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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면과 ‘흑백 요리사’

황현수의 들은 풍월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Nov 27 2024 05:52 PM


넷플리스의 <흑백요리사>라는 요리 프로그램이 요즘 핫 하다. 2011년에 CJ그룹에서 ‘올리브’라는 요리 전문 채널이 만들려고 했을 때, ‘그런 걸 누가 보냐?’며 반대가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쿡방’에 대한 인기는 점점 빠르게 늘어난다. 그 뒤 <마스터 셰프>, <한식대첩>, <냉장고를 부탁해>, <집밥 백선생>, <삼시 세끼>, <수요 미식회> 등 많은 요리 프로그램이 만들어진다. 덕분에 그 요리 프로그램에 출연한 백종원, 이연복, 최현석, 안성재, 심영순 등의 유명 셰프들도 알려진다. ‘쿡방’이 자연스럽게 외식 문화 사업의 전문, 고급, 다양화를 이끄는 디딤돌이 된 것이다. 또한 이런 문화는 점차 세계 속에 수준 높은 한식을 알리는 계기가 되고 있다.

 

화면 캡처 2024-11-27 142815_web.jpg

넷플릭스가 선보인 <흑백요리사>가 흥행몰이를 하면서 외식 사업의 다양화, 전문화를 이끌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외식 문화는 그리 오래된 것이 아니다. ‘어려서부터 우리 집은 가난했었고, 남들 다 하는 외식 몇 번 한 적이 없었고’로 시작되는 god의 <어머니께>라는 노래 가사는 어렸을 적, 나의 일기를 훔쳐본 듯하다. 그나마 집 밖에서 밥을 먹는 다는 것은 중국집을 가는 것이었다. 졸업식 같은 특별한 날에 모처럼 중국집에 갈 때면 짜장면과 짬뽕 중에 어떤 것을 먹을지 한참을 고민해야 했다.  아직도 항상 망설여지는 짜장면, 짬뽕이지만, 말이다. 간혹 어머니가 탕수육이라도 시켜 주실 때는 ‘세상에 이런 맛있는 음식이 있나’ 싶었다.

한국에 중국집이 생기기 시작한 것은 1880년대다. 1882년 임오군란 때, 청나라 군대가 파견되자 군역 상인들이 함께 들어오면서 화교 사회가 형성된다. 이들이 처음 정착한 곳이 제물포(인천)였다. 상인과 부두 노동자들을 위한 중국집, 만두집, 호떡집이 생기고 거대 무역상을 대상으로 하는 공화춘, 중화루, 동흥루 등 고급 청요릿집도 문을 연다. 이들이 조선에 처음 짜장면을 선보인다. 인천대의 송승석 교수는 “당시 여러 중국 요릿집 중에서 중화루가 가장 규모가 컸다. 원래 일본인이 하던 호텔을 인수해 창업했는데 1층은 음식점, 2층은 마작 방, 3층은 객실이었다. 40명이 공동 출자 형식으로 시작되었고 주주의 대표로 왕영성이 운영했다. 

1920년대에 전화기 2대로 주문을 받아 배달을 했고, 종업원이 27명일 정도로 장사가 잘됐다. 하지만 화교들의 삶은 순탄치 못했다. 일제의 화교 탄압과 6.25 전쟁 등을 치르며 주주들은 하나 둘, 조선 땅을 떠난다. 그 뒤 왕사장의 딸인 왕연신이 남편(손세상)과 함께 음식점을 인수해 장사를 이어가다가 1978년에 폐업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왕연신의 아들 손덕준이 중앙동에 자리를 옮겨 현재의 중화루를 운영하고 있다.

언제부터 인가, 한국인은 ‘왕서방’을 중국인의 대명사처럼 사용했다. 1938년 김정구가 부른 ‘왕서방 연서’라는 노래가 불리어지면서부터라 생각이 든다. 중국인 비단장수 왕서방이 기생 명월에게 흠뻑 빠졌다가 “명월이하고 안 살아 돈이 가 많이 벌어 띵호와”라며 결국 돈으로 돌아간다는 코믹한 내용이다.

“비단이 장사 왕서방 명월이한테 반해서/ 비단이 팔아 모은 돈 퉁퉁 털어서 다 줬어/ 띵호와 띵호와 돈이 가 없어도 띵호와/ 명월이 하고 살아서 돈이 가 없어도 띵호와/ 워디가 반해서 하하하 비단이 팔아서 띵호와”

하지만, 노래에는 왕서방이 중국집을 운영한 게 아니라 비단장수로 나온다. 설마 가사처럼 비단 장수 왕서방이 있었을까 싶었는데, 여러 관련 자료를 찾다가 흥미로운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해남군청의 박소현 기자가 2015년에 ‘왕서방’의 후손을 찾아 인터뷰한 내용이다. 

 

화면 캡처 2024-11-27 142831_web.jpg

 

1922년 제물포 차이나타운에 일본호텔을 인수해 중화루를 창업한다. 40명이 투자해 합자회사 형식으로 공동 경영을 했는데, 오른쪽 3번째 안경 쓴 이가 왕영성 사장이다.

 

왕윤석은 1958년생으로 목포 무안 오거리에서 중화루라는 중국집을 운영하고 있다. 이 중화루는 1950년에 창업했는데, 그의 기억에 따르면 “조부인 왕명강이 조선에 건너온 건 1882년이에요. 임오군란으로 청나라가 개입하면서 화교들이 본격적으로 들어왔지요. 산동성 하이양 시에서 건너온 조부는 처음 제물포에서 일하다가 해주로 건너가 정착했는데, 거기서 해남 윤 씨 규수와 결혼해 가정을 꾸리고 해남 읍내 중앙극장 근처에서 포목점을 했습니다. 그리고 남동리에 요정도 운영해 큰돈을 모았습니다. 그러다가 부친 왕서은(1924년생)이 할아버지의 일을 돕다가 일제 말기에 관동군에 끌려가게 되어, 조부가 포목점과 요정을 접게 됩니다. 해방이 되면서 아버지는 처가가 있는 목포로 내려와 중화루를 인수해 운영하는데 한때 종업원이 20명이 될 정도로 상당히 성공했습니다.”라고 말한다. 

인터뷰처럼 ‘왕서방’이 노래의 실존 인물이 아니더라도, 1930년 당시 중국의 상업 자본이 직접 투자한 주단 포목점이 조선의 전체 포목 상점 중 20%인 2,116개였고, 판매액은 30%였다는 <Vision Weekly News>의 기록이 있다. 

이곳 토론토에는 한인들이 몰려오던 2000년 초부터 전문 중국집이 생겼다. 그전에도 한식당에서 짜장면과 짬뽕은 빠지지 않는 메뉴였지만, 아무래도 요리는 전문 중국집만 못했다. 그러다 <해룡반점>, <만리장성>, <상해반점>, <송쿡>, <북경성>, <풍문>, <자금성>, <타오타오>, <짜장면집>, <장강>, <장원>, <산해반점>, <다린> 등이 생기며 제대로 된 한국식 중국요리를 먹을 수 있게 됐다. 경쟁이 많은 만큼 맛과 가성비가 좋아 한인들이 부담 없이 즐기는 곳이다. 가장 나중에 생긴 백종원 프랜차이즈인 <홍콩반점>은 매달 두 번째 화요일 점심에 어르신들을 위해 무료 짜장면을 나눠 주는 이벤트를 해 시니어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노인을 위한다는 게 별게 아니지 싶다. 결국 ‘맛있는 한 끼’를 대접하는 일이다.   

먼 훗날, ‘왕서방’의 후손들이 나타나, 짜장면의 저작권 주장을 하는 날이 올지도 모르지만, 짜장면은 고국의 맛이고 추억이 담겨 있는 우리 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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