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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오션' SMR 추진선 뜬다
“올해 상용화 원년”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May 11 2025 06:45 PM
2030년 국산 소형모듈원자로 선박 개발 목표 사고 위험 낮고 연료비 적게 들어 다른 대체연료 선박 비해 경제적 중국과 경쟁도 피할 수 있는 시장 건조 운용 글로벌 제도 없었지만 연내 규제 확립 착수, 상용화 발판 HD한국조선해양, 개발률 50% 발전량 조절·핵연료 처리는 과제
HD한국조선해양은 우리나라에 지금까지 없던 새로운 배를 만들고 있다. 현재 개발률은 50% 정도. 소형모듈원자로(SMR)를 주요 동력으로 움직이는 이 배의 개발 완료 시점은 오는 2030년이 목표다. 때마침 국제사회에서 SMR 추진선 상용화를 위한 제도 기반을 처음으로 마련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최근 경기 성남시 분당구 HD현대 글로벌R&D센터에서 만난 박상민 HD한국조선해양 미래기술연구원 그린에너지연구랩 부문장은 “세계 SMR 추진 선박 시장은 대중국 경쟁에서 벗어난 블루오션”이라고 강조했다.
소형모듈원자로(SMR)를 주요 동력으로 움직이는 SMR 추진선의 상상도. HD한국조선해양 제공
1만5000TEU급 MSR 추진선 개발 중
SMR은 원자력 발전에 필요한 원자로와 증기발생기, 냉각재 펌프 등 주요 기기를 모듈(부품 덩어리)화해 공장에서 제작한 후 현장에서 조립할 수 있도록 설계한, 발전용량 300메가와트(㎿e) 이하의 소규모 원자로를 말한다. 기존 대형 발전소용 원자로에 비해 상대적으로 사고 위험이 낮아 해운·조선 업계에선 미래 선박의 주요 동력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개발하고 있다. 박 부문장은 “건조 비용은 비싸지만 연료비가 들지 않기에 장기적으로 보면 다른 친환경 대체연료 추진 선박보다 경제적”이라고 설명했다.
SMR과 대형 원전 주요 특징 비교
HD한국조선해양은 주력 선종인 1만5,000TEU(1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급 선종을 용융염 원자로(MSR) 엔진 방식으로 개발 중이다. MSR은 고온에서 녹은 소금(용융염)을 냉각재 겸 연료 매개체로 사용하는 SMR이다. SMR은 대기압(1bar) 수준에서 원자로를 운전하기에 배관 파열 등으로 사고가 발생해도 기존 원전들과 비교하면 폭발 피해가 적을 수 있다. 가령 국내외 많은 원전에 설치된 원자로 유형인 가압경수로(PWR)의 경우 고압(150bar)에서 운용하기에 폭발 사고가 나면 피해 반경이 10~20km에 달한다. 반면, MSR은 피해 반경이 100m 이내라고 업계는 설명한다. 최근에는 폭발 영향이 선체 밖으로 나가지 않게 하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박상민 HD한국조선해양 미래기술연구원 그린에너지연구랩 부문장이 3월 28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HD현대 글로벌R&D센터에서 SMR 추진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MSR에는 우라늄과 플루토늄 등 다양한 연료를 쓸 수 있다. 해상에서 탈취되는 상황을 대비해 핵물질을 실시간으로 희석하거나 변환하는 방식으로 무기화를 방지하는 핵 비확산 설계도 가능하다. 침몰될 경우 방사능 피해를 막는 기술도 있다. “SMR 내부에 설치된 드레인 탱크가 방사성 물질을 빠르게 수집 격리해, 회수가 가능하도록 고체 상태로 수면 위에 부상시키는 기술을 적용 중”이라고 박 부문장은 소개했다.
시각물_SMR 추진선 내부 구조
“민간 SMR 선박용 차폐 시스템 첫선”
물론 넘어야 할 기술 장벽도 여전히 많다. 배의 속도 변화에 따라 필요한 출력에 맞게 동력을 조절하는(부하추종 운전) 게 가장 높은 장벽으로 꼽힌다. 원전은 원래 ‘열관성’이 높아서 부하추종 운전이 어렵다. 열관성은 온도 변화에 느리게 반응하는 물리적 특성을 말한다. 원전은 엄청난 열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열관성이 높아야 예기치 않은 출력 증가에 따른 온도 급상승을 억제하고, 사고가 날 때 시스템이 대응할 시간 여유도 확보할 수 있다. 정비에 들어가는 원전이 셧다운에 수일이 걸리고, 정비를 마친 다음 천천히 가동률을 끌어올리는 것도 높은 열관성 때문이다.
열관성은 원전의 안정적 운영엔 도움이 되지만, 파도나 바람, 조류 등에 따라 엔진을 자주 껐다 켜야 하는 선박엔 적합하지 않다. 선박에서 SMR을 엔진으로 사용하려면 △고속 증기터빈 시스템과 연동해 원자로 출력이 일정하더라도 추진력을 제어할 수 있게 하거나 △열출력을 고도로 조절하는 자동제어시스템 등이 필요하다.
육상의 원전처럼 철근 콘크리트 구조물이 많아도 곤란하다. 그런 구조물은 방사선 유출을 막고 외부 공격으로부터 원전을 보호하는 게 목적인데, 이런 역할을 대신할 해상 차폐 시스템이나 방호 시스템을 설계해야 한다. 원자로 개발은 지금껏 육상 원전 위주로 이뤄졌기에, SMR 추진선에 쓸 이런 시스템 연구는 드물었다. 박 부문장은 “HD한국조선해양이 민간용 SMR 선박에 적합한 차폐 시스템을 세계에서 처음 개발했다”라며 “지금은 시스템을 최대한 가볍게 만드는 연구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용후핵연료 처리는 육상 원전처럼 SMR 선박에서도 난제다. 특히 우리나라는 국제 비확산 체제와 한미 원자력협정의 영향으로 사용후핵연료의 재처리와 관련 기술 개발이 제한돼 있다. 이에 국내 업계에선 SMR 추진 선박은 국내 조선소에서 만들고, 핵연료 장착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는 미국을 비롯한 외국에서 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또한 한 번 핵연료를 장착하면 선박 수명보다 오래 쓸 수 있게 하는 기술도 연구되고 있다. 운행 기간 중 핵연료를 추가하거나 재처리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지 않으면 안전성과 편의성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HD한국조선해양에 따르면 SMR 선박이 20~30년 사용하는 핵연료의 양은 50인치 텔레비전(TV) 정도 크기다.
연도별 세계 SMR 시장 규모 현황과 전망
“올해가 SMR 추진선 상용화의 원년”
현재 유엔(UN) 산하 기구로 원자력을 관리감독하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안전 규정엔 “원전은 지진, 쓰나미 같은 자연재해에 견딜 수 있는 육상 부지에 설치돼야 한다”고 돼 있다. 해상 원전에 적용될 명확한 규정이 없는 것이다. SMR 추진 선박을 개발해도 건조와 운용을 위한 제도가 부재한 탓에 실제 운항이 요원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에 IAEA를 주축으로 국제해사기구(IMO)와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 영국 원자력규제청(ONR) 등이 참여하는 프로젝트그룹이 SMR 추진 선박 상용화를 위한 글로벌 규제 확립에 연내 착수할 예정이다.
SMR 선박 관련 국제법 제정이 본격 시작되면 이를 따라 국가별 규정들이 만들어질 수 있다. 올해가 SMR 추진선 상용화의 원년이 될 거라는 기대가 커지면서 세계 각국의 SMR 선박 개발 경쟁도 탄력을 받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 그간 중국이 국가 주도로 SMR 추진선을 개발해왔지만, 세계 표준과 동떨어진 모델일 가능성이 큰 만큼 업계는 올해를 국산 기술 경쟁력을 높일 기회로 보고 있다.
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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