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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하면서 겪은 즐거운 경험
전철희(토론토)
- 캐나다 한국일보 편집팀 (editorial@koreatimes.net)
- Jul 09 2021 04:14 PM
“You are going in the wrong direction."
저녁 무렵 운동 삼아 동네길을 걷고 있는데 내가 걷고 있던 길 반대편에서 내 쪽을 향해 걸어오던 젊은 여자가 큰 소리로 한 말이다.
당시 나는 안경을 쓰고 있지 않아서 상대편의 얼굴 표정까지는 알 수 없었으므로 뭔가 내가 잘못하고 있는가 싶어서 가까이 다가가서 조금 긴장한 상태로 무슨 뜻인지 되물었다. 그러자 그 여자는 웃는 얼굴로 내가 걸어내려온 방향을 가리키며 “저기 저 아름다운 저녁 노을을 보세요. 당신은 저 아름다운 풍경을 등지고 걷고 있어요”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제서야 그 여자가 한말이 조크였음을 알아차리고 나 역시 크게 웃으며 “좋은 팁을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하고 헤어졌다.
코로나로 인해 사람을 피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졌다. 길을 걷다가 마주 오는 사람이 있으면 반대편으로 피하는 것이 당연하고 피해주지 않으면 오히려 무례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특히 아시아인으로 보이는 내가 걸어가면 상대는 더 큰 반원을 그리며 나를 피해도 이제는 그다지 불쾌한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음을 알게 되었다. 저녁 노을의 아름다움을 길 가다 만난 이와 같이 나누고 싶은 마음을 가진 사람, 더욱 그 사람이 더 낯설 수도 있는 아시아인이라도 기꺼이 큰 소리로 부르고 다정하게 조크를 던질 줄 아는 여유로움을 가진 사람도 있음을 알게 된 것이다.
모두들 집콕이 답답해서 코로나 블루에 걸릴 지경이라고 한다. 내가 집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원망하고, 누군가가 그 상황을 해결해주고, 나를 즐겁게 해줄 사람을 찾는다. 동네길에서 지는 노을도 서해 간월도에서 바라보는 노을과 꼭 같이 아름답고 그 아름다움을 같이 나누고 즐거워할 수 있는 사람이 바로 내 주위에 있음을 나는 지금껏 모른 채 지내왔다. 이제부터라도 내 마음속에서 즐거움을 만들고 그것을 내 주위의 사람에게 나눠줄 수 있는 인간이 되어야겠다는 교훈을 동네 그 여자분으로부터 배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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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한국일보 편집팀 (editorial@koreatime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