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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과 권력
이용우 | 언론인 (토론토)
- 캐나다 한국일보 (editorial@koreatimes.net)
- Jun 23 2022 01:55 PM
-윤석열 정부에 대거 포진한 언론인들 -‘정의의 최후 보루’ 스스로 포기
한국의 언론 낯 뜨겁다.
강한 자에게 강하고 약자에겐 관심과 애정을 쏟아야 하는 것이 언론의 본분이요 사명이지만 지금 한국언론은 이와 정반대로 가고 있다.
정치권과 기득권 세력에 맞서 어두운 부분을 파헤쳐 시정하도록 진실을 규명해야 할 언론인들이 오히려 그들 편에 빌붙어 맞장구를 치고 있으니 가관이다. 이래서 한국에서는 언론과 사법개혁 없이는 국가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어렵다는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언론인 출신의 정치권 입성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지만 윤석열 정부의 요직에도 예외없이 언론인 출신이 대거 중용됐다. 특히 보수언론사 출신 들이 윤 정부의 핵심 참모진에 포진했다.
대통령실 대변인이란 사람은 새정부 출범 직전까지도 현직기자였다. 정치·외교 기사와 칼럼 등을 쓰다가 불과 사흘 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외신 대변인으로 자리를 옮겼고 그대로 새 정부 초대 대변인에 임명됐다.
부대변인도 마찬가지. 종편채널 뉴스를 진행한 그는 이임 직전 “최근까지 기자로 방송활동을 하다가 특정 정부에 참여하게 돼 송구하다”고 밝혔다. 그나마 미안한 줄은 아는 모양이다.
홍보수석실은 모두 기자 출신들이다. 수석은 D일보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한 뒤 S방송국 개국 멤버로 합류해 정치부장, 보도본부장 등을 지냈다. 특히 S방송사 출신 홍보수석 임명은 최근 10년 사이에만 벌써 다섯번째. 정무비서관 역시 같은 방송사 기자 출신이다.
내각 중 언론인 출신으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있다. J일보에서 잔뼈가 굵은 이 사람은 2년 전에 쓴 칼럼에서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에 대한 정직 2개월의 징계를 두고 “그의 직위는 파괴됐다. 하지만 윤석열은 패배하지 않았다”고 썼다. 일찌감치 권력의 흐름을 예견하고 눈도장을 찍어둔 것이다. 그 혜안(慧眼)이 놀랍다.
언론의 정치권 이동은 수적으로 증가할 뿐 아니라 기존 국회권력에서 이제는 대통령 권력으로 몰려들고 있다. 이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언론인의 정계 진출과 언론의 신뢰 문제는 깊이 맞물려 있기에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현 21대 국회의원 300명 가운데 언론인 출신은 24명으로 전체의 8%를 차지한다. 단일직종으로 결코 적지 않은 숫자다. 이전에도 언론인 출신 국회의원은 7~12%를 점해왔다. 그나마 선출권력인 국회는 나은 편이다. 문제는 민의(民意) 검증과정도 없이 곧바로 핵심권력으로 진입하는 것이다.
권력에 대해 검증하고 비판해야 할 언론인이란 사람이 어느날 갑자기 바로 그 권력층과 손을 잡고 정권의 나팔수 노릇을 하고 있으니 이것이 제정신 가진 사람들이 할 노릇인가.
특히 언론인은 기본적으로 진보적 사고방식을 지녀야 한다. 그런데 요즘 언론인이란 사람들은 진부하고 고루한 보수사상에 찌들어 있다. 이래서 권력층이 부르면 기다렸다는 듯이 달려가 무릎을 꿇는다.
한국 사회에는 언론과 정치를 오가며 대리인 역할을 하는 언론인이 다수 존재해 왔다. 여러 이유를 내세워 정치권의 부름에 호응하는 이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이제 폴리널리스트(정치적 언론인) 문제는 정치 이념의 문제가 아닌 직업윤리의 문제로 접근해야 할 시점이다.
기자를 일컬어 무관(無冠)의 제왕이라 했다. 정식 관직은 없지만 국가와 사회의 모든 영역에 걸쳐 사실을 전하고 숨겨진 진실을 파헤쳐 세상에 전해야 하기에 왕 못잖은 영향을 사회에 끼치기 때문이다. The pen is mightier than the sword(펜은 칼보다 강하다)는 말도 있다. 그러나 지금은 언론이 권력과 자본 앞에 굴복당하는 시대가 됐다.
언론은 사법부와 함께 사회정의의 최후 보루다. 그런데 이런 사명과 역할을 언론 스스로 포기하고 있다. 이런 언론인은 부끄러운 줄 알고 일찌감치 떠나야 한다. 한없이 이중적이고 위선적인 자여, 그대 이름은 한국언론!
이용우 | 언론인 (토론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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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한국일보 (editorial@koreatime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