을 세우며 사진 찍히기에 바쁘고 뒷담화 만들어내고...
달큼한 맛을 내는 감초가 아니라 낄끼빠빠를 잘 하고, 어느 자리에서든 최소한 달작지근한 맛을 내는 감초 같은 사람이 많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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