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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퀀싱 1등 일루미나, 30년 전에는 벤처였다
벤처, 항체기술 고도화 주역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Mar 23 2025 12:15 PM
글로벌 의약 시장 성장 견인 NGS로 정밀·맞춤 의료 가능
지난 회에 다룬 바이오벤처의 원조 제넨텍은 연구실과 기초과학의 상자에 갇혔던 생명과학을 현실 세계로 끌어낸 “판도라”였다. 이제 과학자들은 앙트레프레뉴어들과 손잡고 스타트업을 만들어 그 이전에는 듣도 보도 못 했던 방법으로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논문 발표에 국한되었던 그들의 창의성과 에너지가 시장으로 분출되고 있는 것이다.
그래픽 강준구 기자
항체의약과 게놈·생명정보 사업을 통해 스타트업의 실제 활약상을 살펴보자. 2024년 매출액 기준 글로벌 1위 의약 10개 중 5개는 항체의약이다. 항암제 ‘키트로다’는 2024년 매출이 295억 달러(약 42조 원)에 달한다.
인류 최초로 승인된 항체의약은 장기이식 거부 반응을 최소화하는 OKT3였다(1986년). 이는 원래 연구와 진단에 사용되던 것으로, 쥐로부터 왔기 때문에 안전성과 효능 면에서 개선의 여지가 많았다. 항체를 인간 형태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 시작됐다. 작업 대부분은 스타트업에 의해 이루어졌다. 8년 후 나온 두 번째 항체의약은 쥐와 인간의 키메릭인 심장치료제 레오프로(1994년)였다. 스타트업으로 출발한 센터코의 작품이다. 세 번째는 제넨텍이 개발한 항암제 리툭산(1997년)으로 2015년 75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키메릭보다 더 인간에 가깝게 만들려는 노력이 계속되었다. 지극히 일부만 쥐 부분을 가진 “사실상” 인간항체가 나왔다. 스타트업 PDL 바이오파마가 개발하여 로슈사에 넘긴 제나팩스(1997년)이다. 2018년 72억 달러를 올린 제넨텍의 허셉틴(1998년)도 이에 속한다.
Adobe Stock
얼마 지나지 않아 “완전히 인간화”된 항체를 만드는 기술도 개발되었다. 그 첫 번째가 2002년 승인된 휴미라이다. 2022년 최고 매출이 212억 달러였다. 휴미라 개발에는 영국의 스타트업 CAT의 기술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휴미라 판매사 앱비는 CAT에 2억5,000만 달러와 연간 2.688%의 로열티를 주기로 합의했다.
인간 게놈 프로젝트(HGP)도 스타트업이 주도했다. HGP는 1990년 몇 개 국가 간 협업 프로젝트로 시작되었다. 인간임을 규정하는 정보가 게놈(유전체)에 있는데 그것이 무엇인지를 밝히겠다는 초대형 프로젝트였다. 2000년 새로운 밀레니엄 시작과 함께 다가온 게놈 정보의 해독 소식은 인류와 산업계에 엄청난 기대감을 주었다. 인체의 신비가 곧 풀릴 것 같았고, 질환 진단은 정확해지고, 개인별 맞춤 처방과 치료가 가능한 시대가 곧 열릴 것 같았다.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숫자의 스타트업들이 생겨나 게놈사업을 벌였다. 게놈 정보를 제약사에 판매하겠다는 인사이트, 발견하는 cDNA 정보를 모두 특허로 내겠다는 HGS, 정부 주도 HGP보다 빠르고 싸게 인간 게놈을 해독하겠다는 셀레라 등 모두 1990년대를 풍미하던 스타트업들이다.
그러나 게놈 정보를 의학적으로 사용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았다. 다수 개인의 의료 및 생체 정보와 게놈 정보가 연결되어야 했다. 많은 사람의 게놈 정보를 효율적으로 결정하고 해석하는 기술이 필요했다. 이를 위해서는 값싸고 빠르며 대용량 처리 가능한 차세대 시퀀싱(NGS) 기술이 필요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스타트업이 요소 기술들을 개발했고, 선도기업은 이들의 기술 혹은 회사를 흡수하면서 NGS의 완성도를 높여 갔다. 지금 업계의 강자인 일루미나도 1998년 스타트업으로 탄생했다. 이후 거의 30개에 이르는 벤처를 합병하며 지금의 위치에 섰다.
한국의 바이오 기업들이 엄동설한에 고난의 행군을 하고 있다. 한국 바이오 벤처의 역사를 지켜봤고 스스로 성패를 체험한 필자는 그 원인이 뭔지를 알 것 같다. 경험을 복기하여 분석하고 이를 후발 주자들과 공유하여 스타트업들이 바이오산업의 전위대 역할을 하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김선영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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